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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상상력, 원전 안전성 강화ㆍ인적오류 방지[창간9주년 특별기획]“원자력계 4차 산업혁명, 원자력ICT 기술로 이끌다”

전 세계는 3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통해 안전에 대한 ‘공통의 트라우마(trauma)’를 갖게 됐다. 하지만 그 사이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문명은 전문가들만의 기술이 아닌 국민들(소비자)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이 인공지능(AI)ㆍ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로봇ㆍ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신기술의 개발이 원자력을 비롯한 전력산업 전 분야에서 한창이다. 이에 본지는 2018년 창간9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탈(脫)원전 정책’과 소비자 중심의 ‘스마트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원자력발전 운영을 위해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미래먹거리 발굴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ICT연구부의 기술개발 현황을 지면에 담았다.

◆원전블랙박스와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설계 결함과 인적오류로 야기된 이전의 원전사고와는 달리 자연현상에 의해 야기된 사고로, 조기에 수습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발전소 내부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진 및 해일로 인해 발전소가 침수되었고, 발전소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원뿐만 아니라 발전소 내에 있는 비상발전기 마저 침수로 동작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계측제어계통은 소내 및 소외의 모든 전원이 차단됨에 따라 그 기능을 상실했고 필수안전변수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밸브, 펌프 등 주요기기의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로 지속됨으로써 사고 회복 시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에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ICT연구부는 원전 블랙박스(Blackbox)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원전 사고 시 원전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저장한 후 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로 그 정보를 전송하면 발전소 외부에서 이동형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감시 및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본격 시제품 제작 및 상용화 준비에 돌입해 향후 2025년 원전 현장에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김창회 원자력ICT연구부장은 “원전 블랙박스는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 내부 및 주변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온도, 수위, 유량, 수소농도, 방사능 농도)로부터 신호를 수집해 실시간 기록한 후 인공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에 있는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로 그 신호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부장은 “원전 블랙박스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고 방사선 및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전자회로 설계(Radiation Hardened Electric Circuit Design)”라고 꼽았다. 일반적으로 전자회로의 구성품인 반도체들은 에너지를 갖는 방사선에 노출되면 TID(Total Ionizing Dose) 및 SEE(Single Event Effects)에 의해 이상 동작을 하게 된다. TID 효과는 누적 방사선량에 의한 것으로 반도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내부에 이온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문턱전압(Threshold Voltage)이 변화돼 이상동작이 발생하고 심화되면 회로기저를 파손시키는 것이다. 또 SSE는 고에너지를 갖는 방사선에 노출된 아날로그/디지털 반도체 회로가 순간적 이온화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신호에 대한 오류를 말한다.

한편 방사능 누출사고로 인해 30km 이상 넓은 지역으로 소개될 경우 지속적으로 사고 대응이 가능한 다수호기 동시 원격감시제어실이 필요하다. 원격감시제어실은 방사선오염 및 환경재해로부터 벗어난 지역에 위치해야 하므로 이동 가능해야 한다. 이에 차량 형태로 개발될 원격감시제어실은 1인 운전을 통해 원전 12개호기를 동시에 감시, 통제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원전 블랙박스와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과의 데이터 통신은 위성통신을 사용하고 있다.

원전블랙박스는 오는 2021년 12월까지 외부온도 200℃, 방사선량 5kGy, 충격강도 120G, 100% 침수(IP 67), 수소폭발 대비 방폭형으로 개발하여 공인기관을 통해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은 통제화면을 최적화하고 위성통신에 대한 사이버보안기능을 보완한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이후 상용화의 일환으로 원전 적용성 시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르면 2025년 경 국내 원전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연구원은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원자력 안전연구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 사이버보안=원전 사이버테러에 청정지역이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옛말이다. 2014년 연말 국내 원자력계를 대혼란에 빠뜨린 일이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해커그룹이 나타나 월성 1호기와 고리 1ㆍ2호기의 각종 도면 등 원전 관련 자료들을 SNS를 통해 무려 5차례에 걸쳐 공개한 것이다.

자료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한수원은 A언론 보도를 통해 해킹 사실을 알게 됐고 정부와 함께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으며,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주장하는 해커들에게 ‘놀아났다’는 날선 지적도 잇따랐다.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갔고 해커들은 성탄절을 ‘D-day’로 고리ㆍ월성 원전에 대한 공격을 통해 가동을 멈추게 할 것이라는 협박을 하는 등 원자력계를 긴장케 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정부와 한수원은 부랴부랴 정보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발표했지만 이번 사태로 원전에 대한 사이버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개인용 컴퓨터와 서버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컴퓨터 시스템과는 달리, 원전 운전에 사용되는 컴퓨터기반 장비는 감시 및 제어를 위해 전용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블 논리제어기(PLC), 분산제어시스템(DCS), 원격감시제어시스템(SCADA) 등으로 불리는 이들에 대하여 사이버공격으로부터의 예방,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이제 시작단계이며, 이는 발전, 철도, 항공, 수자원 등 타 주요기반시설에서도 유사한 실정이다.

이에 원자력ICT연구부는 최종적으로는 사이버공격의 상시 예방, 탐지, 대응 및 복구를 포함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이버보안 연구를 통해 국가 원자력 시설을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사이버보안 기술을 개발에 나섰다.

2013년부터 5년간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 원전에 적용돼 있는 계측제어설비와 동일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테스트베드를 구축했으며, 구축된 테스트베드를 활용하여 계측제어시스템의 사이버보안성 평가, 사이버공격 모의사고 분석 및 사이버보안 취약성 분석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원전의 이상징후 탐지 및 관제 시스템 개발, 원전의 유무선 통신에 대한 사이버보안기술 적용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통합형 원자로계통 구조건전성 감시/진단 시스템=사람 몸의 혈압과 맥박 등을 체크하여 건강이상 여부를 조기 검진하듯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기기 및 구조물의 건전성과 이상발생(금속이물질, 내부구조물 이상진동, 계통 누설, 냉각재펌프 고진동) 여부를 통합 감시ㆍ진단하는 기술 및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또 원자로계통의 이상발생 여부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통합NIMS 소프트웨어는 ㈜우리기술로 기술이전 돼 오는 10월에 한빛원전 2발전소에 적용될 예정이며, 이물질감시 및 고진동진단 기술은 원전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지원에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센싱 및 머신러닝기반 결함조기진단기술=원자력발전소 기기ㆍ구조물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기존의 감시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머신러닝기술을 활용해 설비의 결함 및 노후화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사전에 고장을 예방하는 플랜트 안전관리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사업에 참여하여 플랜트 누출예방을 위한 누출감시용 스마트센서 개발 및 딥러닝을 이용한 누출진단 기술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향후 진단예측용 빅데이터 구축, 딥러닝기반 자율학습형 예측진단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원전 주요 압력계통 기계ㆍ전기부품 및 설비의 열화 진단‧예측에 활용함으로써 발전소 안전운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주제어실 화재 실감형 VR 시험설비=지진이나 화재 등으로 인한 물리적 환경측면은 실제 원전제어실에는 필요 없지만 적합성 평가용이나 훈련 혹은 경험 설비로서는 반드시 구현돼야 한다. 이에 디지털기반의 원전제어실 인터페이스 조건에서 외부사건의 물리적 실감요소를 가미한 인간공학 적합성 평가 장치로서 가상의 제어실 화재를 운전원이 실감할 수 있는 가상현실 장치와 운전원의 실감도(몰입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설비 및 장비의 개발이 시작됐다.

결국 지진, 화재, 홍수, 폭격 등의 발생 시 원전 제어실 운전원의 운전 수행도를 시험 및 검증할 수 있는 장치나 설비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치나 설비는 운전원이 제어실 내의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실감요소(real-sense elements)를 실제 현상으로 모사할 수 없는 경우 실감도를 유지할 수 있는 AR(Augmented Reality), VR(Virtual Reality), MR(Mixed Reality) 등의 기술을 활용한 모사 및 측정 장치로 개발하고 있다.

원전 주제어실 화재 실감형 VR 시험설비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VR 구현과 동시에 뇌파(EEG) 및 심전도(ECG) 측정을 통해 VR 몰입도에 따른 인적 수행도 보정치를 실시간으로 도출하는 시험설비이다.

또 HMD(Head Mounted Display) 착용 외의 부차적 신체부착 없이 운전원 뇌파 및 심전도를 측정 및 분석할 수 있으며, 측정된 뇌파의 집중도 지수, 각성도 지수를 분석하고 심전도의 스트레스 지수 및 스트레스 저항도를 분석하여 VR 환경의 인적수행도 보정치를 생성한다. 인적수행도 보정치는 피험자의 뇌파 및 심전도 특성에 따라 유형화하여 특정 유형에 따른 보정치를 실시간으로 시나리오 시간축에 따라 제공할 수 있다.

원자력ICT연구부 관계자는 “화재 발생 상황에서 원전 제어실 운전원의 대응능력을 시험 및 평가할 수 있는 가상현실 장치 및 가상현실 몰입도 측정 장치를 구축함으로써 제어실 내외부 화재상황에 대한 운전원의 대응능력을 가상현실 몰입도 기반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존하는 원전 제어실 시뮬레이터는 발전소의 비상 혹은 비정상 상황을 정확하게 모의할 수 있으나 제어실 화재와 같은 외부사건을 물리적으로 모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므로 본 장치의 개발을 통해 지진, 화재 사건의 물리적 모사가 가능한 교육훈련 혹은 체험설비의 확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원전제어실 운전원에게 화재 사건으로 인해 예상되는 신체적, 정신적 불안정 상황을 경험하고 반복 훈련시킴으로써 실제 화재 발생 시 발전소를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전제어실에 대한 인간공학 통합계통검증 및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시 외부사건에 대한 물리적 현상의 변화를 검증용 시나리오에 반영하여 보다 실질적인 인적수행도 검증요건을 국제적으로 표준화 할 수 있다.

◆사이버물리모델(Cyber-Physical System)기반 ‘원전 기기 건전성’ 진단 연구=원전 운전 중에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기기의 구조적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압력 기기 내의 이물질 발생 및 기기 내부에서의 충돌 현상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발생 빈도는 매우 낮지만, 이물질의 충격량과 충돌 부위에 따라 기기의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국내 원전에서는 금속이물질 감시 시스템을 설치하여 이물질의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이에 로봇기기진단연구실에서는 기존의 이물질 발생 감시 기능 및 영향 평가 성능을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사이버물리모델 및 AI 기반 건전성 진단 시스템을 연구 중에 있다.

원전기기 건전성 진단용 사이버물리모델(좌) 및 시뮬레이션 기반 기기 건전성 진단 프로세스(우)

우선 국내 원전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에서 발생하는 이물질 충격 현상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사이버 모델들을 연구하였으며, 이 모델을 이용하여 실제로는 구현이 어려운 다양한 조건의 시뮬레이션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 수준의 이물질 충격 시뮬레이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를 개발하여 실제 이물질 충격 신호가 기기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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