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한 마디에…가구당 평균 19.5% 인하
사회적 배려계층 요금할인규모 30% 추가 확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한전과의 협의를 통해 최근 지속되고 있는 재난 수준의 폭염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여름철 전기요금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산업통상자원부

“폭염은 상시 자연재난이다. 전기요금 때문에 냉방기기 못 쓰는 일 없게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부가 7~8월 두 달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액으로 치면 모두 2761억원 가량으로, 가구당 평균 19.5%의 인하효과가 기대된다.

급작스러운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 발표는 당초 기상청 예보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폭염에 전력수요 예측이 빗나가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정책이 비난받는 것을 막기 위한 득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 각 가정마다 전기요금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7월과 8월 두 달 간의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확대 등 전기요금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부터 시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 정부는 사상 최고의 전력 공급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록적인 장기간의 폭염 속에서도 전력 예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며 “앞으로도 폭염과 함께 전력 사용량의 증가가 더 이어질 수 있으므로 폭염 기간이 끝날 때까지 전력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나아가서 전 지구적인 이상 기후로 인해 이제 폭염도 해마다 있을 수 있는 상시적인 자연 재난으로 생각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폭염을 특별재난에 추가하는 것 외에도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보아 국민들께서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폐지나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도 적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과 누진제의 수준을 외국과 비교해 국민들께 충분히 알리고,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개선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에 다음날인 7일 오전, 산업통상자원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현행 3단계인 누진 구간 중 1단계와 2단계 구간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누진제 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 상황에서 7월과 8월 두달간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누진제 완화는 현재 3단계인 누진구간 중 1단계와 2단계 구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단계 상한은 200kWh(킬로와트)에서 300kWh로 조정된다. 2단계 구간은 400kWh에서 500kWh로 각각 100kWh씩 조정된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한다.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하고 있다.

각 구간별 상한선을 높이게 되면 평소보다 시간당 100㎾ 정도씩 전기를 더 사용해도 상급 구간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누진제로 인해 높은 전기요금이 적용되는 걸 피할 수 있다.

◆월 200~400kWh 사용 가구 요금부담 줄어
누진제 완화로 생기는 요금인하 효과는 총 2761억원이다. 가구 당으로 계산하면 평균 19.5%의 요금 감소 혜택을 받게 된다. 도시에 거주하는 4인 가구(350kWh 소비)를 예로 들면, 냉방을 위해 100kWh를 더 쓸 경우 할인 전에는 8만8190원의 요금을 내야 했지만 이번 한시 할인으로 6만5680만 내면 된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누진제 영향을 많이 받는 200kWh와 400kWh 부근 사용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누진제 완화와는 별도로 사회적 배려계층을 위한 여름철 냉방 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한전은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다자녀·다가구, 출산 가구, 복지 시설 등을 대상으로 연간 4831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7~8월 두 달 동안 할인 금액을 각각 30% 확대하기로 했다. 여름철 전기요금이 3만원 나오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기존 제도로 2만원 할인되고 이번 대책으로 6000원이 추가로 할인돼 실제 요금은 4000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 냉방 복지 지원 대상을 출생 1년 이하 영아에서 3년 이하 영·유아 가구로 늘려 모두 46만 가구에 매년 25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시원, 여관 등 일반용 시설에 거주하는 배려계층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백 장관은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회적 배려계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특별히 기존 복지할인제도에 더해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했다”면서 “당정은 누진제 한시 완화와 사회적 배려계층 지원 대책에 소요되는 재원에 대해서는 재난안전법 개정과 함께 재해대책 예비비 등을 활용해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검침일 따라 전기요금 할인 달라진다?
그러나 정부의 누진제 한시 완화 혜택도 검침일에 따라 전기요금 할인이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침일에 따라 일부 가정은 7월 대신 9월, 8월 대신 6월에 사용한 요금이 할인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홈페이지를 통해 ‘하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 안내’를 공지하고 7∼8월 누진제 완화에 따른 전기요금 적용 방식을 알렸다.

이에 따르면 누진제 완화가 검침일별로 올해 7∼8월분 또는 8∼9월분 전기요금에 적용된다는 것. 검침일이 1∼12일인 가구는 8∼9월분 요금이, 검침일이 15∼말일인 가구는 7∼8월분 요금을 할인된다.

특히 검침일별로 할인되는 기간을 보면 검침일이 1일인 가구는 8월분(7월 1일∼7월 31일)과 9월분(8월 1일∼8월 31일) 요금이 대상이다. 검침일이 12일인 가구는 8월분(7월 12일∼8월 11일)과 9월분(8월 12일∼9월 11일)이다.

15일인 가구는 7월분(6월 15일∼7월 14일)과 8월분(7월 15일∼8월 14일)이며, 말일(31일)인 가구는 7월분(6월 30일∼7월 30일)과 8월분(7월 31일∼8월 30일)이 할인 대상이다.

검침일이 1일이면 가장 더운 7∼8월에 사용한 요금이 온전히 누진제 완화 혜택을 받지만 12일이면 7월 앞부분이 빠지고 상대적으로 시원해지는 9월이 포함된다.

전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15일이면 본격적으로 에어컨을 켜기 전인 6월이 절반가량 포함되고 8월 후반은 제외된다”면서 “향후 실제 기온에 따라 검침에 시기에 따른 할인 혜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은 한정된 인력 때문에 월별 검침을 같은 날 다 하지 못하고 7차례에 나눠 한다.

검침일은 1차 1∼5일, 2차 8∼12일, 3차 15∼17일, 4차 18∼19일, 5차 22∼24일, 6차 25∼26일, 7차 말일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전이 고객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검침일을 정하도록 한 한전의 기본공급약관이 불공정하다며 시정토록 한 바 있다.

업계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산업부는 주택용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요금 선택권을 주기 위해 스마트미터(AMI)가 보급된 가구를 중심으로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검침일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말 도입된 희망검침일 제도를 기본공급약관에 명확히 규정하고 검침일 변경을 희망하는 가구에 AMI를 우선적으로 설치한다.

백 장관은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여름철을 대비해 사상 최고수준의 공급력을 미리 준비했고 수요감축 요청, 화력발전 출력상향 등 예비율 7.4%(681만kWh) 수준의 추가 예비자원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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