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7주년 기념행사…대표사원 정재훈 사장 불참 '보이콧'

지난 9일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이 경주본사 2층 대강당에서 조합원과 경영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창립 제17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그러나 ‘한수원 대표사원’을 자처하는 정재훈 사장은 때 아닌 지방사업소 순시를 핑계삼아 불참했다.

이날 기념행사에서 김병기 한수원노동조합 중앙위원장은 “격동하는 시대적 변천 속에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한수원노조가 어느 덧 17돌을 맞이했다”면서 “원전보국(原電保國)이라는 흔들림없는 신념과 조합원 동지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 전력의 30%를 담당하는 회사로 성장했고 재난수준의 폭염에도 안정적 기저부하의 전력공급을 위해 불철주야 일선 현장에서 혼실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의 여파로 안전을 강조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에 이어 올해는 월성 1호기의 조기폐로, 신규원전건설 백지화라는 그야말로 초유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원전노동 현장의 안타까운 현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깨끗한 전기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다면 그 누가 반대하겠냐”면서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라는 웃음 뒷에는 간헐적 전력수급으로 인한 필연적인 설비 예비율 증가와 이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 국가에너지안보 위협 등이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예찬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전환은 불안정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안정적 백업전원 확보가 필수적이며, 축적된 기술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온 원전이 있어야 신재생에너지도 가능하다”면서 “7500여 원전산업 현장의 조합원들이 탈원전 정책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을 넘어 다가오는 미래세대에게 안정적 에너지원을 확보해주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01년 강릉시 민원으로 17년간 멈춰서 있는 ‘강릉수력사업소’ 방문을 이유로 정부와 사측의 탈(脫)원전을 반대하는 한수원노조 창립기념식에 보이콧했다.

대신 김형섭 기획부사장을 통해 축하인사를 전한 정 사장은 “사장이라는 말보다 대표사원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이에 자신을 한수원의 대표사원이라고 소개할 때가 많다”면서 “대표사원이라는 말은 여러분과 같이 회사를 위해 땀 흘려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직원이라는 뜻으로, 사원의 대표인만큼 사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 자긍심을 느끼는 회사를 앞장서서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월성 1호기 등 이사회 결정으로 직원 여러분께서 회사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이 크다고 알고 있으며, 미리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수원은 정부의 정책 틀 안에서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공기업으로 이미 정책은 정해졌고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나가야 한다. 냉철한 현실 인식 가운데 십년 뒤, 이십년 뒤, 그리고 백년 뒤까지 번영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그런 고민과 숙고 끝에 내려진 결정인 만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뒤를 보기 보다는 앞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페이스북의 내용을 기사화하는 언론매체에 대한 불편심기를 드러내면서 “원마인드로 원팀이 되어서 원보이스를 내야 한다. 그럴 때에만 어려운 환경 가운데 세계적인 에너지종합기업으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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