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이사장ㆍ안남성 총장 취임後 경영변화 능동적 대체
원전업계 “에너지정책학과 개설…당초 설립목적과 맞지 않아”

글로벌 원전 사관학교로 통하는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KEPCO International Nuclear Graduate Schooㆍ총장 안남성)가 ‘설립의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원자력산업계에 따르면 원자력발전 건설, 운영에 필요한 실무에 능통한 지도자급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KINGS가 “국가 에너지전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에너지신산업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에너지정책학과’ 개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원자력산업계가 KINGS 설립취지와 교육이념의 적절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자력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KINGS는 원전의 안전한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실무형 지도자급(리더)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5대 원전 공기업의 공동출연으로 2011년 9월에 설립됐다. 2012년 3월 첫 신입생이 입학한 이후 올해 1월까지 4번의 졸업을 통해 총 267명(국내 134명, 해외 23개국 133명)을 배출하며, 국내ㆍ외 원자력 및 전력분야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아가고 있다.

매년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겨울학습 프로그램 일환으로 시스템공학의 본고장인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GMU) 등에서 2~4주간 현지교육을 실시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적인 원전공학의 태두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합동으로 발표한 ‘에너지·환경·교육부문 기능조정방안’에 따라 KINGS의 운영을 기존 한전에서 원자력분야 전문성과 원전 수출기능을 보유한 한수원으로 이관해 지도자급 국제전문가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기조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로 자칭 ‘신재생에너지 전도사’인 안남성 총장이 취임하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장기 인력수급 지원 계획을 수립하면서 세간의 입방에 오르내리고 있다.

KINGS는 지난 7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2030 중장기 발전계획’을 공개했으며, 중장기 계획에는 에너지산업 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신규학과개설 추진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 에너지전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인력을 길러내고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에너지신사업 성장 동력 확보, 해외진출 및 수출사업 지원 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학과명은 ‘에너지정책학과’로 내년 3월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입학정원은 20명으로, 해외학생은 별도로 뽑을 예정이다.

하지만 KNGS의 중장기 계획에 대해 원자력산업계에서는 “당초 설립 목적과 교육이념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원자력산업계가 출자한 비용으로 인재육성을 핑계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하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원자력은 공학으로 분류해 핵공학, 핵화학, 방사화학, 보건물리 등 공학(Engineering science) 중심의 교과목으로 전문가(Disciplinary specialist)를 양성하는데 주력하지만 KINGS는 원자력발전분야에 특화된 고등교육기관으로 원자력산업 현장에서 지도자급 실무전문가가 갖춰야 할 경험지식과 의사결정능력 배양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에 KINGS는 단순히 원자력을 전공한 석ㆍ박사를 키워내는 대학교 내지 대학원이라고 규정하기에는 그 특성이 사뭇 다르다. KINGS의 학위 프로그램과 교과과정, 교수법은 원자력발전 산업의 활동 전반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지도자급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새롭고 혁신적으로 창안됐다.

원자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KINGS는 원자력산업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실무형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원전 해외수출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산업 인재 육성이 웬 말이냐. KINGS는 본연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각별한 인연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주장하는 안남성 총장의 신념이 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경영계획 등과 호흡 맞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실제로 KINGS 이사회 이사장으로서 의결권을 갖고 있는 정재훈 사장은 지난 4월 27일 열린 ‘2018학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도 당시 안남성 후보를 적극 지지하며 “KINGS는 원자력 분야에 한정돼서는 자생력이 부족할 수 있다. 현재보다 다양한 시작으로 종합에너지 분야로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전(前) 에너지기술평가원장 출신의 안남성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한바 있다.

그러나 KINGS 기획관리단 경영지원팀 관계자는 “정재훈 이사장과 안남성 총장의 취임으로 인해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내부적으로 능동적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산업 인력 양성 등을 포함한 새로운 비전 및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에너지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에너지정책학과를 개설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국회 산자위에 업무보고를 한 것은 맞지만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닌 계획단계로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KINGS는 오는 9월부터 ‘2019학년도 원자력산업학과 석사과정 신입생 모집’ 요강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빠르면 이달 말 혹은 내달 초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에너지정책학과를 개설’에 대한 확정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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