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vs 산업계 vs 정치권, 계획 타당성ㆍ이행가능성 ‘동상이몽’
산업부 “관계부처 협의…이해당사자 등 대외 의견수렴 거칠 것”

드디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기요금 개편과 수요 관리정책을 통해 에너지 소비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돼 원자력발전과 삭탄화력발전 등 화석연료 의존도는 낮추고 201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5~40%로 높여 관련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을 공개하자 에너지전문가와 산업계, 그리고 정치권에서 계획의 타당성과 이행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벌써부터 논쟁이 뜨겁다. 

지난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 에너지특별위원회)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주요 이슈와 과제?수요전망 및 수요관리, 적정에너지믹스, 온실가스 목표 이행을 중심으로>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 간 “알맹이가 빠진 에기본이다” “근거 데이터 밝혀 검증해야 한다”는 비판에도 “가용한 데이터를 모두 활용했다”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로 팽팽히 맞서며 난상토론을 극에 달했다.

이창호 전기연구원 박사는 “권고안은 체계적인 분석과 전망치는 빠진 채 개략적이고 상징적인 목표치만 제시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박사는 “(3차 에기본이) 국가 계획이기 때문에 연속성과 실효성이 담보돼야 하나 구체적인 정책수단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이전 계획처럼 구호에만 머물 것”이라며 “화석연료 과다 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고 전력시장규칙 개정만 바라보는 어정쩡한 상태가 수년 째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수요관리의 실효성이 확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효율향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에너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3차 에기본에 원자력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계획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장, 인구, 산업구조 등 주요 가정 사항, 비용과 부작용, 전력믹스 내용이 빠져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늘리면 피크 부하 완화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태양광의 발젼량은 원자력의 6분의 1에 불과한 등 그 효용이 다르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는 수력발전 비중도 높은데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만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구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쓴 소리를 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이번 3차 계획에는 전력과 가스 시장의 구조개편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의 주택용 LNG 가격과 발전용 가스 간의 ‘교차보조 효과’를 극복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시장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에 김진우 워킹그룹 총괄위원장은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은 있으나 검증된 최상의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밝히며 “권고안에는 방향성과 강조점을 담았다. 이는 정부가 제시할 최종안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박종배 위원장과 강승진 위원장도 유사한 입장을 나타냈다. 박 위원장은 “워킹그룹 내에서도 구체화된 계획과 데이터를 모두 제시해야하나 아니면 비전을 제시하고 단계별 과제를 짚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고민이 있었다”며 “공급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이 시대의 핵심 이슈를 밝히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숫자를 정확히 맞추는 계획이 아니다. 소그룹 등 내부 검토를 여러 차례 거쳤다”고 밝혔다.

권고안을 둘러싼 전문가들 간 이견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 및 대외 의견수렴(공청회 등) 등을 거쳐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관련법에서 정한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고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김삼화 의원은 “에너지전환 속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연착륙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기술적인 문제와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에너지기본계획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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