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국민 59.5% ‘전기사업법 원전 중단 조항 폐지’ 가결
국내원자력계 안팎 “우리도 탈원전 정책 국민에게 묻자”

대만 국민들의 탈원전 반대운동의 캐치프레이즈 '以核養綠(원자력으로 자연을 지키자)' /사진출처=마이클 쉘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 미국 청정에너지 연구단체인 환경발전(Environmental Progress) 대표의 Facebook 캡쳐화면

대만 차이잉원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롤모델로 삼았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정책 폐기로 인해 국내 원자력산업계 안팎에서는 반기고 있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2025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운영 가동을 완전 중단토록 한 전기사업법 조항(제 95조 1항)을 폐지하자’는 제안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589만5560만표를 얻어 59.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2016년 당시 민진당 후보였던 차이잉원 총통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아시아 최초로 ‘탈원전 정책’은 급속도로 진행됐는데, 지난해 1월에는 2025년까지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20%로 늘리는 정책을 펼쳤다.

이후 대만은 총 6기의 원전 중 4기의 가동이 중단했지만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 된 것. 지난해 8월에는 다탄 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고장으로 대만 전체 가구의 약 50% 가량이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특히 올해 여름 전 세계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부족 상태가 이어졌다. 또 설상가상으로 전기요금 인상 논란까지 겹치면서 결국 대만 국민들은 ‘전력수급’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국내 정치권과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대만을 롤모델로 삼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도 더 이상 ‘독단’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월성 1호기를 비롯한 2029년까지 노후원전 10기 폐쇄 및 신규원전 건설백지화 등 탈원전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는 것은 물론 탈원전‧탈석탄으로 부족한 부분은 LNG발전으로 대체한다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채익(자유한국당 재앙적 탈원전 대책특별위원장)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대만 차이 총통의 공약과 빼닮았지만 그 피해는 우리가 더 심각하다”면서 “힘겹게 쌓은 세계최고 수준의 원전기술력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고 전문 인력들은 해외로 도피하듯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올해 상반기 한국전력은 8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추가 전력구입비가 약 147조원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탈원전으로 인한 원전 인근 지역도 천문학적인 경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자력학회는 2번의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의 유지·확대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원자력 관련 기관의 여론조사는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했지만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있는 ‘나홀로 탈원전’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대만도 탈원전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하냐’고 주장해온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대만의 탈원전 폐기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에너지는 국가의 백년대계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직접 국민투표를 실시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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