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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원전산업 숨쉬게 해달라 ”한수원-두산중공업 주요협력사 간담회 “재갈 물리고 말하라니 답답”
업종변경 그리 쉽나…물량공백ㆍ자금압박 호소에도 '정책수정 불가'

“원자력산업 생태계는 지금 당장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 정부와 한수원은 인공호흡기를 가져와 생태계를 지원하는 척 생색을 내지만 인공호흡기 필요 없다. 원전 생태계의 목을 조르고 있는 탈(脫)원전 정책만 걷어내면 될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산업계가 붕괴되고 있다.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훈풍에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수정 불가’ 반응에 원자력산업계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선(先)제작 중이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원자로/냉각재펌프/RCP 등)와 터빈/보일러의 제작이 약 17개월 가량 중지돼 창원을 거점으로 경남지역 원전 중소기업들이 고사위기에 놓여있다.

이에 원자력산업계 맏형을 자체하고 있는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두산중공업 협력사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창원을 찾았다. 그러나 협력사들은 “생색내기 이벤트에 참석해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의 사자성어를 다시 한 번 새기게 됐다”  등 냉담한 반응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창원시 의창구 소재 풀만 앰배서더 호텔에서 경남지역 소재 ‘원자력 주요기기 공급 협력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한수원에 따르면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비롯해 경남도청, 한국원자력산업회의, 두산중공업과 20개 주요 협력사 대표, IBK기업은행, 신용보증보험, 기술보증보험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간담회 다음날인 16일 한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간담회에 참석한 협력사 대표들은 ▲해외 원전수출 시장 환경 조성 ▲공급자 등록제도 개선 ▲금융 ▲기자재 해외수출 ▲인력 유출 방지 및 교육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고 홍보했다.

또 한수원과 원전기업지원센터는 이날 논의됐던 협력사의 애로사항과 지원방안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핵심인력 유지방안 등을 함께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일 한국원자력신문과 발전산업신문이 공동으로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를 취재한 내용은 보도자료와는 사뭇 달랐다.

◆시한부 위기 “조선업처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요청
20개 협력사 대표들은 “신고리 5‧6호기 기자재 제작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든 올해가 원전 중소기업들은 고비이다. 기업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어진 시간은 고작 몇 개월 뿐”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 완공 예상 시점(2025년)까지 일감이 확보되고 업종변경을 위한 투자와 R&D개발, 그리고 해외원전 수주를 통한 추가 물량도 기대할 수 있는데, 현재로써는 희망이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A업체 대표는 “원자력산업이 호황일 때는 특수산업이라 은행권 대출도 잘됐는데, 정부의 탈원전 추진 이후 현재는 사양산업으로 치부 받아 금융거래가 막힌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건물(공장), 혹은 설비라도 팔아서 직원들 급여를 주며 연명하고 있지만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대출상환 일정이 앞당겨지거나, 이자율이 3배 이상 올라 딱 죽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B업체 대표 역시 “원자력산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수십년을 이어왔는데, 아무리 정책이 바뀌었다고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차라리 정부가 원자력산업도 조선업처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는 경기 변동,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을 지정해 종합적 고용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로 2015년 12월 15일에 도입됐다. 2016년 7월 구조조정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된 조선업을 최초로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으며, 3차례 연장돼 오는 6월 30일까지 운영된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이후 조선 밀집지역(울산, 거제, 창원, 목포/영암)에 ‘희망센터’를 설치해 지역ㆍ현장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강화된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한 기업이 크게 늘었고 지역ㆍ산업 맞춤형 일자리사업 등을 통해 조선업종과 밀집 지역의 고용충격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재훈 사장은 “나의 친동생도 종소기업을 20년 운영하다가 지난해에 문을 닫았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다른 업종도 다 힘들다”면서 “조선업계 힘들었지만 서서히 회복하고 있지 않느냐. 원자력산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해 관련부처들과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C업체 대표는 “국제적으로 원자력산업이 사양산업인데, 업종변경을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하지 않았냐고 비난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그리 쉬운가”라며 “대기업이 아닌 이상 기존의 업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테고, 당장 이익을 낼 수가 없을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의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업종 전환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최근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발언으로 업계가 희망을 갖고 있는데,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끝나면 (신규원전 백지화)어떻게 할 것이냐”고 호통치면서도 “서서히 준비하자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할 게 없다. 한수원과 협의해서 찾아보자. 적극 돕겠다”고 달랬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경남도청 주관으로 열린 비공개간담회에서 금융지원에 대한 건의가 많았던 탓에 IBK기업은행, 경남은행, 신용보증보험, 기술보증보험 등에서도 참석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자세한 언급을 꺼려했다.

D업체 대표는 “사실 경남도청 간담회에서는 한수원, 금융권은 물론이고 두산중공업 관계자도 배석하지 않고 오롯이 협력사들만 참석해 정무부지사에게 현재 업계의 어려움을 여과없이 표출했다”면서 “기업체들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은행 관계자들이 마주보고 앉아 있는데, 어떤 간 큰 사장이 어느 은행이 이자를 높였다, 또 대출상황을 독촉한다 등 재갈이 물린 채로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E업체 대표는 “이번 한수원 간담회는 곁으로 보기에는 소통간담회로 포장했지만 결국에는 시쳇말로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는 상황이다.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신규원전 건설을 없을 테니 ‘살고 싶으면’ 업종 변경하라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원자력산업계가 업종변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건설재개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인데, 어쩌면 이토록 우리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재훈 사장 “두산重, 신규 먹거리 전환하지 못해 아쉬워”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두산중공업 관계자의 경영현황 발표도 있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매출분야 2014년도 7조4000억 대비해 2017년 5조7000억 수준으로 22% 감소했으며, 예정됐던 신규원전 6개 백지화에 따른 매출손실 약 7조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원자력의 경우 기자재매출의 약 40%는 중소협력사 분임으로 이에 두중의 어려움이 협력사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과거 평균 2~3년 단위로 신규원전 발전소 물량이 발주됐지만 2014년 신고리 5‧6호기 이후 원전건설 발주가 없어 어려움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체코와 사우디 원전이 수주되더라도 국내원전 발주가 없을 경우 2019년 이후 3~4년 물량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위기대응 방안으로 원자력BG 인력을 2017년 1월 대비 15% 감소했으며, 사업부문(BG)도 6개에서 3개로 축소한데 이어 올해 1월부터 과장급 이상 관리직 직원 2개월 순환휴직 및 그룹 내 관계사 전출을 실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 신규원전 물량이 없을 경우 전문인력 및 설비유지에 극심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정재훈 사장은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일단락 됐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 한수원이 이 자리에서 ‘한다만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신한울 3‧4호기 건설 문제는 완결된 사항 아니니 추이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또 정 사장은 “최근 두산중공업에 대한 발언에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두산중공업이 미래를 보고 미리 사업전환을 준비했으면 좋았겠다는 의미이다. 원자력발전 아니라도 수력‧양수 등 기술개발에 미진한 부분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반등하거나 희망을 찾은 기업들이 있다”며 “창원 지역 기업들이 특히 어려운 것 같은데, 원자력생태계의 줄어든 일감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창원=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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