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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오는 6월, 때 놓치면 40년 이룬 공급망 붕괴는 일순간”[현장르포-‘脫원전의 늪’ 리얼생존記①]두산중공업 협력사 금천공업-(주)세라정공
물량감소 자금압박 경영난 심각…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 “업종전환 시간달라”

“원자력산업계가 모두 죽겠다는데 대통령께서는 무책임하게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 불가’만 되풀이하고 있다. 신고리 5ㆍ6호기 납품이 마무리되는 오는 6월 이후에는 회사가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 마치 6개월 말기 암(癌) 선고을 받은 시한부 환자가 된 것처럼 비참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개월. 탈원전 정책기조 아래 ‘신규원전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원전 소재 및 기계, 플랜트 기자재 중소기업들이 자리잡은 창원과 경남지역 일대는 침체의 늪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물론 국내 경기가 지속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엉망진창은 아니었단다. 자구노력으로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IMF를 겪던 1998년 혹은 원전비리로 한창 몸살을 앓던 2014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정말 죽음을 맞은 초상집이었다.

원자력발전이 유망산업으로 대접받던 호시절에는 금융권 문턱도 낮았고, 손톱 밑에 기름때와 쇳가루가 온 몸을 뒤덮어도 수십 년 몸으로 익힌 숙련기술의 긍지와 국책사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만큼은 남달랐다.

“그랬기에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금천공업 황철주(사진) 대표이사. 창원시 팔용동에 터를 잡고 있는 금천공업은 2000년에 설립했으며, 두산중공업 협력사로 보일러 발전 설비 부품 및 지그(BENDING DIE, HYDRO TEST JIG, PULVERIZER TRUNNION BUSHING 외) 및 원자력 발전 설비 부품(S/G, R/V NOZZLE류, STUD&NUT 외) 제작뿐만 아니라 수압 시험용 지그(Hydro Test Jig) 및 특수 가공용 기계를 개발하는 전문업체이다.

실제로 양양양수 4호기 터빈 BOTTOM RING 수정작업을 비롯해 한빛 1ㆍ2 원자력 터빈 LP ROTOR COUPLING SPACER 교체공사 한울 5호기 원자력 Control Valve 42”SEAT 교체공사 등 다년간의 현장경험 및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본지 기자와 만난 황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먹는 밥이 채한다고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통해 업종 전환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달라는 것인데, 정부는 검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황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의 원전기술을 높게 평가하는데, 왜 정부는 스스로 원전시장에서 퇴장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중국은 우리의 서해인 동해라인에 100개의 원자력발전을 건설, 계획하고 있다. 사고 나면 직접적 피해는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닥치는데, 그 위험성에 대해 정부는 한마디도 못하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서 그는 “신고리 5ㆍ6호기의 납품이 완료되면 사실상 일거리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신한울 3ㆍ4호기 중단되면서 자금압박이 심해졌다. 금융권의 대출상황 요구와 높아진 이자율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고생하는 직원들의 급여를 챙겨야했던 탓에 결국엔 2016년 구입한 2억5000만원 상당의 제작설비를 헐값에 팔아야했다”고 말해 탈원전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했다.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은 10년 넘게 정부 계획에 따라 추진되던 사업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지 조성이 완료되고 설계 및 원자로와 같은 고가의 기기 제작이 착수된 상태에서 건설사업이 중지된 것이다. 매몰비용만 7000 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기기 제작에 참여한 산업계와 일감이 사라진 2000여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으며,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탈원전 상황이 계속되면 원전 공급망 붕괴와 인력 유출로 인해 국내 원전의 안전운영은 물론 원전수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가 안 되면 2~3개월도 버티기 힘들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도 다 헛소리”라며 “특례업종 지원해봐야 이자 보존 1~2%에 불과한데, 신규원전 백지화 이후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대출담보와 금액에 따라 많게는 9%까지 이자율이 높아졌다는 업체대표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속하면서 죽어가는 기업에게 누가 대출을 해주겠는가”라고 씁쓸해했다. 

또 전날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기업지원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한 ‘원자력 주요기기 공급 협력사’ 간담회에서 정재훈 사장의 발언 중 “두산중공업 협력사도 새로운 아이템(기술) 개발할 수 있도록 한수원이 적극 도와주겠다”는 약속에 대해 황 대표는 “산업계 사정을 너무도 모르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원자력기술 개발 지원을 받으려면 일단 한수원 유자격등록이 필수이다. 자격조건으로 보유자금력(신용도)도 중요하지만 최소인력이 9명인데, 현재 금천공업은 지난해 5명이 퇴사해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한다.

황 대표는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원전 해체분야의 주력기술은 절단인데 가공업체와는 무관한 기술이며, 이미 기존 업체도 포화상태로 금천공업과 같은 소규모 영세기업이 신규로 참여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 사장의 말은 손톱만큼도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사진 좌)금천공업이 제작을 완료한 신고리 5ㆍ6호기 원자로 부품 일부가 출하대기 중이다. (사진 우)세라정공은 100억원에 구입한 독일제 WALDRICH 대형 CNC Plano Miller가 물량공백으로 한달 이상 가동을 멈추고 있는 실정이다. ⓒ창원=한국원자력신문

자식같은 부품제작 설비 ‘헐값’ 처분…억장 무너져 눈물만 흘려
생사고락 함께 한 직원 떠날 때 붙잡지 못하는 심정 ‘누가알까’

한편 이날 오후 찾아간 경남 김해시 본산준공업단지에 위한 ㈜세라정공은 금천공업보다는 규모가 조금 더 큰 업체지만 역시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2009년 원자력분야에 진출한 세라정공은 두산중공업 협력사로 플라노 밀러(Plano miller)와 보링 모신(Boring Machine) 등 초대형 금속 절삭기를 갖추고 원자력 주 부품의 임가공을 수행하고 있지만 지난해 25명이던 직원은 17명으로 줄어들었다.

김곤재(사진) 대표이사는 “신한울 3ㆍ4호기 재개 불투명으로 가장 큰 단점은 매출 감소로 대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원자력 공정율이 전체매출의 역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고 2년 이상을 버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장을 둘러봤듯이 원자력 부품 가공에 맞춘 전문성 장비라 구입할 때는 50억~100억 원 정도했지만 (해외바이어 낀 장비브로커 성행)팔 때는 5억도 못 받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교한 고품질의 원자력부품을 생산했던 장비(설비)로 일반제품을 생산한다는 것도 손해”라면서 “원자력부분의 사업을 정리하게 되면 관련 인력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기조로 삼은 '일자리창출(고용)'에 역행이며, 고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을 접으라는 것 또한 '소득주도성장'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라정공은 수십 년 함께 일했던 직원들 일부가 회사를 떠났다. “떠나는 직원들을 붙잡아야 했지만 조선업(해양플랜트) 및 자동차산업 불활에 이어 원전산업까지 내수시장에서 물량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회사가 비전을 제시할 수 없어 차마 붙잡지 못한 심정을 그 누구도 모른다”며 김 대표는 고개를 떨궜다.

최근 여당 내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 발언이 잇따르면서 원자력산업계는 실날같은 희망을 품게 됐다. 그러나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강재열 한국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 등 소위 원자력산업계 윗분들은 원전 중소기업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이 끝나면 (신규원전 백지화)어떻게 할 것이냐”며 업종전환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 대표는 “세라정공도 수화력 등 발전설비 부품과 제철설비와 선박엔진 등 임가공도 수행하고 있지만 기존 업계도 치열하고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면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노후 수력설비 교체 등 물량이 쏟아질 것처럼 언급하지만 국내 원전시장은 20%인데 반해 수력시장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쓰리마일과 체르노빌,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세게 원자력산업계는 이들 사고를 교훈삼아 더욱 안전한 원전을 운영하고, 건설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이 위험하면 노후원전에 대한 운영정지가 먼저이지 새로운 기술로 업그레이드 된 신규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은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아온 입장에서 그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자력 정책 관련 독립적인 국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에 따르면 “원전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멸종 위기 종”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 산업도 사양산업으로 분류했다.

더 이상 신규 원전 사업은 시장 형성이 되지 않을 것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도 전력공급 측면이나 자율경쟁시장체제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군사적 이슈 등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탈원전 반대와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가 단순히 원전업계의 이익만을 위해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40년 원전선진국으로부터 온갖 설움과 멸시를 견디면 이룩한 우수한 기술을 버리는 것이 안타깝고, 전기다소비 업종을 유지하려면 원전 운영은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그는 “물론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면 원전산업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 자명하지만 우리의 경제구조는 자율경쟁 시장체제인데, 정부와 정치, 이념이 필요 이상으로 시장에 개입돼 있다”며 “원전산업이 사양산업이라면 업계 스스로가 손을 놓을 것이다.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원=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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