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원안위 비상임위원 임명거부 79일째, 2명 ‘결격사유 타당’
한국당, 탈원전 몽니 ‘삼권분립 파괴’ 규탄…독선으로 국회 능멸

“국회가 본회의 표결로 의결하고, 국회의장의 서명를 거쳐 추천된 2명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임명을 거부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는 오만과 독선을 당장 멈춰라.”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이병령 전(前)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형원전 개발책임자(박사)와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에 대한 지명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과학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사건을 저질렀다”면서 “더 큰 문제는 국회 의결을 무시한 초유 사태의 이유가 법률상 결격사유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의도가 개입한 결과물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상식과 법리가 적용되는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이뤄져야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주장하는 이들 지명자의 결격사유 근거는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법리적, 혹은 상식적으로 선(善)에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액체금속학의 대가로 원전 부품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의 안전도를 책임지는 최고의 전문가이며, 이병령 박사도 1990년대 한국형원자로(OPR1000)를 설계ㆍ개발해 완성시킨 전문가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전사업본부장을 엮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화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20일 청와대 인사수석실 K국장은 원안위 운영지원과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유한국당 추천 원안위원 후보자 2명에게 결격사유가 확인됐다”고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다음날인 21일 원안위의 이 관계자는 청와대로 불려가 해당내용에 대해 구두로 설명을 다시 듣게 된다.

김성태 의원은 “원안위원의 결격사유가 포함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원안위법)에 대한 유권해석은 원안위 소관 업무로, 청와대가 결격사유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며 “하지만 원안위는 법적 검토도 없이 엉터리 기준을 들이대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원안위원 2명을 무자격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처럼 청와대의 독선과 오만이 하늘을 찌르다 보니 대통령에게 보고도 않은 사안으로 원안위를 통해 국회와 야당을 능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원안위는 이경우 교수의 경우 한국원자력산업회의에서 1회성 회의에 참석하면 받은 자문료 25만원에 대해 원자력이용자단체의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해석돼 ‘원안위법 제10조 제1항 제5호’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병령 박사는 3년 전부터 공식휴업 상태인 원전수출 마케팅에이전시 대표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표로 재직했던 ㈜뉴엔파우어, AEHI아시아가 원전수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원자력이용자의 장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해석돼 ‘원안위법 제10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원안위는 “이러한 사실을 국회에 알렸으며 현행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하에서는 원자력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하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원안위법」 개정 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안위가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연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병령 박사가 대표로 재직했던 회사가 ‘원자력이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원자력관련법에 정의돼 있는 ‘원자력이용시설’, ‘원자력시설’, ‘원자력이용과 관련된 시설’에도 전부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청와대가 주장한 원안위법 제10조 제1항 제4호‘의 결격사유인 ‘원자력이용자’에 해당하지 않을 뿐더러 원안위의 규제를 받는 ‘원자력관련 시설’도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반면 이경우 교수에 대해서는 2017년 7월부터 3개월간 진행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재개 공론화위원회’ 요청으로 한국원자력산업회의에서 주관하는 회의(2017년 8월 18일)에 참석한 회의비 25만원을 받은 부분을 두고 “사업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청와대가 원자력안전 전문가를 원안위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최연혜 의원은 “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공공기관, 발전업계, 학계, 민간기업 등 총 116개(▲건설(15개사) ▲기술용역(40개사) ▲연구공공기관(8개사) ▲외국회사(6개사) ▲전력(6개사) ▲제조(32개사) ▲학협단체(9개사) 등)의 회원사로 구성된 협의체로서 안자력안전법에 규정된 ‘원자력이용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민간기업과 단체로 구성돼 있다“면서 ”그런데 원자력산업회의를 ‘원자력이용자단체’로 보는 것은 원자력전문가를 배제하기 위한 자의적인 확대해석이라는 억지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들 지명자는 국회법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추천해 여·야 합의와 국회 의결을 거쳐 국회의장의 서명을 거쳐 정부에 넘긴 원자력안전 전문가”라며 “법에도 없는 결격사유로 국회가 추천한 인사를 배제하는 청와대의 원안위원 임명거부 사태는 청와대의 삼권분립 파괴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원자력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돼 있는 무자격자들을 원안위에 포진시켜 원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문성 있는 원안위원을 청와대가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안위를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지난 12일 원안위의 답변으로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원전안전 전문가 2명은 결격사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추천한 2명의 전문가를 즉각 임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2명, 국회(여야에서 각각 2명씩) 추천 비상임위원 4명과 정부추천 비상임위원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돼 있다.

현재 원안위는 사회복지학과 출신인 엄재식 위원장을 비롯해 김호철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장찬동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김재영 계명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 4명의 비상임위원들은 원전과 상관없는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들로 문재인 정권의 ‘캠코더 인사(캠프+코드+더민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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