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후배들의 좋은 교과서와 나침반 역할 기대”

 

임용규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이사장. 
원자력 비발전 분야의 색다른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증진과 원자력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설립된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임용규 이사장이 저술한 ‘일과 보람을 찾아서’라는 회고록이 발간돼, 원자력 산업계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임용규 이사장이 저술한 ‘일과 보람을 찾아서’라는 회고록은 임 이사장이 원자력분야와 첫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원자력을 도입한 동기, 1956년 문교부 기술교육국 원자력과 설립 배경, 미국 알곤 국제원자력학교의 우리나라 국비 유학생들의 역사, 우리나라 최초 연구용 원자로 트리거 마크 도입 비사(秘史)와 숨은 이야기 등을 잔잔하게 담아, 원자력 산업계의 후배들에게 좋은 교과서와 교훈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보건물리학 방사선 안전 분야 개척자인 임 이사장은 1950년대 후반부터 원자력산업분야에서 청춘과 젊음을 받친 ‘원자력 1세대’ 원로 분들의 숨은 애환과 열정도 솔직하게 기록해 ‘원자력 비사 (秘史)’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임용규 이사장을 만나 원자력 회고록인 ‘일과 보람을 찾아서’를 저술하게 된 동기와 원자력산업계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조언을 들어봤다.

▲‘일과 보람을 찾아서‘ 출간한 소감은.
 솔직히 말해서 쌓여 있던 숙제를 정리한 느낌이다. 홀가분한 느낌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생존해 계신 분들과 독자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였기 때문에 한계를 느꼈다.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나는 우리나라 원자력 초창기에 원자력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새로운 분야의 학문을 접하게 되었고, 당시 내가 전공한 분야가 원자력분야에서도 방사선안전을 다루는 분야로서 전공자가 드물어 원자력을 다루는 곳에서는 필요하여 약방의 감초역할을 했다.

나는 원자력분야와 인연이 계속돼 원자력연구소와 과학기술처, 정부출연기관 등에서 공직생활을 해왔고 공직을 떠난 후 에도 원자력분야와 인연이 계속되고 있으니 반세기를 원자력과 더불어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간간히 남겨두었던 자료와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니 서투른 욕심이 생겨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또한 원자력 1세대의 원로로서 원자력분야에 중점을 두어 내가 경험했던 색다른 일들을 솔직하게 기록함으로써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1950년대 초창기에 뿌려놓은 원자력 씨앗이 성장해서 세계원자력 6대 강국으로 세계시장까지 진출하게 된 지난 반세기를 되돌아볼 때 우리세대에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이 이렇게 까지 국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커다란 이목을 집중 받게 될지는 차마 몰랐다. 이것은 그 동안 원자력인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각 분야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일궈낸 장한 업적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자만하지 말고 과거를 되돌아보는 역사의식과 미래에 대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원자력은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정치, 군사, 외교와 직결되어있는 국제정치학적 이해관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룬 한·미 원자력협력문제도 우리세대가 해결해야 할 중요과제다.

▲책 집필 준비 기간과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그동안 간간히 모아두었던 자료를 챙기고 반세기 전의 기억을 회상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나는 문필가도 아니고 공학도이기 때문에 독자의 편에서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문장을 구상하는 일이 어려웠다. 쓰다 중단하다를 반복하였기 때문에 한두 해 정도 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계의 선결과제와 발전방안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린다면.
창의적 기술 개발이 지속적으로 취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선행 되고 여기에 전문 인력과 우수한 엔지니어 양성이 중요하다. 특히 안전성을 확보하는 문제도 필요하다. 절대 안전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을 높이는데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국민 스스로가 원자력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국민과의 의사소통과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 원자력과 방사선을 올바로 이해시키는 교육사업도 계속되어야한다. 또한 방사선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분야도 넓고 방대할 뿐 아니라 의료, 산업분야, 농수산분야 등 우리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도움이 되는 비 발전분야에 대한 실천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도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진흥법을 제정해 비 발전분야에 대한 지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비 발전분야에 대한 연구소 설립과 선택과 집중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한다.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등 원자력 선진국과의 국제협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야 하고 원자력 선진국답게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참여하여 국제적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방사선 보건 물리학분야의 선구자로서 하고 싶은 말씀은.
보건물리학(Health Physics)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국제원자력학교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원자물리나 공학을 배경으로 방사선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학문적으로 다루어 방사선의 피폭으로부터 인체나 환경을 안전하게 방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원자력이 존재하는 곳에 방사선이 따르며 원자력과 방사선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 원자력의 이용기술은 방사선의 이용기술이다.

우리나라 원자력 초창기에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선구자라기보다는 개척자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원자력의 이용분야는 늘어나는데 보건물리학을 제대로 전공한 전문가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 보건물리분야의 전문 연구소도 만들고 연구 개발을 비롯한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원자력계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 원자력 초창기 개척자로서 고생하셨던 원자력 1세대들이 많이 타계하셨다. 원자력 후배들은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선배들이 남긴 족적도 역사의식을 가지고 뒤돌아보고 각자 맡겨진 일에 최선의 노력을 하면 우리나라 원자력은 녹색성장의 견인차로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과학 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