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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너지안보 차원서 원자력 재평가 필요하다”에너지경제-외교안보 전문가들, 재생에너지 간헐성ㆍLNG 수입선 확보 우려

국가의 원활한 에너지수급 이슈는 경제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다양한 고려사항이 적용되는 가운데 국가 주도의 면밀한 계획에 따라 장기간에 걸친 이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5년마다 수립하도록 돼 있으며, 현재는 2014년 1월 에너지위원회가 수립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2013~2035)’이 유효하고 올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이라는 기조아래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재생에너지 및 액화천연가스(LNG)발전 확대를 지향하는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의 여러 시행방안 중 원자력발전의 비중 축소 및 폐지와 관련해서는 자급에너지로 분류되는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발전연료의 높은 수입의존도, 여타 국내 발전원의 부족 등을 이유로 ‘에너지안보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에너지안보’를 정의하는 의견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에너지경제 및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 측면과 가격측면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에서의 에너지공급 안정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소, 에너지전환 성공…자립형 에너지원이 버팀목
지난해 3월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에너지전환 시행 국가들의 경험이 한국에너지 안보에 주는 함의’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독일과 스위스, 그리고 비자발적이지만 일본에서 시행된 원자력발전 비중 축소 및 여타 발전원으로의 에너지전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정책적 고려 사항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자립형 에너지원의 존재가 에너지전환 시행의 버팀목이 됐으며, 반대로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의 에너지전환 시행은 에너지안보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에는 재생에너지 및 국내에서 생산되는 갈탄발전의 일정 수준 유지가, 스위스의 경우에는 수력발전의 존재가 적지 않은 비중의 원자력발전을 축소 내지 폐지를 결정할 때 큰 역할을 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국내 에너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자립형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의 이용 중단이 발생함에 따라 대체발전원인 화석연료의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구매선 확보 및 적정 도입가격 유지 측면에서 큰 도전이었다.

둘째 전력수급 불균형의 유사시에 대비한 전력망의 외부 전력망과의 연계가 일종의 비상전원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완화하는 해결책으로도 기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독일과 스위스의 경우 자국의 전력망이 EU통합전력망에 연계돼 있어 국내 전력공급 부족사태 발생 시 언제든 해외로부터 전력을 수입할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정책이 야기할 에너지안보 차원에서의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이에 보고서는 “이러한 에너지 전환 시행 국가들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에너지안보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예상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의 비중 축소를 재생에너지발전 및 LNG발전 확충으로 상쇄하겠다는 것인데,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잠재량과 LNG의 적정가격 수입선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설비용량 기준으로 8965.7GW로 추산되지만 경제성까지 고려한 잠재량, 즉 보급 확산을 위한 비용보조수단을 제외한 조건(완전 경쟁시장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잠재량을 의미하는 시장잠재량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다.

이 보고서는 “2017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6.2%에 수준인데, 이를 13년 내에 발전량의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고 언급했다.

심지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이전의 연구 자료이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신정부 전원구성안 영향 분석, 2017년 6월)에 따르면 탈원전·탈석탄 시행 시 2030년의 LNG 발전수요는 2029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상정하고 있는 수요량보다 2378만t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 발전용 LNG 수요의 2.5배, 총 LNG 수요의 70%가 추가 공급돼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결국 세계 LNG 공급 능력을 고려할 때 국내 LNG 수요 증가분을 충족할 수는 있겠지만 가격인상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계 LNG 수급상황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LNG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LNG 수급불안 시 에너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에너지고립섬 韓 “LNG 과도한 의존…수급불안 위협” 경고
이 보고서는 “한국의 전력망은 독립된 망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전력망과 연계되어 있지 않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기인한 혹은 여타 이유로 발전연료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나타날 전력 공급 감소에 관한 대응이 여의치 않은 구조로 역시 에너지안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지리적 여건 및 에너지수급상황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채택된 ‘제4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원전 비중을 20~22%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은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탈원전의 기조는 확실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비 및 이를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특히 고려할 사안은 LNG 수입선 확충 및 다변화”라고 언급했다.

에너지전환 정책의 시행으로 LNG발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시장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 LNG 도입물량 증대를 지원할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은 기존의 LNG 수출국을 상대로도 일종의 레버리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돼 공급량 및 도입가격의 안정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도 가스수출 확대를 위해 LNG수송선을 통한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러 협력 추진은 2017년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통한 한-러시아 협력의 9개 다리(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와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이 보고서는 “물론 북한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북한 핵·미사일 위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실현가능성은 지극히 떨어진다”고 밝혔다.

◆탈원전 정책으로 막힌 ‘에너지자급률’ 개선 더 힘들어져
무엇보다 전기생산 연료의 공급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현재 상황에선 원자력발전이 가장 유리하다.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에너지밀도가 높아 연료비축이 쉽고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에너지경제 전문가들은 “제 1ㆍ2차 오일쇼크와 같은 고유가시대가 도래하거나 석유 생산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피크 오일’ 시점이 발생한다고 해도 국가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공급을 하려면 국외정세에 대비한 연료 공급과 에너지안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2009년 기준 283년분이 남아 있으며, 어느 한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세계 전역에 걸쳐 매장돼 있어 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또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한번 장전하면 15~18개월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길어야 1개월분 밖에 저장할 수 없는 화석연료에 비해 연료비축 능력이 월등하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은 국외 에너지 수급상황이 급격하게 변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라늄은 수송과 저장이 쉽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우라늄은 해수면에서 무한정으로 많은 양이 매장돼 있어 탐사 및 채광기술이 발전될수록 매장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에 2011년 기준 에너지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고 보유에너지자원이 빈약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임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25일 ‘에너지정책의 정치와 경제학’이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제5차 토론회에 참석한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우리나라는 대표적 에너지안보 취약국으로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자급률 개선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간헐성 문제를 갖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에너지안보 기여도는 평가절하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력수요 과소 추정을 우려하며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설정된 전력수요 증가율 1.3%가 5년 전에 작성된 6차 계획에 적용됐다고 가정하고 2018년의 전력수급을 추산해 보면, 공급용량은 90.2GW 정도로 2018년 7월 24일에 실제 발생한  최대 수요 92.5GW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등 대정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교수는 “간헐성 높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확대됨에 따라 우리나라처럼 전력계통이 고립된 국가는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유럽망에 연결된 독일과 같은 국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우리나라는 국산에너지가 빈약하고 연결된 전력망도 없기 때문에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면서 “이에 적정 에너지안보 수준 유지를 위한 원자력발전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인접국과의 전력망 연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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