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조원 부가가치 창출…최우선가치 ‘국민 안심’ 원자력 기술개발 박차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대한민국 원자력 역사와 괘를 같이 한다. 미래 에너지 원자력을 꿈꾸며 탄생한 연구원은 그간 각종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관련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적은 연구비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원자력 기술자립의 신화를 써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구원이 지난 60년간 걸어온 행보를 되짚어봤다.

◆연구용원자로 도입부터 ATLAS까지…원자력기술 연구 선도
연구원은 개원 초기인 1960~70년대에 연구용 원자로 1·2호기를 도입하고 원자로 설계, 핵연료주기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원자력 발전 시대를 열기 위한 기술자립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1987년 중수로 핵연료, 1988년 경수로 핵연료 국산화 설계 및 양산 기술개발에 성공하며, 기술 자립의 시작을 알렸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국내 가동 중인 모든 원전에 국산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양산·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1995년에는 세계 10위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를 자력으로 설계·건조했다.

하나로는 현재까지도 핵연료 및 원자력 발전소용 노재료 개발, 의료용 및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중성자 이용 재료 연구 및 신소재 개발, 고품질 반도체 생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로 활용 중이다.

이듬해인 1996년에는 안전성을 높이고 우리나라에 최적화한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의 원자로계통을 설계했다. 울진 3·4호기에 첫 적용된 이후 국내 원전 중 12기가 한국표준형원전으로 건설됐다. 2006년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지하처분연구시설인 KURT(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를 준공했다. 심지층 영구처분 기술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IAEA로부터 ‘URF(지하처분연구시설) 네트워크 협력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연구원은 또 전량 수입하던 기존의 핵연료 피복관보다 성능이 우수한 고성능 지르코늄 신합금 핵연료 피복관인 ‘하나(HANA) 핵연료 피복관(2003년)’과 핵연료 소결체(pellet) 결정립의 크기, 품질, 생산성이 대폭 향상된 ‘대결정립 UO2 핵연료 소결체 제조기술(2007년)’ 개발에 각각 성공했다. 이 기술들은 2012년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사상 최고 기술료인 100억원에 한전원자력연료에 이전됐으며, UAE에 건설 중인 원전에도 적용되는 등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연구원은 2012년 인구 10만명 도시에 전력 생산과 해수담수화가 동시에 가능한 일체형 원자로 SMART를 독자 개발, 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는 쾌거도 이뤘다. 연구원은 2015년 사우디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과 ‘SMART 건설 전 설계(PPE) 협약’을 맺고 사우디 현지에 SMART 2기 이상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14년에는 280억원 규모의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로(HOR)에 냉중성자시설을 설치하는  OYSTER(Optimized Yield for Science·Technology·Education of Radiation) 사업을 따내며, 우리나라 최초로 유럽 원자력 기술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현재 기본설계를 모두 마치고 내년 완료를 목표로 기기 제작·설치 중이다.

이어 2017년에는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함께 2009년 수주한 1억 6000만 달러 상당의 요르단 최초 연구용원자로(JRTR)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원자력 공급국으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2007년 자체 기술로 설계·건설해 운영 중인 ‘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ATLAS)’를 이용해 전 세계 원전 안전성 평가·향상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를 주관하며, 원자력 안전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 같은 성과 창출을 통해 지금까지 164조 1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 60년간 연구개발을 위해 총 10조 3291억원을 투자했는데, 무려 16배에 가까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OPR1000 개발에 따른 비용절감효과는 약 250조원, 그 중 탄소 저감효과가 65조원, 연구원의 기여로 인한 비용절감효과가 42조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원자력 안전·환경기술 자립 및 선진국 수준 도약 시동
설립 초기 안전 및 환경 관련 소규모 기초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원은 원자력연구개발 중·장기계획사업이 착수된 1992년부터 원자력 안전·환경기술의 자립 및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연구원은 특히 원자로 냉각재의 움직임과 열전달 현상을 연구하는 ‘열수력 안전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연구는 새로운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할 뿐 아니라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연구 분야로 꼽힌다.

연구원은 1997년부터 열수력 안전연구를 책임지는 ‘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ATLAS, Advanced Thermal-Hydraulic Test Loop for Accident Simulation)’ 설계를 시작해 2005년 구축을 완료하고 2006년부터 시운전 후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특히 ATLAS는 한국표준형원전(OPR1000)과 신형경수로(APR1400)의 설계 특성을 반영했다. APR1400과 비교해 높이는 2분의1 높이, 체적은 288분의1이며, 실제 원자로와 똑같은 압력과 온도 조건인 최대 185기압, 370℃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냉각재 상실사고, 증기기관 파손, 급수관 파손 등 원전 설계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대부분의 사고를 실제와 유사하게 모의시험 할 수 있다.

ATLAS는 우라늄 핵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방사선 사고를 원천 차단한 것이 특징이다. ATLAS는 국내 원전 안전성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확고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원은 ATLAS를 중심으로 한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의 원전 안전 국제공동연구인 ‘OECD-ATLAS’ 1차 프로젝트(2014~2017)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2차 프로젝트(2017~2020)를 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 11개국 18개 기관이 참여한 이 국제공동연구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설계기준초과사고(bDBA) 발생 모습을 유사하게 모의해 사고의 진행 과정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 원전에 전력 공급이 완전히 중단됐을 때 중력과 같이 자연적으로 냉각수를 공급하는 피동안전계통 등 차세대 안전계통의 성능을 실험함으로써 관련 분야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원은 가동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사고를 예측하는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와 사고를 방지하는 중대사고 연구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는 원전을 이루는 부품이 고장 날 수 있는 각각의 확률을 모두 구한 뒤 이를 결합해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개선해야 할 기기나 계통은 무엇인지,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분석한다.

연구원은 1980년대부터 PSA 분석 코드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해 기술자립에 성공하고 1994년 자체 개발한 종합 안전성 평가코드 KIRAP을 미국에 수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세계 최고속 PSA 정량화 프로그램인 FTREX를 개발해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에서 사용(수출 누적액 2017년 120만 달러 달성)하고 있으며, 2018년 현재 미국 원전의 70% 이상에서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2009년 요르단에 수출한 연구용원자로 JRTR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설계개선에 적용해 안전성 증진에 기여했다.

이밖에도 현재 사우디와 공동으로 진행 중인 SMART PPE 사업에서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피동안전계통의 신뢰도를 포함한 전 범위 PSA를 수행하며, SMART 원전의 취약점을 파악·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PSA 기술은 원자력 산업 뿐만 아니라 화학공장, 철도 등 타 산업분야에서의 활용성도 증가하고 있어 다양한 국가 기간시설의 종합 안전성 평가 및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연구원은 2017년 원전 중대사고 발생 시 원자로 용기 내·외부의 핵연료 용융물, 수소, 방사성 물질 등의 변화를 고려해 사고의 진행 과정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블랙박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사고 시 원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저장한 후 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로 전송해 발전소 외부에서 이동형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감시할 수 있다.

고온, 고방사능 등 극한 환경에도 견디는 계측제어시스템과 함께 반경 30km 이내 안전한 곳에서 블랙박스가 수집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능한 모바일 원격감시제어실로 구성돼 있다. 연구원은 추가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향후 실제 원전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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