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론화 취지 무시…기계적 중립ㆍ행정편의주의 계획 비난

최근 정부가 밝힌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구성 추진’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기계적 중립·행정편의주의”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등으로 이뤄진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공론화 취지를 무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계획을 규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국회의는 성명서에서 “정부가 제시한 방식은 2017년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방식과 동일한 방식”이라며 “얼핏 보면 이와 같은 방식은 공론화위원회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해당사자들이 배제된 이와 같은 방식은 결국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은 수십 년간 계속돼온 핵발전소 건설 갈등의 쟁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됐고 공론화 진행과정에서는 기계적인 중립에만 신경 쓰다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고착화시켰다는 논란이 계속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시민참여단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건설 중단ㆍ재개 측의 주장에 대한 분량이나 시간을 맞추는 매우 지엽적인 일들에 대해서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또 “더구나 건설 재개 여부만을 판단하는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와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다르다”며 “이번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분과 중간저장 여부, 부지선정 방식, 임시저장고 증설 여부 등 재검토준비단에서 검토했던 의제만 27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한 공론화”라고 강조했다.

전국회의는 “정부가 제시한 재검토위원회 구성으로는 제대로 된 공론화를 진행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런 방안을 용납할 수 없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대로라면, 짧은 시간에 업무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산업부가 제시할 계획표대로 공론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국회의는 그러면서 “아직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지 않은 만큼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바로 잡을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며 “애초 재검토를 추진하게 된 취지와 목적을 생각한다면 재검토위원회 구성 계획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산업부 “사회 대표 중립적 전문가 15人 구성”
한편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수렴이 부족하였다는 지적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칭)’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방식으로 재검토를 추진하기 위해, 원전지역ㆍ환경단체ㆍ원자력계ㆍ갈등관리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운영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검토위원회는 관련법에 근거해 의견수렴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중립적인 인사 15인 이내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호선에 의해 선출할 계획”이라면서 “위원은 우리 사회를 대표할 수 있도록 인문사회, 법률ㆍ과학, 소통ㆍ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하되 남녀비율을 균형있게 배치하고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0~30대 인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위원 선정은 각 분야별 단체의 추천을 받아 1차 후보군을 구성한 후, 핵심 이해관계자인 원전지역ㆍ환경단체ㆍ원자력계를 대표하는 기관ㆍ단체에게 제척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인문사회, 법률ㆍ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분야별 두 곳 이상의 단체로부터 중립적 전문가 각 7명씩 추천을 받아 최대 70명으로 1차 후보군을 구성한다. 또 1차 후보군에 대해 원전지역ㆍ환경단체ㆍ원자력계 대표기관ㆍ단체에 제척기회를 부여한 이후, 제척된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 중에서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위원회 주관으로 추진되는 의견수렴 절차가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며 “위원회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위원회 출범 전까지 확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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