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서 원자력발전 ‘논의의 장’ 입장할 수 있도록 文열어야

조성경 명지대 교수

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속에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몸에들어와 폐까지 침투한 미세먼지는 천식과 폐질환의 원인이 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한 면역세포의 작용으로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혈관으로 침투해 다른 인체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1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여기까지는 환경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미세먼지 팩트체크’에 명시된 내용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국민건강에 유해한 수준일 때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한다. 이때 국민들은 7가지 대응요령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째 외출은 가급적 자제하기 ▲둘째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 착용하기 ▲셋째 외출 시 대기오염이 심한 곳은 피하고, 활동량 줄이기 ▲넷째 외출 후 깨끗이 씻기 ▲다섯째 물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야채 섭취하기 ▲여섯째 환기 및 실내 물청소 등 실내 공기 질 관리하기 ▲일곱째 대기오염 유발행위 자제하기 등이 바로 그 대응요령이다. 아무리 봐도 일단 미세먼지가 배출되고 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환경부는 전국 19개 권역, 하루 4회(5시, 11시, 17시, 23시), 오늘·내일 및 모레 예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예보등급은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의 4단계로 구분되는데, WHO 기준에는 미세먼지의 좋음 혹은 나쁨 등의 구분이 없으나, 우리는 선진국 위해성 기준 및 미세먼지 등급을 근거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좋음-보통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민감군에게도 영향이 유발되지 않는 수준이며, 나쁨은 심혈관 질환 4.7%, 만성폐쇄성 폐질환 9.4%, 천식 2.4% 증가, 매우 나쁨은 1일 사망률 5% 증가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예보는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상태와 배출량을 복합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농도 예측에 변수가 많고 자료와 경험 축적이 부족해 수치판단의 적중률이 낮다고 고백한다. 우리가 매일 확인하게 되는 미세먼지 예보가 딱히 믿을 만해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미세먼지 나쁨이나 매우 나쁨 예보를 들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 위험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일 뿐 아니라 이제 체감위험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폭염이 지속되면 광화학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 2차 생성 미세먼지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 흐름이 정체되어 미세먼지 농도 악화로 이어졌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되고 있다면서, 중국 동부지역의 미세먼지 배출량과는 별개로 기후변화로 인한 풍속 저하로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세먼지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문제는 반드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즉 대기 질과 기후변화는 통합된 접근법을 통해 개발된 정책과 수단을 사용해 공동으로 다뤄져야 한다.

정부는 발전업, 제철업, 시멘트업, 원유 정제업을 대한민국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대규모로 배출하는 상위 4개 업종은 이라고 지목했다. 그리고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이 바로 대기오염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오염은 물론 그 영향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조치를 하려면 원인이 무엇인지, 대기오염 물질이 어떻게 운반되고 변형되는지, 대기의 화학적 구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오염물질이 사람과 생태계, 그리고 기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회와 경제 분야, 대기 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다른 환경 분야, 기후 및 부문별 정책과 연계해 국제, 국가 및 지역 수준에서 협력하고, 상호 조정된 활동을 유지해야 한다. 여러 분야의 통합된 접근법과 함께 기술개발, 구조변화 및 행동변화와 관련된 총체적 솔루션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가 배출되기 전에 미리 배출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물론 미세먼지 제로는 이산화탄소 제로만큼이나 이상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미세먼지 배출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일단 우선순위에 두고 고려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일단 우선순위에 두고 고려해야 한다. 만약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동시에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고려하는 것이 우리가 배워온 상식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절대적 이유가 있다면 그 때 배제해도 늦지 않다.

원자력발전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지식으로 이해할 때 미세먼지도, 이산화탄소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 두 가지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단언하지 않은 건 원료 채굴부터 전력생산 과정을 거쳐 폐기물 처분까지 전체를 고려할 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는 보수적인 가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미세먼지 발생 저감 정책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서도 배격됐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그 이유를 2017년 6월 29일 고리 1호기 퇴역식의 대통령 연설(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고,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에서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원자력발전은 위험하다. 만약 그 위험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내재된 위험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의도든 실수든 불가항력적 상황이든 관리에 틈이 생기면 위험은 발현되어 사람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것이다. 우리가 꼼꼼히 따지고 쏟아 부어야 할 것은 “원전이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가 아니라 내재된 위험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을 진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관리의 완벽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인한 외재적 위험과 방사능으로 인한 내재적 위험을 두고 겨뤄봐야 한다. 여기야 말로 사회적 논의와 사회적 판단을 요구하는 지점이다.

인류와 지구에게 완벽하게 바람직하기만 한 기술이나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적어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내어놓고 정정당당히 겨뤄볼 기회는 주어야 한다. 그 기회조차 아예 박탈하는 건 국민의 권리를 구속하는 것이고,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속박하는 것이다. 겨루고 난 결과에 대해선 과정에서 얼마나 치열했든 예의바르게 승복하고, 결정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이제 선수로서 원자력발전이 논의의 장에 뚜벅뚜벅 입장할 수 있도록 그간 문을 닫고 가로질러 잠가 놓은 쇠막대기를 뽑아내는 그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본 칼럼은 지난 8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주최한 “미세먼지와 원자력, 무엇이 진실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127차 오픈포럼에서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조성경 명지대 교수의 패널토론 발제 내용을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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