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 특별대담=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최종 확정 영세 방사선이용기관 지원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를 통해 건설공사는 재개됐지만 전반적인 안전기준 강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시설의 이용과정에서 방사능 누출로부터 국민과 환경 보호를 최우선의 목표로 원자력 안전규제체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원자력 규제가 공학적 안전성 확인에 주력했다면 앞으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양방향 소통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했다. 그러나 원자력산업계에서는 비합리적인 규제(안)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손명선(사진)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은 본지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국제사회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5년 2월 비엔나 선언을 통해 원자력 안전에 새로운 규범을 도입하고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면서 “특히 중대사고 관리, 주기적 안전성 평가 강화 등 가동 원전에 대한 안전기준을 적용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국장은 “이러한 국제적 분위기에 맞춰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국내 원자력안전기준 강화를 목표로 한 종합대책을 수립했으며, 향후에는 세부 과제별로 의견수렴?입법절차 등을 거쳐 면밀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 안전기준강화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주기적안전성평가 강화 ▲원전 지진 안전성 강화 및 다수기에 대한 PSA 등 리스크 규제 강화 ▲핵연료주기시설 단계별 허가 체계 도입 ▲사용후핵연료 및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안전규제 체계 확립 ▲생활방사선 제품 안전 강화 ▲전주기 방사능재난 대응체계 구축▲방사선 건강영향평가 추진 ▲안전규제 투명성 확보와 소통 강화 ▲사업자 및 규제기관 안전문화 강화 ▲국내 고유기술기준 개발 추진 등 10개의 실행과제를 담고 있다. 또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지역공청회 및 설명회, 온라인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들을 모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3월에 최종 확정했다.
특히 종합대책에는 지난 1년간 공청회를 통해 충분하고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원자력발전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기준 강화 대책뿐만 아니라, 생활주변방사선 제품 안전 및 방사선 건강영향평가 등 국민 일상생활에서 방사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도입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까지 최종적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첫 여성 국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손 국장은 “엇 그제 발령받은 것 같은데, 시간이 마치 화살과 같이 흘렸다”며 지난 1년을 보낸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원자력안전에 관한 국민적 관심과 우려도 크고 챙겨야 할 현안도 매우 많았지만 특히 ‘원자력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관련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원전 주변 지역에서 보여줬던 관심과 한빛원전 격납건물 콘크리트(CLP) 공극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 등을 보면서 원안위가 아직은 국민들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웠다”고 언급했다.
손 국장은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국민 안심을 모토로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규제체계 확립’과 국민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손명선 국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7급 공채로 과학기술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다양한 기획ㆍ행정 역량을 쌓았다.
원안위 출범 이후에는 원전부품 품질서류 위조사건 등 원자력안전 현안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며 전문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안전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원자력 안전규제 강화 및 투명한 규제행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주기적안전성평가(PSR, Periodic Safety Review) 승인제도 도입을 두고 끊임없는 논쟁이 있다. 실제 미국은 PSR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캐나다ㆍ프랑스ㆍ영국 등 주요 원전국가는 PSR 제도를 운영 중이며, 일본은 최근 제도 변경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해부터 PSR을 승인기준으로 최신기술기준 적용계획에 따라 변경 중이다. 그러나 계속운전 제도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꾸고, PSR과 연계하며 최신기술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건지 등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원자력안전법’과 PSR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기적안전성평가(PSR)는 10년 주기로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특히 10년 동안 기술기준이 바뀔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 등이 개발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 변화들을 가동원전에 적용해 실질적으로 안전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본래 이 제도의 목적이다. 실제 우리나라도 2001년 제도를 도입한 이래 모든 원전에 대해 PSR를 수행해오고 있다. 다만 그 동안의 PSR는 사업자의 보고서 제출 의무만을 법에 규정하고 있어 제출된 보고서에 대한 규제기관이 역할이 부족했고, 평가 기술기준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PSR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번 PSR 강화 방안도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PSR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장치로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를 통해 정량적인 다수기 중대사고 리스크 및 부지리스크 평가(SRA)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원안위는 PSA 규제방법론을 개발해 오는 2020년부터 시범적용 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현재까지 진행상황은.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란 원전 사고결과와 발생확률을 동시에 고려해 원전의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는 제도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단일호기에 대한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동일 부지에 다수의 원전이 가동 중인 현실을 고려하여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원안위는 2017년부터 ‘다수기 PSA 연구개발사업단’을 통해 다수기 PSA 규제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규제검증 부지 리스크평가 초기모델 등을 개발 중에 있으며, 2020년부터 규제검증 부지리스크평가 초기모델의 시범적용(고리원자력발전)을 통해 초기모델을 개선?보완하고, 2021년 말까지 부지리스크 규제체계(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국제적으로 다수국가에서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수립한 국가는 없다.(※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규제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음)”

-원전 정비분야에 대한 운영자의 직접고용 의무화가 원자력 안전증진에 직접적인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이에 대한 원안위의 입장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안전과 직결되는 ‘원자력발전 정비’분야에 대한 ‘직접 고용’이 현 정부의 정책 취지로, 원전 운영자가 책임을 갖고 직접 수행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원안위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이러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

-원자력산업계에서는 원안위의 현장규제에 대해 “처벌중심의 규제가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긴다” 불만이 높다. 규제에 앞서 현장의 안전보완(안전문화 정착, 방사선장비교정 등)을 위한 제반 여건을 만들어줄 계획은 없는가.
“원안위가 규제기관으로서 규제기준에 따라 현장을 점검하고 위반사항을 확인한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조치하는 업무는 원자력안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일이다. 다만 질의했듯이 원자력사업자의 안전문화 등을 통한 자발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원안위도 현장의 안전을 위한 여건조성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원자력사업자의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서 2014년 주기적안전성평가(PSR)에 안전문화 항목을 추가하여 안전문화 규제 감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번에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에서도 안전문화 강화를 실행과제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상대적으로 작업환경이 열악한 영세 방사선이용기관의 경우 안전장비 보급 지원 등을 통해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및 방사선작업종사자의 피폭 저감 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에 따른 영향으로 현재 원전산업계는 물량감소로 경영위기에 봉착해있다. 기장연구로와 신한울 1ㆍ2호기 운영허가에 대한 심사 진행상황은 어떤가.
“기장연구로(수출용 신형연구로)의 경우 2014년 11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신청한 건설허가에 대해 규제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기술검토를 완료하고, 그 결과를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의 사전검토를 거쳐 지난 2월에 공개했다. 총 616페이지에 달하는 ‘기장연구로 심사보고서’는 KINS가 44개월(2014년 11월~2018년 7월)에 걸쳐 원자력연구원이 제출한 기장연구로 건설허가 신청서류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건설에 관한 품질보증계획서 ▲예비해체계획서 ▲사용목적에 관한 설명서 ▲시설의 설치에 관한 기술능력의 설명서와 기타 보충 문서를 토대로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심사한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이다. 그 이후 현재까지 원안위 전체회의에 4차례 보고돼 안전성에 대한 심층 논의를 해왔으며, 이후에는 그동안 원안위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원안위 전체회의에 심의ㆍ의결 안건으로 상정하여 기장연구로 건설허가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신한울 1ㆍ2호기는 현재 KINS의 운영허가 심사와 구조물ㆍ계통ㆍ기기에 대한 사용전검사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운영사업자(한수원)의 원전 설비공사와 KINS의 심사 및 검사가 마무리되면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사전검토를 거쳐 원안위 전체회의에 그 결과를 보고하고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원안위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 및 취소소송, 그리고 ‘라돈침대’ 사태 등 원자력산업계의 굵직한 현안들을 관장했지만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원안위의 원인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한 허술함이 오히려 원자력에 대한 국민을 불신을 키웠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형식적 의결기관 기능을 수행할 뿐 원자력안전규제의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 원인과 향후 대책은.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술적 전문성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의 신뢰 역시 필요하다. 원안위 설치법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원자력 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 과학기술ㆍ인문사회ㆍ법률ㆍ환경 등 다양한 전문가가 포함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사결정을 하려는 입법취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안위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전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철저히 하고 있다. 향후에도 원안위는 기술적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전문위원회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사무처 직원 대상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직원 전체의 전문성 강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 원자력안전규제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원안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안전정책국장으로서 앞으로 계획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이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독립 규제기관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규제요건 등을 기준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해 나가겠다. 또 원전 소재 지역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현안이 생길 때마다 지역을 방문해 직접 주민에게 설명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원자력 안전정보 공개 및 소통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위해 국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관련법이 제정되면 보다 체계적으로 원자력 안전규제의 투명성 확보와 국민과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이를 토대로 원안위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끝으로 한국원자력신문이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축하메시지 한마디 부탁드린다.
“지금까지 원자력신문이 걸어온 10년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가 된다. 원자력신문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균형 잡힌 좋은 제언과 냉철하고 건전한 비판 등을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최선을 다하겠으며, 언제나 변함없이 응원하겠다. 한국원자력신문의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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