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코르스닉(Maria Korsnick) 미국원자력협회(NEI) 회장

“‘원자력발전을 왜 원하는가’라는 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은 쉬울 것이다. 첫 번째로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라는 점이며, 두 번째는 복원력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24시간 가할 수 있는 에너지다. 이런 원자력의 특징들이 원자력 스스로가 가치를 증명해 낼 것이다.”

지난 22일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리아 코르스닉(Maria Korsnickㆍ사진) 미국원자력협회(NEI, NUCLEAR ENERGY INSTITUTE) 회장(President and Chief Executive Officer)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마리아 코르스닉 회장은 한국 정부의 원전산업 축소와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질문에 “분명한 것은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는 함께 운영돼야 하는데, 이는 원전은 24시간 운용할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는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지리적,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백업 전원’으로 원전이 필연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원자력연차대회 기간에도 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원전 없이 태양광·풍력만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전기료가 2~3배 뛸 것”이라며 “간헐(intermittent)적 특성을 가진 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이고 탄소 배출이 적은 원자력발전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30여년 넘게 미국 원자력산업계 종사한 ‘친원자력인(人)’이라고 밝힌 마리아 코르스닉 회장은 원자력의 장점을 설파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지금까지 원자력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 왔으며,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장기적인 원자력발전 운영과 기술개발 등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원전 기업인 프랑스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재무적 실패로 한국의 원자력산업이 특히 중요해졌다”면서 “만약 한국이 원자력산업에서 철수하면 오직 러시아와 중국만 새 원전 건설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리아 코르스닉 회장은 “한국의 탈원전은 해외에서 새 원전 건설을 수주하기 위한 자국 기업들의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고 이에 발주국들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국가로부터 왜 원전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라면서 “40년간 한국은 안정적이며, 경제성이 높은 원전을 건설하는 실력에 대해 이미 세계적으로 증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산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신규건설예정인 원자력발전소의 예비사업자(short list) 선정을 두고 각국에서 제출한 입찰정보요청서(RFI) 등을 토대로 원전건설 역량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한국(한국전력공사)은 현재 사우디와 환경이 유사한 UAE에서 한국형 원전을 성공적으로 짓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 역시 장점은 있다. 미국은 사우디가 미국 원자력 업체에 발주할 경우 원자력 협정 요건을 완화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중동지역에서 정치ㆍ군사적 우위를 선점하고 싶은 사우디 입장에서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또 러시아의 경우도 사우디는 미국의 통제 없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으며, 중국의 낮은 가격 경쟁력과 프랑스의 해외원전 다수호기 건설 경험 역시 사우디 입장에서 저울질 할만하다.

마리아 코르스닉 회장은 “만약 한국이 원자력산업에서 철수하면 오직 러시아와 중국만 새 원전 건설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 남게 되는데, 지난 40년의 한국과 미국은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져왔다”며 “향후 사우디 입찰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에서 ‘한미 컨소시엄’을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내 신규원전 백지화에 모순되게 해외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적 속내는 알지 못하지만 “한국이 UAE와 같은 해외 신규원전 건설 사업을 희망한다면 자국 내 원전을 유지하는 것이 수주 가능이 높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2018년 10월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99기의 원자로 중 88기가 가동연장을 허가받았으며, Seabrook 1호기, Waterford 3호기, River Bend 원전의 가동연장 여부를 NRC가 검토 중이다.

2015년 8월 청정전력계획 최종안 발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32%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했으며, 같은 해 11월 ‘원자력발전 지원계획’을 발표해 위축된 원전사업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산업계는 경제성을 이유로 원전을 폐로하지 않도록 전력관련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정책 및 보조금, 송전 기관들의 가격을 억누르는 정책이 원전 경제성 하락의 주요 원인이며 일부 전력시장에서는 원전의 장점들이 평가 절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NEI는 원전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 수립을 위해 미국 에너지부 및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를 대상으로 브리핑, 광고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계획 중이며, 원전들의 높은 이용률, 후쿠시마 사고이후 안전성 개선, 원전 운영회사들의 자본지출이 예상 가능하다는 점은 향후 미국 원자력업계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마리아 코르스닉 회장은 “미국은 다수의 원전들이 두 번째 운영허가 갱신을 통해 원전수명을 60년에서 80년으로 늘리는 두 번째 단계로 가고 있으며, 이미 여러 원전들이 기간연장시청을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해놓은 상태며 1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도 원전의 안전과 위험성에 대한 질문에 그는 “현재까지의 원전 운영 기록을 살펴보면 과거의 종사자의 안전의식 및 안전강화 대책 등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다”고 언급한 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은 98개의 원전에서 평균 92%의 이용률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미국은 후쿠시마 후속조치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미국 내 가동원전들은 안전 여유도 향상을 위해 약 30억 달러 이상 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초소용 SMR, 마이크로 리액터를 비롯해 소듐냉각고속로(SFR), 초고온가스로(VHTR), 초임계압수냉각로(SCWR), 가스냉각고속로(GFR) 등 제4세대 원자로(Gen IV) 기술에 대한 R&D 비중이 대폭 확대되고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저탄소 전력공급에서 이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꼽을 수 있지만 충분한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자발전에 확산은 탄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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