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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방사선 위험 이해와 대중매체 역할“누구나 다양한 방사선원으로부터 방사선을 피폭한다”
이재기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前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위원(2005~2017)

방사선을 내는 원천이 방사선원(줄여서 선원)이다. 방사선원은 인공인 것도 있고 천연인 것도 있다. 원전이나 병원 X선장치는 인공 선원이고 지각방사선이나 라돈, 우주방사선은 천연 선원이다. 또, 선원은 물질이 본성적으로 방사선을 내는 것(예: 방사성물질)이 있고 인공으로 방사선을 내도록 만든 방사선발생장치(예: X선장치, 입자가속기)도 있다. 물질이 방사선을 내는 본성이 있다는 것은 그 물질에 원자가 불안정해서 언젠가는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핵종’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모든 물질에는 천연으로 미량의 천연 방사성핵종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방사성핵종이 들어있다고 그 물질을 ‘방사성물질’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방사성물질이란 농도나 총량이 안전관리를 필요로 할 정도로 많다고 보아 정한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물질이다. 농도나 총량이 방사성물질 기준에는 미치지 않으나 관심 있는 수준인 물질은 ‘방사능물질’이라 부를 수 있다.
사람이 방사선을 피폭한 양을 재는 척도가 ‘방사선량’이다. 방사선량의 기본 개념은 인체 조직 단위 질량 당 흡수된 방사선에너지 양이다. 1kg당 1주울(J)이 흡수된 방사선량이 1그레이(Gy)이다. 방사선에는 감마선, X선, 알파입자, 베타입자, 중성자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종류와 에너지 크기에 따라 같은 흡수선량을 받아도 보건영향에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보정하여 여러 방사선에 대해 동일 잣대로 피폭량을 나타내는 것이 ‘등가선량’이다. 등가선량 단위는 시버트(Sv)이다. 감마선이나 X선은 보정인자가 1이어서 흡수선량 1Gy는 등가선량 1Sv로 된다. 등가선량은 사람의 특정 조직(장기)의 피폭선량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사람의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주된 보건영향은 암 위험 증가이다. 암 위험은 조직이나 장기마다 크게 차이가 있다. 위암, 유방암, 간암, 자궁암은 흔하지만 근육암은 귀하다.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조직별 암 위험 차이를 가중하여 피폭자 전신에 대해 가중평균한 등가선량이 ‘유효선량’이다. 그래서 유효선량 단위도 등가선량과 같은 Sv 단위이다. Sv는 매우 큰 단위여서 그 1/1000인 밀리시버트(mSv)를 종종 사용한다. 예를 들어 갑상선 등가선량이 100mSv이면 갑상선의 가중치는 0.05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유효선량 기여는 100 x 0.05 = 5mSv가 된다.
누구나 다양한 방사선원으로부터 오는 방사선을 피폭하며 산다. 일상에서 지각방사선이나 공기 중 라돈, 우주방사선과 같은 자연방사선을 피폭하는가 하면, 질병 진료를 위해 의료방사선을 피폭하기도 하고 방사선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직무피폭을 받기도 한다. 우리국민이 연간 피폭하는 자연방사선은 약 4mSv이다. 흡입하는 공기 중에 있는 라돈 자손핵종으로 인한 피폭이 그 절반을 넘는다. 병원에서 받는 의료피폭은 2011년에 연 평균 1.4mSv였다(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량은 제외). 그동안 늘어난 CT, 중재방사선 등 환자선량이 많은 의료절차를 고려하면 2019년 현재는 아마도 2mSv 정도일 것으로 본다.

◆방사선 피폭 “어떻게, 얼마나 위험한가?”
인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노출량에 비례하여 체내 세포가 손상을 입지만, 대부분 손상은 생명체의 회복력에 의해 복구된다. 그러나 매우 높은 방사선량을 짧은 기간에 받으면 많은 손상이 한꺼번에 일어나 회복력의 한계를 벗어나 급성 장애가 나타난다. 한꺼번에 전신에 1Gy 정도를 받으면 백혈구의 일시적 감소가 일어나며 민감한 사람은 메스꺼움을 느낀다. 이러한 경증 급성영향은 몇 주 지나면 회복된다. 그렇지만 선량이 3~4Gy 정도면 전문적 치료 없이는 과반수가 사망위험에 빠진다. 전신 선량이 7Gy를 넘으면 아마도 사망한다.
쉽게 1Gy 피폭을 말하지만 이 선량은 매우 많은 양이다. 원전 방사선작업 종사자에게 허용되는 법적 선량한도는 5년에 100mSv(일반적으로 피폭하는 감마선이나 X선의 경우에는 100mGy=0.1Gy와 같다)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급성장애는 체르노빌처럼 심각한 사고나 의도적으로 매우 높은 선량을 조사하는 방사선 치료에서 암 주변 조직이 손상되는 경우에만 관심의 대상이다. 
방사선작업 종사자나 일반 시민이 정상적으로 피폭하는 방사선량은 훨씬 낮아 급성 장애를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고려할 대상은 이런 수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암과 유전질환이다. 과학적 평가에 따르면 유전질환 위험은 암 위험의 2%에 지나지 않으므로 주된 관심은 암 사망 위험이다. 그렇다고 오늘 얼마간 방사선을 피폭하면 당장 내주나 내년에 암에 걸려 죽는 것은 아니다. 고형암은 약 10년, 백혈병은 약 2년의 진행과정이 필요하다. 폐암은 20년 이상 걸린다고 본다. 현재 우리국민이 기본적으로 암으로 사망할 기저위험은 약 20%이다. 방사선 피폭이 있다면 이 기저위험에 방사선 유발암 위험이 선량에 비례하여 약간 추가될 뿐이다.
동양인이 출생부터 매년 10mSv씩 계속 피폭한 때 암 위험의 증가는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유의할 뿐 장년기 이후에는 사소하다. 질병이나 사고 등 다른 위험까지 포함한 총 위험 관점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다.

◆‘방사선이 어디서 왔는가’는 무관하다
‘인공방사선은 자연방사선보다 더 위험하다’, ‘내부피폭이 외부피폭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옳지 않다. 자연이든 인공이든 방사선 본질은 동일하다. 천연핵종인 우라늄이 내든 인공핵종인 플루토늄이 내든 알파입자는 같으며, 천연핵종인 K-40이 내는 베타/감마 방사선도 인공핵종인 세슘-137이 내는 베타/감마 방사선과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노출되는 양(선량 즉, 인체조직이 흡수한 방사선 에너지량)의 크기이다.
 체내로 들어갔거나 체내에서 발생한 방사선이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그 방사선이 조직물질과 상호작용으로 만들어 내는 많은 수의 2차 전자 에너지가 주변 세포에 흡수되어 손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세포 입장에서 보면 자기에게 얼마나 많은 2차 전자가 어떤 밀도로 작용했는가만 경험할 뿐, 그 2차 전자를 만들어낸 1차 방사선이 어디서 왔는가(몸 밖에서 왔는지 아니면 몸 안에서 왔는지, 또는 그 방사선을 낸 선원이 천연인지 인공인지)는 모른다. 그러니 흡수한 에너지가 같으면(즉, 선량이 같으면) 그 선원이 어디에 있든, 인공이든 천연이든, 영향이 같을 수밖에 없다.
 
◆방사선 방호기준, 피폭 결정자 동의여부 따라 달라
사람이 방사선을 피폭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연방사선을 숙명적으로 피폭하고 있는가 하면 질병의 진료를 위해 의료방사선을 피폭하기도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 원전이 들어와 방사선 피폭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직장의 직무가 방사선을 다루는 일일 때도 있다. 외국 관광을 가면서 비행기 안에서 우주방사선을 받기도 하고, 일본 후쿠시마현 일부 주민처럼 원전사고로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역에 거주하면서 피폭하기도 한다. 일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에는 천연 방사성핵종도 있고 과거 지상핵실험 낙진으로 인한 방사능도 있어 내부피폭을 준다. 주택의 지반이나 건축자재가 내는 라돈에 노출되는가 하면, 모나자이트 분말로 가공한 침대 매트리스 때문에 엉뚱한 피폭을 받기도 한다.
원인이 무엇이든 같은 사람이 같은 선량(가령 유효선량 1mSv)를 피폭한다면 그로 인한 보건영향은 같다. 그렇다고 다양한 피폭 원인에 대해 같은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원인에 따라 안전관리 기준을 차등화한다. 
차등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피폭의 ‘책임’과 피폭자의 ‘이해동의(informed consent)’이다. 책임이란 피폭이 누구의 결정에 따라 발생하는가 하는 것이다. 종사자나 원자력시설 주변 주민의 피폭은 고용주와 시설 운영자의 결정으로 발생한다. 이에 비해 CT를 촬영하는 환자나 사고 후 오염지역 주민, 라돈 농도가 높은 자가 거주자, 해외로 가는 항공승객이 비행 중 받는 우주방사선 피폭 등은 자기 결정으로 발생한다. 의료진이 X선 촬영을 수행하지만 이들은 환자(또는 보호자)가 결정하고 요청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환자가 이해하고 결정하도록(informed decision) 방사선피폭과 수반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동의’란 피폭을 타인이 결정할 때 본인이 방사선을 어떻게 얼마나 피폭하며, 그로 인한 위험이 어떠한가를 이해하지만 자신의 목적 때문에 그러한 위험을 감수한다고 동의하는 것이다. 이해동의가 ‘있느냐 없느냐’는 방호기준을 달리할 사유가 된다. 위험이 따름을 알면서 동의하는 것은 반대급부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종사자는 이해동의 있이 피폭하지만 원전 지역 주민은 이해동의 없이 피폭한다.

◆피폭 결정자의 바른 결정…대중매체도 역할해야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방사선을 피폭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피폭 결정자가 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피폭과 영향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할 책임은 국가(지방정부 포함)와 전문인 집단(학회, 전문기관, 관심 시민단체)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기관이나 단체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불행히도 방사선 위험을 과장하고 왜곡하는 사이비 정보가 정제되지 않은 소통망을 통해 파급되고 대중의 관심을 끈다. 잘못된 인식은 결정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특히 광역 방사능사태에서는 공포심으로 인한 파급피해를 증폭시켜 사회를 파탄으로 내몰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우리나라에 날아온 방사능은 공기 중에 늘 있는 천연 방사능(라돈 자손)의 수십만 분의 1에 불과했는데, 두 달 동안 온 나라가 겪은 혼란을 돌아보면 실제로 상당한 오염에 직면한 때 어떤 상황이 될지 추측하기도 어렵다. 싫든 좋든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원전밀집지역의 하나인 극동의 중앙에 있다.
국가나 전문기관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려 해도 대중에게 다가가기가 어렵다. 그 소통의 큰 길이 대중매체이므로 대중매체의 적극적 역할이 간절하다. 정통 언론만이 정제되지 않은 소통망의 횡포에 대항할 힘이 있다.   

<※본 칼럼은 지난 21일 한국원자력학회가 주최한 ‘극초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이재기 한양대 교수의 발제 내용을 발췌했음.>

한국원자력신문  knp@knpnews.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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