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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새판을 짰지만 삐걱”산업부, 중립적 전문가 15人 재검토委 출범…의견수렴 본격 추진
NGO “원전지역 주민 배제, 일방통행 의견수렴 규탄” 강력히 반발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을 재검토할 전문가들이 최종 확정됐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향과 절차 등에 대한 국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관리하기 위해 ▲인문사회 ▲법률·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별로 중립적 전문가 15명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준비단장(행정연구원 은재호),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검토위원회 위원 위촉장 수여 및 간담회, 재검토위원회(서울시 선릉역 소재 위워크타워) 현판식을 가졌다.

사용후핵연료 재검토는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 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사안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고위험 방사선과 고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지하에 영구처분하기 위해 금속용기에 밀봉한 후 다중방벽을 가진 지하 500m 이상의 심층처분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가 없을 정도로 처분장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각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문제는 각 원전별 임시저장시설이 이르면 2021년부터(월성원전) 점차적으로 포화돼 2038년(신월성 원전)에는 완전 포화된다는 점이다.

이에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NGO)는 현재 임시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처분장을 조속히 확보하고, 향후 사용후핵연료 발생을 근절하기 위한 원전 가동 중지를 촉구해왔다.

산업부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원전지역과 시민사회계 등의 사전 협의를 위해 ‘재검토준비단’을 운영한 바 있다. 재검토위원회는 이러한 재검토준비단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재검토위원회는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기구로 인문사회, 법률‧ 과학, 소통·갈등관리, 조사통계 등 각 분야별 중립적 전문가(▲최현선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혁우 배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김정인 수원대학교 법‧행정학부 교수 ▲유원석 법무법인 KNC 변호사 ▲신영재 신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원장 ▲장보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김 민 충북대학교 화학과 교수 ▲정정화 강원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이윤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김동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경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박민규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김석호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5명으로 구성됐다.

성윤모 장관은 위촉장 수여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2016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해 원전 부지 내에 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겠다는 과거 정부의 약속(1998년 9월, 제249차 원자력위원회)이 이행되지 못하였던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표명했다.

그러면서 성 장관은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소통과 사회적 합의형성 노력이 핵심이나 과거 정부에서 의견수렴이 다소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므로 “이번 재검토를 통해 국민과 원전 지역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의 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위원들께서 의견수렴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이러한 재검토준비단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출범하게 됐으며, 앞으로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방향과 절차 등 관리정책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의견수렴 절차가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재검토위원회가 필요한 사항을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해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또 위원회가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하는 정책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재검토위원회 출범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신희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고준위방폐물 처분은 민감한 문제이기에 수용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수용성 확보를 위해 국민 의견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렴할 수 있는 관리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정책관은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는 것이 위원회의 취지이기 때문에 중립적인 인사를 선정했다”며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위원회 운영기간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더불어 “30~60대 인원이 모두 포함되고 남녀비율을 균형있게 배치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지만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NGO)와 지역주민들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고, 전문가들로만 선정된 위원회 구성했다”고 반발하며 출범식 장소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쳤다.

이날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핵없는세상고창군민행동, 경주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재공론화 계획은 그동안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요구였지만 새롭게 출범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그간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요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구성됐다”며 “이 같은 구성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둘러싼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인 중립’만을 쫓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국회의 “이로 인해 그동안 원자력산업계와 지역주민·시민사회가 수십 년 동안 경험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 심한 격차를 만들게 됐다”고 개탄했다.

전국회의 관계자들은 출범식 직후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병력과 대치하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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