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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교협 “脫원전 정책, 사회적 합의 필요” 지적대국민 설득 부재 등 정치적-법률적 과정 실종…세계 최고 원전 기술 붕괴 우려

“원자력발전 및 석탄발전을 점차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국민 의견 수렴을 다시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 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난 60년 동안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우리의 원전 기술이 붕괴되고 있다. 이제라도 탈원전의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 6월 20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공동대표 이덕환ㆍ온기운ㆍ성풍현)가 ‘정치와 탈원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6차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탈원전과 정치’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치적 과정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의 탈원전 선언은 사회 내부의 신중한 토론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문재인 정부에 의해 대선공약 실현 형태로 졸속 추진 중이다.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과 반발이 촉발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방식의 탈원전은 국가의 중장기적 에너지 산업과 공급의 미래를 도외시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 핵심 문제는 이념적 교조주의에 따른 비현실적 탈원전 시도, 전문가 배제한 정책과정, 대국민 설득과정 부재, 팩트에 바탕을 둔 검증 및 토론과정 부재 등 탈원전 과정의 정치과정 실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원전 공론화, 국회 입법과정, 국민투표 등 탈원전 위한 정치과정 복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원전 축소로 인해 관련 기술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탈원전ㆍ탈석탄 2년의 교훈과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탈원전에 따라 지난 60년 동안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우리의 원전 기술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안전성을 인증 받은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APR1400은 이제 어느 누구도 활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로 전락해버릴 운명이다. 전문 인력이 이탈하고 부품 산업이 무너지고 나면 남아있는 원전의 60년 안전 운전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간헐성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태양광·풍력이나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수소 에너지는 아직도 기술 개발을 위해 엄청난 투자와 노력으로 완성시켜야 하는 미래 기술”이라며 “미완의 미래 기술에 대한 환상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이제라도 탈원전의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 잡는 것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고 나아가서 국가를 살리고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형국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주변국의 잠재적 핵위협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핵을 추진한다면 우리나라는 아무런 방어벽도 걸치지 못한 핵무방비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김 교수는 이어 “탈원전을 강행한다면 우리가 진출해야할 세계시장에 러시아와 중국이 독주할 것이고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더욱 높아져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서방권에서 유일하게 경수로분야에서 완벽한 공급망을 갖춰 필요한 부품의 99%를 국산화해 다른 나라보다 더 저렴하게 경수로를 지을 수 있었다. 탈원전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러한 원자로 생태계가 파괴돼 현재 운전 중인 원자로 부품도 해외에 의존하게 되고 아랍에미리트 원자로에도 공급할 부품을 해외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안보측면에서도 한국은 주변 핵강국과 대치해 있는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중국 동해안에 수없이 건설 중인 원전이나 다시 원전으로 돌아온 일본과도 경쟁해야 한다. 한국은 핵비확산(NPT)준수국으로 원자력은 오직 평화적 이용에만 국한된다. 안보측면에서 한반도 주변국은 북한을 포함해 상대국가의 핵 여부에 따라 안보 위협도 고려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치”라고 주장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이 헌법상 재산권 보장 원칙과 비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온 교수는 독일을 예로 들면서 “허가 당시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던 원전에 사후적으로 기한을 정하여 폐지하는 것이 원전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원전사업 허가가 기본권인 재산권 보호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원전허가에 대한 사후적 기한 설정이 수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에 따른 보상 필요성 여부, 탈원전의 합헌성 요건 중 권리의 제한이 ‘비례의 원칙’이나 ‘공익상의 이유’ 등에 해당되는지 여부 등이 이슈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원전 선언 이후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한 뒤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10기 수명 연장 중단 조치를 밝혔으며, 이에 따라 기본설계가 끝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이 중단됐다. 탈원전 정책이 법률 개정과 기업, 국민에 대한 손실 보상 대책 없이 결정된 것”이라며 “행정계획이 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한 최상위 에너지계획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무시했다. 탈원전 정책은 헌법 제23조의 재산권 보장 원칙과 제37조의 비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성풍현 교수는 “에교협 교수들의 합리적인 비판과 제안에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교수들이 스스로 지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며 “정부만 비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에서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정말로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에 근거해 국가 번영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학회 “국민 10명 중 7명 원자력발전 지지”
한편 한국원자력학회가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자력발전 비중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원자력학회는 엠브레인에 의뢰,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만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제4차 ‘2019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회는 앞서 진행된 3차 및 1ㆍ2차 조사결과가 거의 모든 항목에서 오차 범위(±3.1%p) 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4차 조사결과의 신뢰성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1~3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4차 조사도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자력발전 비중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이번 조사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이 유지 또는 확대돼야 한다는 응답은 72.7%에 이른 반면,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25.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재보다 많이 늘려야 한다 22.1% ▲현재보다 약간 늘려야 한다 18.7%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31.9% ▲현재보다 약간 줄여야 한다 12.5% ▲현재보다 많이 줄여야 한다 13.2%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 이용에 대한 찬반비율은 ▲찬성 72.3% ▲반대 25.2%로 찬성이 반대에 비해 47%p 높았다. 특히 이번 4차 조사에서는 ▲1차 71.6% ▲2차 69.5% ▲3차 71.4%와 비교해 가장 높은 원전 이용 찬성 비율을 보였다.

또 향후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궁극적으로 원전 비중을 0으로 가져가야 하는 데 동의한 비율은 5.8% 수준에 그쳐 1~3차 조사대비 가장 낮아 원전 제로를 추구하는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특히 학회는 20대의 원전 제로에 대한 동의 비율이 1.9% 선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호 발전원은 태양광 36%, 원자력 33%, 풍력 13% 순으로, 국민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같이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회는 신재생 확대와 탈원전을 추구하는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긍정과 부정 비율이 각각 42.6%와 54%로 오차범위를 넘어 부정적 평가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1차 조사 당시 50%, 2차 조사 47%, 3차 조사에서는 52%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밖에 이번 4차 조사에서 원자력발전의 장점으로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지지가 65.4%로 나타났는데, 이는 합리적 에너지정책에 기반한 미래기술 개발에 대한 국민의 투자요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학회 측은 주장했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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