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민관협의회…해체ㆍ폐기물관리 수출사례 소개
“기자재 수출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지원 의지” 강조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가 산학연 기관장 및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열고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 후속조치 현황 및 정부지원 사항 등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원전 후행주기 분야에서 국내기업의 기자재 수출과 같은 우수사례 소재를 통해 기존 선행주기 역량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잠재역량과 성공가능성을 확인하고, 원전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특히 지난 4월 발표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의 후속조치를 점검하고, 원전기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원전해체 대비 조기발주 등 정부지원 계획 등에 대해서도 점검ㆍ확인했다.

전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 453기 중 30년 이상된 원전의 비중이 68%에 이르러 노후 원전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12기(고리 1ㆍ2ㆍ3ㆍ4호기, 월성 1ㆍ2ㆍ3ㆍ4호기, 한빛 1ㆍ2호기, 한울 1ㆍ2호기)를 폐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내 원전산업은 설계ㆍ건설 등 선행주기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치우쳐 있어 해체ㆍ폐기물관리 등 후행주기 산업기반은 부족하다는 지적에 ‘후행주기 산업역량 육성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원전 후행주기 분야 우수사례(기자재 수출)로 ‘세아베스틸’과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밥콕’의 사례가 소개됐다.

세아베스틸(특수강 생산 전문 중견기업)은 글로벌 후행주기 기업인 ORANO(구 AREVA)의 원자력분야 운반ㆍ저장 전문회사인 ORANO TN과 협력해 해체 및 방폐물 관리에 필수 기자재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CASK) 시제품 제작을 이달 초 완료해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세아베스틸은 CASK 제작 관련 국내외 기술인증(ASME, KEPIC 인증)을 받았으며, 동 시제품은 미국 NRC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됐다. 또 세아베스틸은 ORANO TN의 글로벌 공급망으로 등록됐으며, 미국 NRC의 제작 감독 검사를 완료하게 되면 ORANO TN의 전 세계 공급망을 통해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및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세아베스틸과 ORANO TN은 조만간 협력 MOU를 확대해 글로벌시장 진출 협력방안 등을 긴밀하게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세아베스틸의 CASK 시제품 제작이 (주)무진기연, (주)비알앤씨 등 다양한 분야의 30여개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로 이뤄져 있어 세아베스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다른 국내 중소기업의 동반진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밥콕-셀라필드社 간 계약 체결을 토대로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원전해체·방폐물 관리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두산밥콕은 지난 5월 영국 셀라필드社(Sellafield Ltd)와 20년간(2019년 9월~) 14억 유로 규모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또 두산중공업의 CASK 해외수출 실적(일본 동경전력)과 자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CASK도 소개됐다. 두산중공업은 원전 주기기 제작 및 정비 등을 통해 축적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해체 분야에도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소재·기기제작·성능검사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과 협업해 산업 생태계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17년 6월 19일 40년의 운영을 마치고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와 한수원 등 관련 기관들은 고리 1호기 해체가 2022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아직 원전해체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해체시장 확대에 대비해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산업 생태계 형성을 촉진키 위해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해체물량 조기발주 등을 추진할 계획임을 다시 확인했다.

먼저 정부는 원전해체 분야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하반기에 추가로 R&D 신규과제 참여기업을 공모해 9개 과제에 약 79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추가로 해체와 방폐물 관리 분야의 고도화 기술개발 및 상용화 역량 확보를 위해 과기부와 공동으로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원전해체 분야 약 8년, 방폐물 관리 분야 약 7년)을 기획 중에 있다. 해체분야는 내년 상반기, 방폐물 관리 분야는 오는 11월 각각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또 다수의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원전해체 단위사업을 세분화(1개 단위사업을 6개로 분리하는 등)해 오는 2022년까지 총 1640억 원의 조기발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상반기에 고리 1호기 안전관리기간 정비공사 등에 이미 74억 원의 사업물량 발주를 완료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추가로 고리 1호기 수계소화 배수설비 설계변경 등 약 120억 원의 사업물량에 대해 발주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현장의 전문인력을 지속 양성해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아르곤 연구소, 원전현장인력양성원, 한전KPS 등 국내외 전문기관과 협력해 올해 300명 이상의 전문인력 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며, 원전해체지원센터 등을 통해 관련 제도 개선 및 선진국과의 기술협력·정보교류 등도 꾸준히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서 초안 마련 및 주민의견 수렴, 해체 관련 안전기준 명확화 등을 통해 원전해체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리스크)을 완화하고, 원전해체의 안전성도 높여갈 계획이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오늘 발표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 원전기업의 잠재역량과 성장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향후 기업들이 원전해체, 방폐물 관리 등 후행주기 분야의 다변화된 新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를 희망한다”며 “정부도 오늘 발표한 사례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R&D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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