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019KEPIC-Week]국내 전력설비 안정성 비중 클수록 적용률 높아
UAE 원전 수출부터 민간화력발전사까지 적용범위‧대상 무한대로 확장

우리나라는 헌법 제127조2항에 기초한 법률로서 국가표준기본법과 산업표준화법이 제정돼 있다. 이러한 법적 근거 하에 국가표준과 단체표준이 산업현장에서 사용된다. 

전력산업기술기준, KEPIC(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은 전력산업 설비와 기기의 안전성·신뢰성 및 품질 확보를 위해 설계·제작·시공·운전·시험·검사 등에 대한 기술적·제도적 요건을 국내 산업실정에 맞게 개발한 전력산업계 단체표준이다.

KEPIC은 원자력·화력발전소, 송·변·배전설비 등 모든 전력산업 설비에 적용된다. 특히 원전의 경우에는 한울 5·6호기 건설 시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신고리 1·2호기 이후 신규 건설되는 모든 원전에 전면 적용되고 있다. 2009년 수주한 국내 최초의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BARAKAH) 원전에도 적용됨으로써 국제화의 초석을 마련한 바 있다. 또 부산시 기장군에 건설예정인 ‘수출형 신형연구로 실증사업(기장연구로)’과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이 예정돼 있는 SMART원전에도 KEPIC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기존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은 좀 다르다. 해외 기술표준을 적용해 건설된 기존 원전들은 기자재 보수교체, 장기가동 중 검사 등에 점진적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신고리 1호기 이후 국내 건설원전(10기) 전면적용 및 해외표준을 적용한 운영원전(PWR 16기) 전면 대체 적용 등 2020년 이전까지 국내 운영 중인 원전 전체에 KEPIC이 적용될 예정이다.

◆사실상 ‘국내 전력산업계 표준화’ 자리매김 굳히기
화력발전의 경우에는 원전과 달리 고시에 따른 강제 사항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발전사업자들과 설계기관에서 유용성을 인식하고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화력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과 관련한 적용표준의 결정은 사업자 선택 사항인데, 2010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남부발전의 영월천연가스발전소가 최초로 전면 적용한 바 있다.

최근 건설 중인 신보령화력 1·2호기는 최신형 1000MWe급 초초임계압 발전소로서는 처음으로 KEPIC을 전면 적용했다. 이밖에도 영흥 3·4호기, 하동 7·8호기, 서울복합 1·2호기 등의 건설에도 KEPIC이 적용됐다.

민간화력발전사인 강릉에코파워와 고성그린파워도 2014년 1000MWe급 화력발전소 건설에 KEPIC을 전면 도입했다. 또 성능시험표준 및 유지정비표준 등이 2010년판으로 개발됨으로써 발전회사는 물론 유지정비 회사와 대형 건설사들도 적용기반 확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송·변·배전 분야의 경우에는 IEC 국제표준을 많이 채택하고 있는데, KEPIC은 ASME, IEEE 등과 같이 민간표준이기에 현재로서는 일부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협회는 송·변·배전 분야 국가표준개발협력기관(COSD) 업무 수임을 통해 관련 표준의 영역 확대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KEPIC은 원전 해체 분야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지난 40년간 운영돼온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18일 가동이 영구적으로 정지됐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시발점이 됐던 고리 1호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이제는 수명이 다한 원전을 과연 어떻게 해체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협회는 ‘안전하고 신뢰받는 해체기술 표준시장 선점’을 목표로 원전 해체기술에 대한 표준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KEPIC은 원자력안전법, 원전해체계획서 등에 절차 및 지침을 확인해 표준화 방안을 먼저 모색한 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 국내외 원전 해체 참조문서에 대해 상세 검토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어 우리나라의 해체 산업에 적용 가능한 참조문서를 도출하고 개발 표준을 확인한 후 산업계에 필요한 해체 표준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이미 확보된 R&D 37개 기술 및 미확보 기술에 대한 표준화를 연계해 시행키로 했다.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R&D 기술을 상세 검토해 표준으로 개발 가능한 분야의 KEPIC을 개발할 계획이다.

원전해체 시 발생될 사용후핵연료 분야에 대한 표준화도 추진된다. 이와 관련 현재 부지 설정 등의 어려움이 있으므로 중간 저장시설 등에 관한 표준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원전해체시장 진출도 도모한다. 현재 원전해체 경험 국가는 안전규제기준, 지침서 및 절차서에 따라 원전해체를 수행하고 있는데 관련 표준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외 규제기준에 부합하는 원전해체 표준을 개발, 고리 1호기 적용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하고 해체표준화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높은 부가가치 창출 및 기술적·경제적 효과 ‘업’
KEPIC은 성능이나 효율성보다 안전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기준이지만 다양한 부가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수많은 표준들을 집대성해서 이를 단일 패키지화한 전력산업계의 ‘전용표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KEPIC에는 전력설비의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총 7개 분야 480종(2015년판 기준)의 단위기술기준이 체계적으로 집대성돼 있다. 이는 전력설비 건설 프로젝트에 KEPIC을 적용할 경우 단일 표준의 적용만으로 건설 및 운영 등 전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EPIC은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원자력 분야 사업 참여에 대해 처음부터 어렵다는 인식 하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KEPIC은 이런 기업들에게 원자력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고 업체들의 활발한 시장 참여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더불어 전력산업 분야 표준 보유국으로서 국제 표준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돼 국격의 증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 역시 KEPIC의 긍정적 효과로 꼽을 수 있다.

KEPIC은 또 전력설비 건설·운영 관련 경험과 기술을 집약하고 국내 신기술을 표준화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의 사장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아울러 시공자, 제작자, 검사자, 등록기술자 및 공인검사원 등에 대한 자격제도 운영과 함께 국내 연구개발품의 실용화 지원 및 KS 재료 활용근거 확보 등 국내 제도, 기술 및 재료의 활용을 통한 국산화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한글로 된 표준인 KEPIC은 작업인력들의 현장적용에 편의를 제공했으며, 외국 표준 및 인증제도 적용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는 등 기술수준의 향상과 품질제고 효과를 거두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 “KEPIC의 경제적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효과가 전력산업계에 더 크기 때문에 정확히 수치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산출이 가능한 경제적 효과를 보면 우선 시공사, 기자재 제작자 등에 대한 국내 인증제도 적용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ASME를 적용할 때에 비해 업체 당 약 4만 달러 정도를 절감할 수 있어 현재 인증업체 수가 약 213여개(2017년 8월 기준)인 점을 고려할 때 연간 약 50억 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ASME를 적용해 기자재를 구입하였을 때와 KEPIC을 적용하였을 경우 적게는 24%에서 많게는 53%까지 구매비용을 절감한 사례가 있다. 절감사유는 국내 인증제도의 적용과 국내 제작 부품과 소재의 사용, 그리고 기자재 공급자의 다양화에 따른 가격 인하요인 발생 등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국내 건설원전 보조기기 구입에 KEPIC을 적용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기자재 구입비 절감률을 계산하면 최소한 1238억 원이 산출되는데, KEPIC과 이에 상응하는 외국의 참조표준을 구입할 때 발생하는 비용 차이를 분석해 보면 5년간 표준 구입비용 절감액이 70억 원(평균 200부 적용)에 달하고 있다.

◆인증업체 57개사로 출발…현재 189개사 유지
전기협회는 KEPIC의 미래 비전을 ‘Advanced Standard & Global Partner’로 설정했다. 이는 제대로 된 표준을 잘 만들어서 국내외로 널리 활용하자는데 있다. 즉 KEPIC의 표준화 기술 선진화로 KEPIC을 국제적인 표준과 대등한 수준으로 도약시키고, 국내 기술의 집약과 반영을 통해 독창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표준화를 도모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또 국제표준과 부합화해 국제적 활용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외 전력산업 여건에 부합하는 최적의 표준을 통해 경제적 효과 창출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으로 ‘KEPIC by kepic’이라는 전략을 통해 세부 목표를 설정,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는 국내 전력기술 선도 및 적극 활용으로 고유성(knowledge-leading) 증진을 추진하고, 기술전문가 활용 및 교육의 확대를 통해 전문성(expertise-higher)을 향상시켜 나감은 물론, 국제표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국제화(partnership-extended) 확대, 국내외 전력산업 전반에 걸친 KEPIC의 적용성(industry-wide) 증대, 실질적인 비용절감 극대화를 통한 KEPIC 활용의 경제성(cost-profitable) 제고 등을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이제 KEPIC은 단순한 산업표준을 넘어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중심이자 세계 속의 표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기협회는 안전성, 전문성, 신뢰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KEPIC 개발 및 유지관리를 통하여 세계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전력산업표준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현실화해 나가고 있다.

한편 KEPIC 자격인증제도는 전력설비(특히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조직 및 인원이 KEPIC에서 규정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KEPIC 주관기관인 전기협회가 그 자격을 평가 및 관리한다. 1997년 기존의 해외인증자격 전환업체 57개사에서 출발한 KEPIC 자격인증업체는 2109년 6월 기준 KEPIC 자격인증업체는 총 189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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