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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수원, 무자격업체 입찰 “알면서도 눈감아 줬나?”설계ㆍ적용기술ㆍ품질 등 규격요건 ASME Code 미보유 ‘T사 낙찰’
계약後 인증취득 1년째 준비…동반성장협의회 총괄회장 특혜 의혹

경주시 장항리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한국원자력신문

원자력발전소의 Q등급 피팅류(플랜지) 입찰에서 무자격업체가 선정된 사실이 본지 단독취재로 드러났다. 특히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낙찰업체인 T사의 ‘무자격 요건’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 눈감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한수원 사장이 특별히 챙기는 동반성장협의회의 총괄회장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는 판이다.

무자격업체 선정 논란의 시작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수원은 2018년 11월 14일 전자상거래 홈페이지(http://ebiz.khnp.co.kr)를 통해 ‘월성원자력본부 제2발전소(기계팀) 및 제3발전소(계측제어팀) OH용 어댑터 등 4품목(Q등급/안전관련설비자재)’에 대한 구매입찰공고(공고번호 W180805010)를 게재했다.

공고에 따르면 구매자재는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련설비자재 계약특수조건 적용대상’으로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한수원의 계약규정시행세칙 제22조 제1항에 규정한 요건을 갖추고, 예비품목코드(FITTING & FLANGES=104) Q등급 이상 등록업체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공고에는 월성 제2발전소에서 발주한 리듀셔(REDUCER)와 웰도렛(WELDOLET)에 대한 설계요건으로 ASME(미국기계학회) CODE 등급 ‘Class1’로 명시하며, ASME Section Ⅱ SA(철강재료)에 준하는 기계적 성질(인장강도, 경도, 인성) 및 화학적 성분이 같은 재질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적용기술기준(Code and Standard) 및 품질보증계획 요건에도 ASME Section Ⅲ Div(NCA & NB-89Ed. 89Add/Nuclear Power Plant Components-Class1)로 지정했다.

이후 11월 26일 전자입찰로 진행된 입찰에는 총 2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T사가 4950만원에 최종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T사는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대한전기협회) 인증과 해당 자재를 한수원에 공급할 수 있는 품목코드(104) Q등급 자격만 보유하고 있을 뿐 ASME 미인증 업체이다. 반면 T사와 가격경쟁에서 탈락한 B사는 한수원 유자격공급(Q등급)은 물론 ASME와 KEPIC 인증 모두를 보유하며, 밸브 및 피팅류를 제작해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공급하는 전문기업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결국 ASME 요건이 필수인 입찰에서 T사의 선정은 ‘자격미달’ 논란을 넘어 ‘동반성장협의회 총괄회장사(社)’ 특혜라는 의혹까지 확진됐다. 무엇보다 이 같은 각종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단초는 전문성 결여 혹은 봐주기로 일관된 ‘한수원의 불공정’ 입찰평가 적격심사이다.

본지 취재결과, 한수원은 최종낙찰자 선정 5일 전인 11월 22일 입찰 참여업체를 대상으로 해당 품목 구매기술규격서 여건에 따른 공급 가능여부를 평가하는 적격심사 과정에서 T사가 ‘ASME 미인증’ 업체라는 사실을 이미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T사는 입찰 적격업체로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으니, ‘봐주기 특혜’라는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특혜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한수원이 구매기술규격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ASME 기술요건(재료, 설계, 제작, 검사, 심사)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계약자는 ASME Section Ⅺ(IWA-4220)의 요건에 따라 자재공급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발주자(한수원)에게 사전 승인 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합치화(Reconciliation) 보고서’를 발행해야 한다.

그러나 T사와 관련된 ‘합치화 보고서’는 발행되지 않았으며, 한수원과 T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T사에게 ASME 인증취득 후 납품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한데 이어 T사의 낙찰금(4950만원) 68%에 해당하는 3410만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한수원과 계약이후 90일이 지난 올해 4월 30일까지 납품기일을 준수하지 못한 T사는 1일당(37,125원) 지체상금(7,016,625원/189일)을 물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까지도 ASME CODE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사의 ‘무자격 논란’이 확산되자 한수원은 “문제로 제기된 입찰은 안전성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품질보증과 관련한 규제요건을 위반한 사항은 없다. 특히 ASME 미인증 관련 사안은 발주자인 한수원의 재량권으로 판단할 사항”이라며 “오히려 한수원이 추진하는 동반성장협의회를 흡집내기 위한 음해”라고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수원 유자격업체 복수의 관계자들은 “수십 년 간 한수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선(善)입찰, 후(後)인증취득’ 사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마치 대학입학 후 수능시험을 보는 꼴”이라며 “무자격업체 입찰을 눈감아 준 한수원과 T사의 관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혀를 찼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탈원전의 어려운 상황에도 다수의 업체들이 기본요건인 KEPIC과 더불어 ASME 인증을 포기하기 않고 유지하는 이유는 여전히 국내 원자력발전 기자재 중 ASME CODE 기준을 요구하는 구매입찰이 대략 30% 안팎으로 발주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좁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들은 “T사와 같은 무자격입찰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ASME 인증 기준 구매입찰에 KEPIC 혼용이 가능하도록 구매기술규격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 참여했던 B사는 ‘한수원의 불공정 입찰평가’에 대해 한수원 현장 구매기술팀과 조달처, 감사실 등을 비롯해 국민신문고(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옴부즈만) 등에 “ASME 미인증 업체의 원자력발전소 입찰 참여와 원자력발전소 안전설비(Q등급)에 대한 자격미달 자재납품에 따른 안정성 우려” 등의 내용을 민원으로 제기했지만 그 누구도 B사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경주=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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