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2차 심의 시작했지만 첨예하게 엇갈린 이견 ‘결론보류’
정재훈 사장 출장핑계 참고인 불참…한수원 “철회‧보류 계획無”

‘월성 1호기 영구정지’에 대한 여부가 또 결론을 짓지 못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는 2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린 제111차 전체회의에서 4호 안건으로 상정된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에 대해 두번째 심의를 진행했지만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자인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12명의 사내ㆍ외 이사들이 참석한 긴급이사회를 통해 “낮은 운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계속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하고 가동을 멈춘 상태이다.

이후 한수원은 지난 2월 28일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원안위에 신청했고, 이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월성 1호기가 영구정지 된 상태에서도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그간 심사한 결과를 거쳐 지난 9월 27일 제108회 원안위에 보고했다.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는 영구정지로 인해 필요가 없는 설비 등과 관련된 부분은 인허가문서에서 삭제하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등 유지가 필요한 설비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보다 철저히 확인하여 운영을 승인하는 행정절차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7명의 위원(상임 2명, 비상임 5명)들은 지난 10월 11일 열린 제109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정을 보류한 것.

실제로 109차 회의 당시 위원들은 “감사원에서 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사업자 심의의결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시간을 가질 필요하다”면서 “안건을 바로 의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돼 추후 안건을 재상정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109차 회의에서 “영구정지를 신청한 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불러 운영변경 허가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며 안건보류를 받아들였던 위원들은 협력중소기업들과 ‘해외시장개척’을 핑계로 미국행에 나선 정재훈 사장의 불참에 불쾌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 사장을 대신해 참석한 전휘수 한수원 기술총괄부사장(발전부문)은 “현재까지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 신청을 철회하거나 보류할 사유가 전혀 없다”며 “영구정지를 위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원안위는 허가해 달라”고 언급했다.

지난 22일 열린 제111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상정된 심의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해 제출된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 운영기술지침서, 품질보증계획서 변경내용의 적합성을 심사했다. 그 결과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이후 운전필요 계통과 불필요 계통의 구분, 원전 운영방안 등은 영구정지 원전의 특성을 적절히 반영해 원전의 안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확인했다. 또 영구정지 단계의 운영조직, 기능, 책임사항 등은 기존 발전 중심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사항으로 변경된 것도 확인했다고 원안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날 이병령 위원과 이경우 위원 등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심의를 멈춰야한다. 감사결과 한수원 이사회의 배임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2022년까지)재가동의 변수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진상현 위원 등은 “사업자인 한수원이 운영변경허가(안) 신청에 대해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원안위는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에 대한 안전성만 검토하면 된다”면서 맞섰다.

하지만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가 보류된 것은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및 배임행위에 대한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요청한 ‘감사원 감사청구’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월성 1호기는 조기폐쇄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한수원이 원전 전기 판매단가를 과도하게 낮추고 원전이용률을 낮게 전망하는 등 월성 1호기 경제성을 악의적으로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수원이 이사회에 제출했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MW(메가와트)시 당 원전 전기 판매단가는 2018년 5만6000원, 2019년 5만3000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된 원전 전기 판매단가는 2018년에 6만2000원, 2019년에 1월부터 7월까지 5만6000원으로 한수원의 전망치보다 각각 약 11%, 6.5%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의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은 회의 시작에 앞서 엄재식 위원장을 만나 ‘원안위의 위법적 월권적인 월성 1호기 폐기안건 심의를 반대하는 국회 입장문’을 전달했다.

최 의원은 “월성 1호기의 전력판매단가, 원전이용률 등을 왜곡 조작한 의혹과 한수원 이사회의 배임 의혹 등에 대해 지난 9월 국회는 감사원 감사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했다”면서 “이에 감사원 감사를 통해 월성 1호기에 대한 모든 의혹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인데, 행정부처인 원안위는 국회가 요구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적법한 순리”라고 밝혔다.

◆한수원노조 VS 탈핵NGO ‘장외투쟁’…물리적충돌 피해
이날 회의가 열리는 동안 원안위 입구에서는 월성 1호기를 영구정지를 저지하려는 원자력산업계와 조기폐쇄를 촉구하는 탈원전단체들의 장외투쟁 또한 뜨거웠다. 이들은 각각 광화문 광장을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성명서를 배포하며 기자회견 등 규탄집회를 펼치자 경찰병력이 배치되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성명서를 통해 “원안위는 수많은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를 앞둔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재상정하며 한수원이 신청한 사안(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에 대해 원안위법에 근거해 심의·의결하는 적법한 절차이며, 원안위의 심의·의결과 한수원의 감사원 감사는 쟁점이 다른 별건이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의 감사원 감사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 신청의 근거인 한수원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위법할 수 있다는 국회의 합리적 의심에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즉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 신청 행위의 근거가 위법할 수 있다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의 결과에 따라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 신청 자체가 무효화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희철 한수원노동조합 중앙위원장은 “이는 복잡한 추론의 과정이 필요 없이 누구나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지속적으로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 심의·의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노 위원장은 “국회의 엄중한 의결을 통해 결정된 감사원 감사를 자칫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행위를 원안위가 강행하려는 의도에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원안위는 허울뿐인 명분 뒤에 숨지 말고 지금이라도 ‘월성1호기 영구정지 심의·의결의 무기한 연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및 환경운동연합

반면 정의당과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탈핵NGO단체들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은 지난 10월 11일 회의에 상정됐지만 자유한국당 추천 비상임위원 2명의 반대로 심의 되지 못했다”면서 “이미 정부 정책으로 폐쇄가 결정됐고,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영구정지를 신청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심사를 안전성과 무관한 이유로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월성 1호기는 안정성에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2015년 계속운전(10년) 허가당시에도 수많은 논란을 겪었지만 원안위는 표결로 이를 강행처리했다”면서 “이후 2166명의 국민소송단이 월성 1호기 수명연장허가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수명연장 허가 취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원안위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소송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던 김호철 위원은 109차 회의에 이어 이날 회의도 월성 1호기 관련 안건 논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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