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원전계측제어심포지엄(NuPIC)성료, 4개 분야 52개 세션 발표
인간공학ㆍ성능개선 현안 등 유관기관 500여명 참석…심도있는 토의

“원전기술 혁신에서 한국은 항상 뒤따라가는 위치였지만 ‘원전 MMIS’에 대한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세계 원전I&C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주최하고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이 주관하는 제11회 원전계측제어심포지엄(NuPIC 2019)이 ‘원전 I&C, 그 무한한 가치’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7일부터 8일까지 경주시 보문단지 내 The-K호텔에서 열렸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하는 원전계측제어 심포지엄(NuPIC, The Symposium for Nuclear Power Plant Instrumentation and Control)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의 신한울 1ㆍ2호기 적용을 계기로 국내 원전계측제어분야 관계자들이 모여 ‘이제는 기술선도자로 대한민국 원자력분야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는 분야가 되자’라는 취지로 2009년 11월에 첫 행사가 열렸다.

이후 NuPIC은 국내 원전계측제어분야 전문가 및 기업들이 참여하는 소통과 협력, 상생발전의 장으로서 세계 원전시장으로 진출 무대를 넓히고 있는 대한민국 원전계측제어분야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NuPIC은 원전 계측제어 유관기관 및 협력사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계측제어 분야의 신규 안전현안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AI기술의 원전적용 가능성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첫날 개회식에서 이진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NuPIC은 계측제어 분야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함께 토의하고 중요한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로써 이러한 계측제어 분야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최신 디지털기술로 개발한 국산 MMIS(인간-기계 연계 계측제어통합설비) 설비가 신한울 1ㆍ2호기에 적용돼 현재 운영허가 심의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부원장은 “앞으로도 심포지엄을 통해 계측제어 분야 혁신과 안전성 향상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도록 발전을 거듭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NuPIC은 규제기술 및 신기술 분야에서는 규제지침 개정 방향과 중대사고에 대한 제어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며 심도있는 토의가 펼쳐졌다.

김영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미국 NRC의 디지털 I&C(Instrumentation & Control) CCF(Common Cause Failures, 공통원인고장) 규제지침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김영미 책임연구원은 “미국 원자력산업계에서는 원전의 최신 디지털 기술 채택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를 디지털 I&C CCF에 대한 NRC의 보수적인 규제 입장”이라면서 “이에 따라 NRC에서는 2016년부터 IAP(Integrated Action Plan)을 통해 디지털 I&C 계통 CCF 대처와 관련된 기술적 규제 입장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책임연구원은 “미국에서는 CCF에 대한 차등적 접근 방법을 도입하고 CCF에 기인한 오동작을 분석하는 등 CCF 관련 규제지침을 개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디지털 I&C CCF 규제지침을 개선하기 위해 분석대상을 확대하고 안전중요도에 따른 차등적 접근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전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IAEA 정기총회 기간에 열린 국제원자력규제자협의회(INRA, International Nuclear Regulators’Association)에서 ‘혁신기술에 대한 규제’의 사례로 한국에서 개발한 MMIS 설비 설치현황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INRA는 독일, 미국, 스웨덴, 스페인,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한국 등 9개 회원국의 규제기관장들이 자국의 원자력안전 정책 및 제도의 변화, 주요 안전현안 발표를 통해 회원국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특히 캐나다 규제기관장인 Velshi 박사의 질의에 대해 한국측 대표로 참석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국내 원전산업계의 숙원사업이었던 원전 MMIS 원천기술 확보 과정부터 신한울 1ㆍ2호기 설치 현황에 대한 설명하며 “MMIS는 혁신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규제기관의 조기개입을 통한 혁신기술 규제의 성공사례”고 답했다. 이에 8개국 규제기관장들은 한국의 MMIS 성공사례를 차기 회의에서 자세히 발표하는 것으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I&C '무한한 가치 찾기'…해외시장 진출위한 출발점
한편 해외원전 신기술 및 시장 변화에 따른 I&C 분야의 영토 확장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국헌 글로벌아이엔씨파트너즈 부사장(CTO)은 “2008년까지 원전 건설에는 2종의 안전등급 플랫폼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훨씬 많은 수의 안전등급이 필요해졌다”면서 “실제로 국내에서는 처음 I&C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반대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 수준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Man-Machine Interface System)은 원자력발전소의 두뇌와 신경망에 해당하는 고난이도 기술의 집약체로 원전 선진국들이 후발국에게 핵심기술 이전을 꺼려왔다. 이에 후발국으로서는 고부가가치 사업이지만 기술개발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산화가 쉽지 않은 분야였다.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2001년 7월 원전계측제어시스템개발사업단(KNICS, Korea Nuclear I&C System)를 발족하고 2008년 4월까지 약 7년여 동안 원전에 적용되는 ▲안전등급 제어기기(Class 1E PLC) ▲비안전 계통제어기기(원전용 DCS)를 개발에 돌입했다.

사업화 적용 단계에서는 KNICS의 기반 기술을 토대로 2007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Nu-tech 2012’ 사업을 통해 개발된 설비와 기술에 대한 종합적 성능 시험 및 시스템 종합 신뢰성 시험을 수행해 원전 MMIS의 운전성 및 신뢰성을 확인하고 추가로 원자로 노심 보호 계통에 대한 검증 및 인허가 등이 진행됐다.

이렇게 확보된 MMIS 기반 기술의 사업적·기술적 사항을 세세히 점검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이 공동으로 ‘핵심기자재 국산화추진단’을 발족해 2007년 6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사업 적용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2009년 7월 31일에 신한울 1·2호기 MMIS 공급이 확정됐고, 현재 운영허가 최종심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김 부사장은 “한국형 원전의 패키지 수출도 중요하지만 현재 I&C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는 러시아(로사톰)와 러시아노형의 원전을 운영 중인 국가 등에서 최신 디지털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MMIS’ 도입(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의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사고감시계통에 대한 설계요건과 기술기준에 대한 화두도 던져졌다. 윤형석 한국전력기술 “후쿠시마 사고 이후 IAEA(국제원자력기구), IEEE(전기전자기술자협회) 등 국제동향은 사고감시계통에 중대사고 감시변수를 추가해 좀 더 유연하고 통합된 규제지침을 제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관련 계통에 대한 설계 및 검증기준 수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건설원전인 신고리 5ㆍ6호기 운영허가의 요건으로 해당 기술기준이 고려된다면 더욱 면밀한 검토와 관련 설계 및 검증기준 수립이 필요하고, 또한 신규 해외원전 수주 시 해당 기술기준이 장차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설계 결함과 인적오류(체르노빌/TMI)와 자연현상으로 촉발된(후쿠시마) 3번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통해 ‘원전의 중대사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이번 ​NuPIC에서는 ‘중대사고 대응 원전 블랙박스 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원전 블랙박스’는 원격 감시제어 시스템으로 중대사고 환경에서도 작동하고 30km 이내에서 실시간 사고정보 전송이 가능한 고신뢰성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다수호기를 동시에 감시제어 할 수 있다. 2017년부터 아이디어 방안을 도출해 오는 2021년까지 적합성 검증과 상용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김창회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전 블랙박스는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 내부 및 주변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온도, 수위, 유량, 수소농도, 방사능 농도)로부터 신호를 수집해 실시간 기록한 후 인공위성을 통해 발전소 외부에 있는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로 그 신호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원전 블랙박스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고(高)방사선 및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전자회로 설계(Radiation Hardened Electric Circuit Design)”라고 꼽으며 “오는 2021년 12월까지 외부온도 200℃, 방사선량 5kGy, 충격강도 120G, 100% 침수(IP 67), 수소폭발 대비 방폭형으로 개발해 공인기관을 통해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모바일원격감시제어실은 통제화면을 최적화하고 위성통신에 대한 사이버보안기능을 보완한 시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 블랙박스는 기록뿐만 아니라 실시간 정보를 전송해 사고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오는 2025년까지 각 원전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 중대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NuPIC 2019에서는 이틀간 ▲규제 및 신기술 ▲설계 및 기술지원 ▲운전 및 성능개선 ▲인간공학 등 4개 세션에서 54편의 주제발표와 패널토의가 이뤄졌다. 또 5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개회식 및 만찬 행사에서는 ‘NuPIC 2019’ 감사패 증정과 슬로건 시상식도 이어졌다. 이밖에도 이번 심포지엄 부대행사로 한국원자력연구원, RTP코리아(주), 용성전기(주), (주)우진, (주)피닉스엔지니어링, 슈어소프트테크(주), (주)크로네코리아 등 계측제어 전문기업이 참여하는 전시회도 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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