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교수협의회, ‘원전수출 기반 붕괴-현황과 대책’ 토론회
수출 경제‧외교적 효과 고려 ‘원전수출지원특별법’ 제정 필요

“문재인 정부의 원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바뀌지 않는한 원전 시장을 경쟁국에 모두 빼앗길 우려도 높다.”

2019년 12월 UAE로부터 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4기를 수주한지 꼬박 10년이 되는 지금 한국은 수출 강대국 대열에서 탈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60여기의 원전 건설이 계획될 예정이며, 원전 건설역량, 원자로 기술,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할 때 약 50기의 신규 원전시장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

이에 에너지정책합리화를추구하는교수협의회(공동대표 이덕환‧온기운·성풍현)는 지난 12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원전 수출기반 붕괴-현황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제8차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하는 토론으로 진행됐다.

먼저 온기운 교수는 ‘UAE 원전수출 10년,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세계 원전 시장은 수출국이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수출 상대국에 원전을 건설하고 발전된 전기를 판매해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중국 등 비(非)OECD국가들은 국제적 규제를 받지 않는 파격적 정부 금융지원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 교수는 “수출국들은 원자로 건설을 비롯한 연료공급, 유지보수,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완성된 핵주기로 접근하고 있어 탈원전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한국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격경쟁력에서도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보다 유리하나 이를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온 교수는 “한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원전 수출 선도국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과 기술과 외교력의 결합, 관민 협조체제의 강화 등이 불가결하다”면서 “원전 수출에는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는만큼 신흥국에 수출할 때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활성화와 투자은행(IB)의 적극적 역할, 해외 금융기관과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발주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노형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설계 등 R&D 투자를 지속하고 특히 4세대 스마트원전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핵주기를 완성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생태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수출구조를 일원화하여 전력을 집중시켜야 하며, 인프라 기반이 약한 신흥국들이 요구하는 인력양성 지원에도 적극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수출 현황과 후속 수출실현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수출 물량 절벽을 맞게 된 국내 원자력산업계는 고사하고 있다”면서 “두산중공업은 내년에 공장 가동률이 10%선으로 떨어져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할 전망인 가운데 460여개 협력업체 매출도 7분1 수준으로 급감해 폐업기업이 급증하고 우수인력이 이탈하는 등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원자력협회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참여할 수 있는 신규 원전 사업은 약 50개로 추정되는 등 원전 수출 시장은 충분하므로 원전수출 체계를 정비하여 후속 수출을 실현할 당위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교수는 “정부는 탈원전 하에서도 원전 수출은 추진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취해 왔기 때문에 정부 당국자의 책임감과 열정은 미약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뉴젠(NuGen) 인수도 실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그간 범부처간 유기적 협력이 없이 또 장기적으로 수출 업무를 주관하는 주무자 없이 수출사업을 미온적으로 추진해 왔다. 더구나 한전과 한수원은 각기 따로 수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그나마도 부족한 원전 수출 업무 전문가의 양분과 협력 부재 상황을 초래해 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협상주관과 금융지원, 포괄적 경제협력, 외교협력, 원자력 인력양성, 인허가 지원 등을 총괄할 범 부처적 유기적 협력체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필요성과 원전 수출의 막대한 경제적, 외교적 효익을 고려한 ‘원전수출지원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어 주 교수는 “원전수출지원특별법에 따라 범부처 공무원과 원자력 산업계 실무자들로 구성된 원전수출추진단을 신설하여 정부가 주도적으로 원전수출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신한울 3·4호기의 즉각적인 건설재개를 통해 탈원전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전 산업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도입국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원전수출추진단은 1차적으로 사우디와 영국 원전 수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중단기적으로는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등 동구권 국가를 대상으로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 아시아 국가와 이집트,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 대상으로 수출 전선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소형원자로 등 각국 여건에 맞는 원전 형식 다변화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울진이나 영덕에 원전 수출 전략지구를 조성하여 APR+, APR1000+, SMART 등 수출 전략 노형 시범 건설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토론에서 이덕환 교수는 “섣부른 탈원전 선언으로 3조가 넘는 바라카 원전의 과실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APR-1400의 기술도 공개될 수밖에 없다. 바라카 원전의 유지‧보수 계약을 확보한 기업에게 무제한적인 접근권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의 원전 건설 우선협상 지위를 상실해버린 것도 섣부른 탈원전 선언의 결과”라며 “1956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한 원전 종주국인 영국에 우리 손으로 우리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것은 원전입국의 꿈을 완성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아무리 뛰어난 원전 기술도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영국의 교훈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주헌 교수는 “원자력산업은 지난 60여년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기술후진국에서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한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며 “세계 원자력시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위축되지 않고 있으며, 수출 역량이 있는 국가는 사실상 러시아, 일본,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이외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kW당 건설비용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건설비용이 3717달러로 가장 낮아 가격경쟁력이 증명된바 있다.
박 교수는 “세계 원전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순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최근 안전기술, 금융역량, 세일즈외교역량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경향이며, 탈원전으로 대표되는 국내 에너지정책과 현재 원전수출 체계는 이러한 세계 원전 시장의 환경변화와 일부 모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자력산업 전문인력 급감과 원전생태계 붕괴는 원전의 안전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금융역량 면에서 2016년 6월 공공기관 기능조정에 의해 원전수주 주체를 한전 단독 추진에서 한수원도 가능하도록 조정함으로써 한수원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한수원의 해외사업 경험이 적고 국내 원전사업에 특화되었기 때문에 대규모 재원조달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은 밀실에서 은밀하게 만들어진 부실한 대선 공약에서 시작한 비현실적이고 탈법적인 탈원전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2017년 3월 1일 57개 대학 210명의 교수들이 결성한 교수협의회이다. 현재 61개 대학 225명의 교수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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