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원전해체 경험 쌓으면 해외진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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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원전해체 경험 쌓으면 해외진출 가능할까?”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9.12.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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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2022년까지 28건 미확보기술 개발…실증화 지원
WNA “폐기물 효율적 관리방안” 기본원칙 논의부터 필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50기에 가까운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나 인허가 만료와 설비 노후화, 그리고 여러 가지 정치적 및 정책적인 이유로 폐쇄되는 원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마다 해체와 관련된 인허가 및 규제 체계도 다르고 구축되어 있는 인프라도 각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해체 폐기물 관리 방안이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에 있었던 원전 해체 과정에 대한 경험을 종합해 볼 때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보다 좀 더 효율적인 해체 폐기물의 관리방안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최근 세계원자력협회(WNA)가 발간한 「원전 해체 폐기물의 효율적 관리 방안(Methodology to Manage Material and Waste from Nuclear Decommissioning)」보고서에 따르면 해체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본원칙으로 ▲최종상태(End-states) ▲폐기물 특성 평가·재고량 ▲폐기물 루트(Waste routes) ▲폐기물 처리(Waste treatment) ▲비용문제에 대한 정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먼저 WNA는 “해체부지를 어떤 최종상태로 결정할 것인지에 따라 ‘브라운필드(Brownfield)’ 시나리오와 ‘그린필드(Greenfield)’ 시나리오를 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필드 시나리오는 규제와 통제 하에 부지를 제한적으로 재이용하는 방법이고 그린필드 시나리오는 규제를 받지 않고 부지를 무제한으로 재이용하는 방법이다. 또 즉시 해체(Immediate decommissioning)와 지연 해체(Deferred decommissioning) 등 해체 전략에 따라 비용과 위험성, 규제 측면이 달라질 수 있다.

WNA는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의 재고량과 형태·성격·발생량·성분·방사선 준위 등 특성을 파악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어떤 폐기물을 어떤 처리 과정을 거칠지 고려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재활용을 할 것인지, 처분을 할 것인지, 처분할 경우 저장과정을 거칠지, 저장과정을 거친다면 저장시설을 어디에 마련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성공적인 해체 프로젝트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현재 운영 중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서 ‘폐기물 루트’ 결정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WNA 측은 “폐기물의 루트가 결정된 후 그 루트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며 “폐기물을 적절히 감용(volume reduction)하고 알맞게 처리(Treatment)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우선순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폐기물 관리 분야에 가장 비용 발생이 크기 때문에 해체 프로젝트의 지연을 막고 폐기물을 감용해서 처리함으로써 처분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해체는 천문학적 비용 못지않게 건설시공보다 더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IAEA는 상업용 원전 해체시장을 2050년까지 약 440조원으로 추산했으며, 연구용 실험로와 핵주기 시설 등 원자력시설 전체 해체 시장은 1000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치 원전해체 시장이 원전관련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비춰지고 있다.

현재 영구정지 원전은 169기로 국가별 수는 미국 35기, 영국 30기, 독일 29기, 일본 18기 등이다. 그러나 이들 중 21기만 해체가 완료됐으며, 그 중에서 상업용 원전 16기를 해체한 미국이 가장 많은 경험과 다양한 해체 사례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국내의 경우 2017년 6월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 1호기 해체를 통해 원전의 ‘건설-운영-해체(폐기물 관리)’에 걸친 전(全) 주기 원전 산업 체계를 완성하는 기회로 삼아 “국내 원전생태계의 미래 먹거리로 해체산업 육성과 향후 원전해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러나 고리 1호기는 국내 최초로 해체하는 상업용 원전인 만큼 해체 사업을 위한 여건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로 해체, 대형기기 교체 등의 경험을 통해 일부 해체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 해체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 수준이다. 또 본격적인 해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체 공급망이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해체가 본격 시작되는 2022년까지 28건의 미확보 기술을 개발 완료해 국내 기술로 고리 1호기를 해체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원전해체 관련 연구시설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지자체간 해체연구센터(가칭) 유치경쟁이 과열양성으로 흐르기도 했다.

그렇게 2년간 정부는 산·학·연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치고 지자체 등과 입지 및 설립 방안을 협의한 끝에 부산·울산과 경주에 각각 원전해체연구소(경수로 분야)와 중수로해체기술원(중수로 분야)을 설립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최근 원자력산업은 변곡점을 맞이했지만 이는 관련 산업의 일자리가 축소되는 것이 아닌 원전건설 등 선행주기 중심에서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등 후행주기와 신 유망분야 중심으로 구조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30년까지 12기의 원전이 해체대상이 됨에 따라 관련 분야 인력수요가 ▲2022년 447명 ▲2025년 1142명 ▲2030년 2659명 ▲2034년 3001명 등으로 급증할 전망이며, 특히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신규 일자리 창출과 원전해체 기업 집적화, 해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의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2019 원전해체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국내 원전산업계가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와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이 주최하고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주관한 이날 포럼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국내 원전해체 추진전략 및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를 포함한 미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원전해체 경험과 현안을 공유했다.

행사에 앞서 정재훈 원자력산업회의 회장은 “현재 한수원은 해체산업 조기 활성화를 위해 고리 1호기 해체사업을 분리 발주할 예정이고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 지자체, 산업체, 연구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지역별 산업체 간담회를 개최해 상호 소통에 힘쓰고 있고 국내 산업체와 협업을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체를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상황에 맞게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기관·업체들과 적극적인 업무협조를 통해 관련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원전해체는 우리의 당면 과제이자 동시에 새로운 기회로, 전 세계 가동 중인 453기 원전이 수명을 다하면 글로벌 해체시장이 열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면서도 “요소 기술 확보 등 갖춰야 할 것이 많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중요한 한 해였다”고 평했다.

주 실장은 “정부는 현재까지 원전해체 역량 확충을 위해 연구개발에 177억 원, 조기발주 120억 원 등 선제적인 투자를 했고 올해 58개 원전해체 상용화 기술 중 6개를 개발 완료했다”며 “조기발주 가능한 해체물량을 발굴해 원전 기업의 일감을 창출하고 국내외 협력과정 운영, 원전현장인력양성원 개설 등 전문인력도 양성 중으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체를 기본 원칙으로, 우리 자체적인 해체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핵심 요소 기술의 조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2021년 하반기로 계획된 원전해체연구소 설립과 함께 국내외 산업계와 소통·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 해체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주요 국가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각 나라별 사례가 소개됐지만 결국 발전소 해체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됐기 때문에 인적 자원 개발은 필수라는 점이다. 또 영국의 NDA처럼 모든 공급망(서플라이 체인)과 유기적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등이 강조됐다.

이번 포럼에 참가한 원자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원전해체 산업이 국가경제 혹은 지역 경제에 어떠한 역할을 할지 아직 미지수지만 국내와 여건이 다른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원전해체 산업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다만 참고는 하되 절대적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이 관계자들은 “원전해체라는 것은 방사선을 가진 거대한 구조물을 해체하는 것으로 대형 건축물, 육상 및 해상의 거대한 플랜트 구조물을 해체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다”면서 “이는 원전 해체라는 것이 단순한 원전 구조물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플랜트 해체라는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가 가능한 것이며, 앞으로 플랜트 건설은 유지 보수와 해체라는 필수불가결의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발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