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진짜 조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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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진짜 조작했을까?”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1.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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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이사회 제출용 보고서 왜곡 논란…가동시 1779억원 이득 분석
산업부-회계법인 사전공모後 “경제성 200억원 급전직하” 조기폐쇄 결정타

국내 두 번째 원전이며, 첫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시설용량 67만8000kW)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조기 폐쇄를 위해 고의로 왜곡된 정황이 드러났다.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사회를 열고 낮은 운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계속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내렸다. 이날 정재훈 사장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10월 정부의 에너지로드맵과 연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된 직후 신중히 검토했다”며 “월성 1호기의 경우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이 강화된 안전기술과 경제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폐쇄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월성 1호기는 지난해 말 기준 발전단가가 125원인데, 판매단가는 60원 정도로 이미 적자발전소가 됐다”면서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0.6%를 차지하는 월성 1호기의 폐쇄가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사회 한 달 전인 그해 5월 삼덕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계속 가동하는 것이 1778억여원 이득”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보고서 초안에서 “이용률 70%, (전력) 판매단가 인상률 0%에서 계속 가동하는 것이 1778억여원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용률 70%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고 했다.

또 보고서는 경제성이 ‘0’이 되는 원전 이용률(손익분기점 이용률)을 30~40%로 산정했는데, 이용률이 30~40%만 되도 즉시 정지하는 것보다 계속 가동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2018년 5월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그리고 삼덕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운영정책 검토를 위한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 초안 검토회의를 한 뒤 이용률·판매단가 인하 등 경제성 평가 전제 조건이 변경돼 나온 최종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급전직하(急轉直下, 사태나 형세가 갑자기 바뀌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진행)했다.

최종 보고서에는 “중립적 시나리오(이용률 60%)에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즉시 정지하는 것보다 224억원 이득”이라고 분석했는데, 이는 원전 이용률을 초안보다 10%p 낮은 60%로 봤고, 손익분기점 이용률은 54.4%로 높여 잡았다. 또 1kWh(킬로와트시)당 전력 판매 단가는 초안에서 60.76원이었지만 최종 보고서에선 2022년 48.78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

정유섭 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지표를 실제보다 턱없이 불리하게 왜곡·조작했음이 드러났다”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정 의원은 “감사원은 한수원이 감추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철저히 감사해 월성 1호기 경제성 왜곡 조작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면서 “만약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이처럼 확실한 증거가 드러난 경제성 조작 범죄를 눈감아주려 한다면 감사원 역시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한수원 “악의적 축소·왜곡·은폐없었다” 적극 해명
한편 산업부와 한수원이 사전에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입맛’에 맞춰 월성 1호기의 경제성 지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정치권과 원자력산업계 안팎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에 산업부와 한수원이 해명자료를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는 모양새이다.

먼저 산업부는 “한수원, 회계법인에 대해 경제성 평가의 기준이나 전제를 바꾸라고 압력을 행사하거나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회계법인은 객관적인 기준과 사실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경제성평가 입력변수를 결정해 분석했다”면서 “(정유섭 의원에서 주장한 2018년 5월 11일)산업부와 한수원, 회계법인간 회의는 회계법인이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기관의 의견청취 목적으로 개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수원도 “경제성 평가 입력 변수와 관련한 회계법인의 의견 요청에 대해 원전운영기관(한수원)이 생각하는 의견을 설명한 것으로 한수원이 회계법인에 평가입력 전제를 바꾸라고 요구한 바는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한수원은 “(정의원 주장처럼)‘보고서 초안’은 최종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였을 뿐”이라면서 “회계법인이 도출한 결과는 이후 회계전문 교수 및 제3의 회계법인의 자문·검증을 다시 한 번 거치는 등 경제성 평가는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원전 이용률과 전력판매단가를 의도적으로 조작과 관련해서 한수원은 “이용률 60%는 경제성 평가시점 기준 월성 1호기의 최근 3년, 5년, 10년 이용률 평균 실적을 고려해 중립적 이용률 시나리오로 설정한 것”이라면서 “실제 경제성 평가에는 추가로 이용률 80% 및 40%에서의 경제성 평가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단가 전망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2017년도 전력그룹사 중장기 발전계획 및 한전 구매계획기준에 따른 원전 판매단가를 적용하여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이러한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고 한수원은 해명했다.

아울러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이사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는 의혹에서 대해서도 한수원은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기 전에 이사 개개인들에게 경제성 평가 결과를 충분히 사전설명(2018년 6월 1~7일) 했고, 사전설명 시 질의·답변을 통해 핵심 내용들을 전달했다”면서 “이후 이사회 당일(6월 15일)에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핵심내용이 요약된 안건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부와 한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요 언론매체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감사원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이 1778억원 이득’이라는 경제성 분석 보고서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된 만큼 산업부와 한수원에 대해 무엇 때문에 고위로 왜곡·조작했는지 철저한 감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가 거세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7000억의 비용을 들여 완벽한 보수를 끝내고 100% 출력운전이 가능한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60%로 낮춰 잡은 것은 경제성을 낮추기 위한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축소·왜곡”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에교협에 따르면 실제로 1982년에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30여년 평균 이용률은 79.5%이었다. 2016년의 이용률이 53.3%로 떨어진 것은 경주지진으로 약 3개월 동안 가동을 정지했기 때문이다. 2017년의 이용률이 40.6%로 줄어든 것 또한 5월 말의 예방정비를 위한 정지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을 핑계로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억지로 연말까지 가동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에교협은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 개최의 상식적인 절차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축소·왜곡된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기술적으로 멀쩡한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졸속으로 결정함으로써 국가 경제와 국민 안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엄정하고 조속한 감사를 통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의 조작과 한수원 이사회의 부당한 영구정지 의결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는 물론 보고서를 작성한 삼덕회계법인에게 축소·왜곡을 지시한 관련자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역시 “월성 1호기를 고철로 만들기 위해 한수원이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월성 1호기 보고서 조작을 비롯해 탈(脫)원전 정책 전반의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여당 의원 복수의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할 당시 이사회에서도 이사들에게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요청한 자료에도 주요 숫자를 모두 먹칠해서 제출했다”면서 “도대체 한수원이 감추려했던 것이 무엇인지 감사원은 이번 기회에 철저히 감사해 월성 1호기 경제성 왜곡 조작의 실체를 명백히 밝히는 것은 물론 거짓말로 점철된 탈원전 정책의 민낯을 보여주는 일이며, 철저한 조사와 수사·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