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물질 투여 없이 “癌찾는 똑똑한 영상장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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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물질 투여 없이 “癌찾는 똑똑한 영상장비” 개발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2.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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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세계 3번째 인체무해 ‘산화철’ 활용 생체영상…‘PET 대체‘ 가능
기존 대비 전류량 100분의1 ↓, 항원ㆍ항체 따라 다양한 질병 탐색

국내 연구진이 방사능 물질 없이도 암을 찾아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안전한 방법으로 질병을 찾아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국내 의료 영상 장비 시장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산화철(Fe3O4) 나노 자성입자의 위치를 통해 암을 포함한 특정 질병을 찾아내는 의료 영상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승인돼 게재될 예정이다.

이번 기술은 암이나 특정 질병을 찾아내는 데 가장 우수한 의료 영상 기법 중 하나인 양전자단층촬영(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을 대체할 수 있다. 특히 자성을 띤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해 의료영상기기(MPI, Magnetic Particle Imaging system)기술로 보다 안전하며 저렴하다.

ETRI 연구진(좌로부터 정재찬 선임연구원, 김진선 연구원)이 MPI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측정 결과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모습
ETRI 연구진(좌로부터 정재찬 선임연구원, 김진선 연구원)이 MPI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측정 결과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모습

현재 활용되는 의료 영상장비는 X-ray, MRI, PET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각 영상 장비마다 진단할 수 있는 질병과 수준이 다르다. X-ray는 골격을 촬영해 진단하고 MRI는 인체구성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측정해 질병을 진단하는 해부학적 영상 장비다.

PET의 경우, 암과 같은 특정 질병을 찾는데 최적화된 장비다. 방사능 물질인 추적자(tracer, 암이 위치한 곳을 찾아 모이는 방사성의약품)를 마시거나 주사한 뒤 방사능 물질의 위치를 찾아 암의 위치를 찾아내는 장비다.

암 확진 환자의 경우에는 PET 검사를 통해 암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도움이 되지만 단순 검진이나 진단 목적으로 PET를 사용하기에는 ‘방사능’ 피폭에 대한 우려로 논란이었다. 검사에 쓰이는 방사선으로 인해 오히려 암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산화철이 인체에 무해하고 자성을 띤다는 점에 착안해 자기장을 통해 산화철의 위치를 파악하는 MPI 기술을 개발한 것. 산화철 입자는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연속적 사용이 가능해 만성 질환의 추적과 진단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질병을 찾을 수 있는 항원ㆍ항체를 산화철 입자에 코팅해 생체에 주입하면 질병이 발생된 부위에 부착된다. 이후 입자에서 나오는 신호를 확보해 3차원 공간정보와 결합하여 정확한 위치를 영상화해 판별한다. 이로부터 X-ray, MRI 등 해부학적 정보와 함께 정확한 발병 부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부착하는 항원ㆍ항체에 따라 다양한 질병을 탐색할 수도 있다.

자성을 지닌 나노 입자를 활용한 MPI 방식은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이 시작돼 세계적 의료 영상 장비 업체와 연구기관들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생체 대상 영상 확보에 성공한 기관은 필립스와 마그네틱 인사이트 두 곳이 전부다.

하지만 해외에서 개발한 MPI 장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약 수 천Wh급 전력 공급 시스템이 필요하다.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거대한 냉각시스템도 필요하다. 장비 가격도 비싼 편이다.

나노 자성 입자 기반 영상 시스템(MPI) 내부사진. 상부에는 자기장 발생, 이동 장치, 시료 자동 이송 장치 등 장비 전체 제어 박스를, 하부에는 전력 및 신호 증폭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나노 자성 입자 기반 영상 시스템(MPI) 내부사진. 상부에는 자기장 발생, 이동 장치, 시료 자동 이송 장치 등 장비 전체 제어 박스를, 하부에는 전력 및 신호 증폭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연구진은 자기장 발생장치를 비롯한 중앙 제어시스템과 제어 소프트웨어(SW) 등 장비에 필요한 원천기술 대부분을 독자 개발했다. 크기는 가로 170cm, 세로 60cm로 소모 전류량을 100분의1 가량으로 줄여 거대한 냉각장치가 필요 없다. 제작비용도 20분의1 수준으로 부담을 줄였으며, 연구 장비 목적으로 즉각 상용화가 가능하다.

연구책임자인 홍효봉 ETRI 지능로봇연구실 박사는 자기장 신호를 만들어 확보하는 기술과 혼합전자기장 분석 기술(FMMD, Frequency Mixing Magnetic Detection)에 대한 핵심 특허를 확보해 3차원 공간 안에서 특정 위치의 자성을 판별하고 영상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연구진이 제작한 장비로 나노 입자를 실험용 쥐에 투여한 뒤, 쥐의 엑스레이 사진과 결합한 결과 나노 입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이 기술이 고도화되면 복개를 통한 조직검사 대신 나노 자성 입자를 투여한 뒤 간단한 검사를 통해 암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 박사는 “이 기술은 어떤 항원ㆍ항체를 활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질병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하고 효과적인 진단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의료 지출로 인한 사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공동연구를 수행한 송대용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인체에 무해한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암 등의 병변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장비들과 차별화된 획기적인 기술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