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청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지정…방사선종사자 법정의무 집합교육 잠정연기
이동시 재전파 가능성 우려, 회의ㆍ워크숍 등 '경계'로 하향 전까지 기피현상 이어져

24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아울러 대구시와 경상북도 청도군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원자력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우선 원자력산업계는 중국과 홍콩, 마카오를 비롯해 대구·경북에 대한 출장을 금지했으며, 기관별 사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열화상카메라를 설치·운용해 관계자 및 외부인들의 출입단계에서 감염의심자를 격리할 수 있도록 출입관리를 강화했다.

24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국민소통실
24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국민소통실

집단 발병지역 대구와 인접한 김천시 소재 한국전력기술은 대구 및 청도 거주지역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유관기관과 업무관련 회의 등으로 출장 시에는 대중교통보다 개인차량을 이용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직원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서별로 (점심)시간대를 나눠 구내식당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또 다중시설 이용과 부서행사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전기술에 따르면 지난 19일 엄호섭 경영관리본부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심각단계가 선포될 경우를 대비해 도상회의 성격의 대응방안에 대한 훈련을 마쳤다.

한전기술은 회사 내 확진자 발생 또는 심각단계 시 엄호섭 본부장을 추진반장으로, 코로나19 비상대응추진반을 운영하는데 추진반은 종합상황팀(품질안전처), 대응처리팀(경영지원처/인사노무처), 지원/언론대응팀(본부/단별 사업관리실/혁신성장실) 등의 3개팀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상대응계획은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소 종합 엔지니어링 업무가 차질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확진자 발생 시에는 업무종료(휴업)까지 할 수 있도록 강력한 조치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대구에서 집단 종교 활동으로 인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대면접촉으로 진행되는 집합교육에 대한 ‘연기론’이 제기됐다.

일반분야(▲산업 ▲의료 ▲교육 ▲군사 ▲공공 ▲연구) 또는 방사선취급업무 종사자 및 방사선안전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법정의무(원자력안전법) 교육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분포된 지정 교육장으로 교육과정에 따라 수 십여 명이 집합교육을 받기 위해 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 되면서 교육일정 연기(혹은 취소)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자 교육수행 기관들은 “코로나 상황 종료 전까지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을 하고, 발열, 기침,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 경우 교육 수강을 자제해줄 것을 바란다”면서 “정기 기본교육은 연내에 교육 이수를 마치면 되는 것으로 교육일정을 연기해 수강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소극적인 대응은 코로나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자 감염예방 수칙만 준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대상 복수의 관계자들은 “업무상 필수인 법정의무 교육이라 꼭 지금밖에 수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불특정 다수와 대면접촉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등을 교육수행 기관 등에 문의를 했지만 결국 판단은 스스로 결정해야 상황이라 고민스러웠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지난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구 및 경북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원자력사업장 근로자(종업원)는 물론 방사선작업종사자, 방사성동위원소취급자에 대한 집합교육을 한시적으로 폐강하거나 또는 연기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또 이 같은 내용을 법정의무교육을 수행하는 산하기관으로 하달했다.

이에 24일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방사선안전교육연구원은 웹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오는 3월 8일까지▲방사선작업종사자 기본교육 ▲방사선안전관리자 기본교육 ▲방사선관련 면허자 보수교육 ▲방사선투과검사분야 조장교육 등 집합교육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면서 “이번에 폐강 및 연기된 교육은 추후 일정을 재편성해 공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방사선투과검사 분야를 제외한 방사선작업 정기종사자의 경우 집합교육과 이러닝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지만 2년에 1회는 반드시 집합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아울러 (사)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와 (사)한국방사서진흥협회도 위탁으로 진행 중인 ▲방사선작업종사자 직장교육 ▲면허소지사 보수교육 ▲방사선사 보수교육 ▲원자력사업장 직원(종업원)에 방재교육 등 서울과 전국에서 예정된 집합교육을 오는 3월 8일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방사서진흥협회 관계자는 “원자력(방사선) 관련 의무교육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연기조치했지만, 확산 속도에 따라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RI 면허대비 강좌(주말)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방사선안전교육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합교육 폐강 및 연기 안내' 공지를 웹사이트 팝업창을 통해 알리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 방사선안전교육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합교육 폐강 및 연기 안내' 공지를 웹사이트 팝업창을 통해 알리고 있다.

대한전기협회 KEPIC본부에서 주관하는 ▲품질보증 실무(기계/구조, 2월 25~28일) ▲기기검증(3월 3~6일) ▲원자력기계 공인검사(3월 9~13일) ▲품질보증 실무(전기/계측, 3월 16~19일) ▲품질보증 실무(재료) 및 인증문서(3월 23~26일) 등 ‘KEPIC 교육 일정’도 연기됐다.

전기협회 관계자는 “KEPIC 교육은 비록 법정의무교육은 아니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장소에 대한 방역과 소독으로 관리한다고 해도 전국의 분포된 교육생들이 집합교육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갑작스런 연기조치 결정을 하게 됐다”면서 “연기된 일정은 추후 재공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밖에도 전기협회는 오는 3월 12일부터 13일까지 대전에서 한전KPS와 공동으로 개최예정인 ‘KEPIC 유지정비 세미나’도 취소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번 세미나에는 발전사, 정비사, 제작사, 설계사 등 전력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가해 유지정비 분야 최신 기술 동향과 적용 경험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처럼 전국 주요 도시간 교통망이 연결돼 이동시 재전파 가능성 우려가 높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가급적 피하자는 분위기이다. 이에 당분간 원자력산업계 관련된 행사나 회의, 워크숍, 교육일정 연기 등은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 수준으로 하향되기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경북 포항시 소재 포항공대에서 개최 예정이던 ‘2020년도 동계워크숍’을 취소했다. 다만 이번 워크숍의 주제와 개최 장소 등은 오는 8월 중순에 열릴 예정인 ‘하계워크숍’에서 다루기로 했다.

또 방사선진흥협회도 오는 28일 개최예정이던 ‘2020년 정기총회’를 3월 중순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매년 2월 말 개최하던 정기총회를 잠정 3월로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3월 초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추가 연기될 수 있으며, 최종 공지는 협회 웹사이트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울진군 역시 ‘원자력수출실증단지 조성’ 기본계획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오는 27일 개최예정이었지만 잠정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용역은 정부 원자력 정책기조 변화(발전→수출ㆍ안전ㆍ연구)에 대응해 원자력 수출실증단지를 울진군에 유치, 조성하여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전력설비의 안정적 운영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5개 화력발전사는 본사 및 본부 내 홍보관 및 발전소의 단체 견학도 잠정 중단키로 했다. 그러면서 예방을 위해 손씻기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 등 감염병 예방 행동수칙 등을 자사 웹사이트와 SNS, 지역사회 등을 통해 예방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전시회(컨퍼런스) 참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력산업계가 오는 3월 4일부터 이틀동안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예정인 ‘2020 터키 국제 원자력발전소 써밋(INPPS, International Nuclear Power Plants Summit)’ 전시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INPPS는 매년 한국수력원자력 주관으로 국내 29개 원전 기자재 공급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수출전담법인 코리아누클리어파트너스(Korea Nuclear Partners)를 비롯한 원전 기자재 공급사, 한수원 유자격공급자, 동반성장협의회 회원사 등이 ‘팀코리아 시장개척단’으로 참여해왔다.

복수의 원자력산업계 관계자들은 “한국형 원전의 수출을 위한 판로개척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추이를 지켜보며 향후 전시회를 수출우호국과 비즈니스포럼 등 시장개척단을 대처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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