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휴업으로 포장된 ‘2차 구조조정’ 돌입하나
상태바
두산重, 휴업으로 포장된 ‘2차 구조조정’ 돌입하나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3.12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5세 이상 명퇴신청자 550여명…고정비 절감차원 유휴인력 휴직 필요
오너일가 사재출현-전문경영인 도입-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 촉구

‘탈원전’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두산중공업이 수십년 일했던 직원들에게 명예퇴직을 종용하더니 이제는 휴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 창립 이래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휴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일 두산중공업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에게 ‘경영상 휴업시행을 위한 노사협의 요청서’를 보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경영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위한 절차상의 수순을 밟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은 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 취소로 약 10조원 규모 수주 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다”면서 “2012년 대비 현재 매출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7% 수준에 불과한데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액은 1조원을 넘어서면서 영업활동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위기극복을 위해 다양한 자구노력을 시행해 왔지만 영업활동을 위해 필요 최소한의 경상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축소했으며, 자산유동화 등 가능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왔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신규채용 억제, 임원 및 조직축소, 한시적 복지유예, 계열사 전출, 순환휴직, 사내공모를 통한 인력 전환배치, 조기퇴직 및 명예퇴직 등을 실시하며 고정비 절김 및 운영 효율화에 주력해 왔다. 특히 지난 4일까지 45세(1975년생) 이상 과장급 기술ㆍ사무직군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결과 약 550여명이 명예퇴직 신청서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설상가상으로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부채상환 압박 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며 “더 이상 소극적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사장은 “최근 3년간 지속된 수주물량 감소로 인해 올해 창원공장 전체가 저부하인 상황에서 오는 2021년에는 부하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급감한 뒤 앞으로도 일정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고정비 절감을 위한 긴급조치로서 근로기준법 제46조 및 단체협약 제37조에 근거해 경영상 사유에 의한 휴업을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휴업의 목적인 고정비 절감 측면과 휴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및 직원들의 생활상‧경제상 불이익 최소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며, 휴업 대상 선정과 휴업기간 등 구체적인 세부 실시방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측 “경영위기 극복 동참해달라” vs 노동조합 “휴업 제안 결사반대”

사측이 경영위기를 극복을 이유로 명예퇴직에 이어 ‘휴업’이라는 카드로 노동조합이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휴업’에 대한 사측의 의도는 ‘고강도 구조조정(정리해고)’이라며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지회장 이성배)는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비상경영 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오너와 경영진의 사죄와 직원들이 수긍 가능한 대책 안을 내는 것이 순서인데, 경영진은 앞선 명예퇴직 공고를 하면서 현재의 두산중공업이 있기까지 수십 년을 회사에 헌신한 직원에게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달라”는 달랑 3줄짜리 무성의한 공지만 올리는 치졸한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1조2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6000억 원이 넘게 주주들에게 배당됐다. 또 배당금액 중 약 3분1은 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에 배당된 것도 모자라 최고 경영진은 성과급까지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은 “실효적인 비상경영조치는 오너들의 사재출현과 더불어 (주)두산의 두산중공업 회생을 위한 적극적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물론 부실경영의 주역인 현 경영진은 물러나고 책임 있는 전문경영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조합은 “사측은 경영악화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신한울 3ㆍ4호기 건설공사 즉시 재개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내는 노력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를 대표하는 발전전문기업으로 원자력과 석탄(화력), 해수담수화 및 풍력발전 등 기존 사업은 물론 가스터빈 국산화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발전산업의 모델이라고 하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두산중공업이 아닌 ㈜두산에서 분리된 ‘두산퓨얼셀’에 넘겼다.

노동조합은 “두산중공업에서 수십 년 키워온 발전산업의 성과를 엉뚱한 기업에서 누리며,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일자리 창출, 정년연장, 경제 활성화 대책 등의 선심 발언만 하지 말고, 두산중공업과 관련 산업 노동자들이 보장된 정년까지 안전하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두산중공업 휴업’에 따른 집안싸움을 예고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며 증권가에 매각설이 돌자 최형희 두산중공업 재무관리부문(BG)장은 11일 공시를 통해 “경영상의 자구노력으로 ‘일부 휴업’을 검토 중에 있으며,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절차로 지난 10일 문서를 발송한 것”이라면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이 창원공장 전체(혹은 BG) 조업중단이나 사업중단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최 부문장은 “일부 휴업은 특정한 사업 부문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조업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제한된 유휴인력에 대해서만 시행하는 것으로 즉 ‘일부 직원 대상 휴업’”이라면서 “이에 회사는 고정비 절감을 위한 추가 방안의 차원으로 대상자들을 선별해 평균임금 70%를 지급해 일정기간 쉬게 할 방침이며, 명예퇴직과 일부휴업 등 구조조정 방안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 경영정상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오히려 ‘일부 직원 대상 휴업’이라는 사측의 설명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4일까지 75년생 이상의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550여명 밖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직원들을 향한 압박으로 비춰진다. 결국 “추가적인 비상경영조치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근무성과 저(低)평가자들에 대한 2차 구조조정(찍어퇴직)을 실시하겠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에 이성배 두산중공업지회장은 “특정한 인원에 대한 휴업이 정당하다는 선례를 남기면 이후 사용자의 눈 밖에 나는 노동자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이번 특정 계층에 대한 휴업에 노동조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