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9주년 “원전과 안전, 공존할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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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9주년 “원전과 안전, 공존할 수 없나”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3.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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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재앙…‘한국사회’ 脫원전 바이러스로 몸살
원전, 온실가스 감축ㆍ 인류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IAEA 사무총장이 지난 2월 26일 일본을 방문하고,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를 살펴보면 사고복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IAEA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IAEA 사무총장이 지난 2월 26일 일본을 방문하고,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를 살펴보면 사고복구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출처=IAEA

“후쿠시마 원전을 제외하고 당시 진앙(震央)지로부터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을 비롯해 50여기가 넘는 원전들이 안전하게 대처해 피해가 적었던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에서 출발해 ‘인재’라는 대형사고로 발전한 인류역사에서 뼈아픈 참사로 기록하고 있다. 지금껏 많은 언론에서 다뤄졌듯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핵분열에 의한 폭발이 아니다. 지진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이어지는 지진해일로 원자로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되면서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으며, 냉각재 수위가 낮아지면서 연료봉이 노출되어 온도가 상승했으며, 고온에서 연료봉 피복재가 산화함으로써 수소가 발생했다.

이때 발생한 수소는 원자로에서 격납용기 내부로 배출되어 모이는데, 격납용기 보호(파손 방지)를 위해 수소를 격납용기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누출된 수소가 격납용기를 둘러싼 건물인 원자로건물 상부에 축적되고 공기와 반응해 폭발(수소폭발)하면서 방사능이 누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원자력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각종 안전장치를 차단한 상태로 무리한 시험 강행으로 발생한 중대사고로 원자력 안전문화의 출발지였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설계기준 초과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로 극한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의 확보가 필요한 점은 결국 규제의 완벽한 실패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3월 11일 지진과 해일의 습격을 받고 4시간여 만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냉각수 공급이 되지 않아 반응로의 물이 증발해 줄어들었고 연료봉이 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쿄전력 사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이 때문에 초동 대처할 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또 12일에는 1호기가 첫 수소폭발을 일으키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바닷물을 주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도쿄전력은 발전소 폐기가 우려돼 이를 무시했다. 공공성보다 이윤을 중시한 민간기업의 한계였다. 이후 3ㆍ4호기 순으로 수소폭발이 이어지면서 그로인해 휘발성 방사성물질인 요오드, 세슘 등이 환경에 방출됐다. 보다 못한 미국이 “일본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며 빠른 해결을 촉구하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CH-47헬기와 고압 소방차, 경찰의 특수 살수차 등을 주수작업 투입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9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관료제의 비효율’과 ‘동경전력과 규제기관의 기형적 관계’ 등이 도마에 오르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자연재해’가 아닌 분명히 ‘인재’라는 점이다.

ⓒ인포그래픽 제공=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인포그래픽 제공=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한수원, 격납건물 감압설비 등 5건 2024년까지 완료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자만심에서 벗어나 설비 자체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사람중심(원전종사자)의 안전문화’를 깨닫게 했다. 또 기술적인 조치 이전에 심층방어 개념의 확장, 제도적 건전성 등 안전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고 안전규제를 위해 새로운 대안도 마련됐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자력발전소 21개 호기에 대한 종합 안전점검을 2011년 3월부터 6월까지 시행했다. 지진ㆍ해일, 전력ㆍ냉각계통, 중대사고 등 6개 분야 27개 항목에 대해 점검한 결과 국내 원전은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진에 대한 구조물 안전성 ▲해일에 의한 구조물 안전성 ▲침수시 전력ㆍ냉각계통 ▲중대사고 대응 ▲비상대응 및 비상진료체계 ▲고리1호기 및 장기가동 원전 등 6개 분야별로 점검을 통해 ▲지진 자동정지설비 설치 등 5개 ▲고리원전 해안방벽 증축 등 4개 ▲이동형 발전차량 및 축전지 확보 등 11개 ▲피동형 수소제거기 설치 등 6개 ▲방사선방호약품 및 방독면 확충 등 11개 ▲정기검사 등 안전검사 강화 등 10개 등 총 56건(정부발굴 46건, 자체발굴 10건)의 장단기 개선사항을 도출했다.

개선대책을 살펴보면 고리 원전의 경우 쓰나미에 의한 발전소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해안방벽을 7.5m에서 10m로 증축하고 비상디젤발전기 등 침수 가능지역에 침수 방지용 방수문 설치를 추진했으며, 방수형 배수펌프를 확보했다.

아울러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및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비상냉각수 외부주입 유로를 설치해 격납건물손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피동형 수소제거설비 및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를 도입했다. 또 사고대응에 임하는 요원보호 및 지휘·통제에 필요한 비상대응거점 마련을 추진하는 등 후쿠시마 후속대책을 이행함으로써 원자력 안전성을 한층 더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약 1조1000억원이 투입된 개선대책은 2월말 현재 51건(정부 발굴 43건, 자체 발굴 8건)에 대해 설비보강 등을 완료했으며, 오는 2024년까지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 설치 ▲주증기안전밸브실 및 비상급수펌프실의 침수방지 대책 마련 ▲격납건물 배기 또는 감압설비 설치 ▲SFP 수위ㆍ온도ㆍ방사선계측기 안전등급 적용 ▲한울1발전소 제2보조급수저장탱크 설치 등 5건에 대해서도 기한 내 완료해 발전소의 안전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일본의 안전신화’가 무너지는 상황을 가까이에 지켜본 국민들은 원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깊다. 특히 2016년부터 원자력 관련시설이 밀집된 경주와 포항지역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자연재해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탈(脫)원전 정책이 수립됐다.

하지만 세계 원자력산업계는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나미가 덮친 동일한 재앙에서도 안전하게 정지하고 사고로 진전되지 않았던 일본의 나머지 50기 원전으로부터 성공교훈을 얻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나가와 원전은 모든 원전과 배수펌프가 해수면 14.8m 위에 위치했고 지진대비 강화조치가 2010년 6월 완료됐으며, 외부로부터의 5개 전원 중 1개가 정상 작동됐다. 또 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에 약 360여명의 지역주민이 발전소내로 대피해 위기를 모면했다. 이는 원전 안전이 단순한 설비 가동연수보다는 운영관리, 즉 원전종사자의 안전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 11일 탈핵시민행동은
지난 11일 탈핵시민행동은 "더 이상 후쿠시마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안전과 미래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하루 속히 퇴출시키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가졌다. ⓒ사진출처=탈핵시민행동

◆탈핵시민행동, 원자력발전 퇴출 주장…아베총리 규탄
한편 후쿠시마 원전사고 9주년을 맞은 지난 11일 NGO들은 원자력발전소의 퇴출을 주장하며, 일본과 국내 정치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당과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30여개 정당·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으로 기억하듯이 안전과 원자력발전은 양립할 수 없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지구와 생명들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일본 정부는 녹아내린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지 못한 채 방사능오염수를 계속 쏟아내고 있고 120만t에 달하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으로 무책임하게 방출하는 계획까지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탈핵시민행동은 “일본은 후쿠시마 현지에서 성화 봉송과 경기를 하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에 공급하려 한다”며 2020 동경올림픽 개최를 포기하지 않는 아베 총리를 규탄했다.

특히 탈핵시민행동은 국내 보수정치권을 향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이들은 “후쿠시마 교훈을 망각한 것은 일본 정부만이 아니다. 미래통합당은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 재가동과 신한울 3ㆍ4호기를 추가 건설하는 ‘탈원전정책 폐기’를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면서 “보수정당, 원자력산업계 그리고 보수언론 등은 탈핵정책 폐기와 원전 확대를 연일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정쟁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원전퇴출’을 주장하는 NGO들의 주장에 대해 국내 원자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고 해서 탈(脫)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불필요한 손해를 보는 것”이라면서 “과거의 원전 사고 등을 통해 이를 방지할 기술과 대안은 나날이 개선되고, 진화되고 있어 원전을 사용하면서 얻는 득실이 더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원전산업계 K씨는 “후쿠시마 사고는 초반부터 바닷물이라도 부어 원자로를 냉각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원전의 수소폭발과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동경전력이 서른 시간 가량을 헛되이 보낸 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원자력발전에 대해 논란과 우려가 많다. 원자력발전소가 무조건 안전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면서 “원자력이 가진 ‘장미와 가시’의 양면성도 사실이지만 싫든 좋든 원자력은 우리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