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졸속행정 치닫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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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졸속행정 치닫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3.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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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재검토委, 25일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결과 보고서’ 온라인 공개토론회
이해당사자 “개최일정 홍보부족…코로나 틈타 얼렁뚱땅 해치우려는 꼼수” 비판

25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으로 개최 예정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의제에 대한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결과 보고서’ 의견수렴 공개토론회가 뒷말이 많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 사태로 어수선한 틈을 타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재검토’를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검토위원회가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전문가 검토그룹 보고서’의 공개토론회를 온라인 진행에 따른 준비 부족으로 ‘부실토론회’가 될 우려가 높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용후핵연료 재검토는 2016년 7월 수립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국민, 원전 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사안이다. 이에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위원장 정정화)를 출범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019년 5월 29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장,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재검토위원들이 참석해 재검토위원회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2019년 5월 29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출범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장,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을 비롯한 재검토위원들이 참석해 재검토위원회 현판 제막식을 가졌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오는 5월까지 권고안을 내놓기로 한 재검토위원회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22번의 정기회의를 진행했을 뿐 공론화 세부의제별 대국민 의견수렴, 최적안 도출 등 6년 전 1차 공론화와 달리 어떤 방식을 도입할지는 물론 관계 지역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2월 12일 산업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재검토위원회 추진경과 및 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이윤석 재검토위원회 대변인(서울시립대 교수)은 “과거의 행정적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위원회 출범의 중요한 이유였다. 일단 진행된 절차를 무조건 따르기보다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의견을 가능한 범위에서 받아들여 최종 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재검토위원회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과거 공론화와 다른 이해당자들과 소통을 강조했지만 결국 정부와 재검토위원회는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결과’에 대한 의견수렴을 온라인 공개토론회로 진행하게 된 배경과 일정 등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재검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8일 사용후핵연료 의견수렴을 위해 34명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문가 검토그룹을 출범시켰다. 이들 전문가 검토그룹은 기술과 정책 분야로 나눠 약 3개월간 총 14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2016년 7월 25일 정부가 수립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대해 재검토위원회에서 확정한 의견수렴 의제별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총 107페이지 분량의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결과 보고서’는 재검토위원회 웹사이트(www.hlwpolicy.kr) 정보광장 자료실에 지난 18일 오후 게시됐다. 이후 온라인 공개토론회 개최 알림은 지난 20일 오전 원자력산업계 유관단체의 뉴스레터를 통해 접하게 됐으며, 23일 오전까지 온라인 공개토론회 생중계 웹사이트(www.castmedia.kr/hlwpolicy)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온라인 공개토론회 생중계 웹사이트 캡처화면 및 원전주변지역 자치단체로 전달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결과 온라인 공개토론회 개최 알림' 협조공문 ⓒ한국원자력신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온라인 공개토론회 생중계 웹사이트 캡처화면 및 원전주변지역 자치단체로 전달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결과 온라인 공개토론회 개최 알림' 협조공문 ⓒ한국원자력신문

또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결과 온라인 공개토론회 개최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재검토위원회는 “전문가 검토그룹 논의 결과를 온라인 공개토론회로 개최하오니 많은 참여 바란다”면서 “결과보고서는 중계사이트에 게재됐으며, 사전에 질의 및 의견을 게시판에 제출하면 온라인 토론회 시 답변예정”이라며 지난 19일 오후 원전주변 지역자치단체(경주, 울진, 기장, 울주, 울산, 영광) 원자력 담당부서에 일괄적으로 팩스를 발송했다.

그러나 정작 관련 담당부서로 팩스가 전달된 것은 23일 오전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에 원전주변 지자체 복수의 관계자들은 “지금껏 많은 토론회를 참석하고, 또 개최도 해봤지만 중대한 사안을 두고 시간에 쫒기며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부터 잘못됐다”면서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며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에서도 비대면(원격화상)회의로 대체하는 상황을 십분이해 하더래도 개최알림 공지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대체한다는 설명조차도 없었다”면서 무성의를 꼬집었다.

또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경주와 울산지역 주민들도 “코로나19로 자영업자와 재해취약자 등 각 처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하루 속히 우리사회가 정상화되기를 온 국민이 염원하는 엄중한 시기에 산업부와 재검토위원회는 오히려 지역 내 민민(民民)갈등을 부치기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경주ㆍ울산지역 NGO 관계자들은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온라인 공개토론회를 인정할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개최를 코로나 사태가 수월해질 때까지 연기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24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산업통상자원부의 임시 자문기구인 재검토위원회는 계약된 간이용역과제 일정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요식적인 재검토과정과 이를 근거로 한 공론화추진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라는 중대 사안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원격화상) 공개토론회로 개최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재검토위원회와 주무부처인 산업부 원전환경과에 문의했다.

재검토위원회를 지원하는 지원단의 홍보담당자 A실장은 “재검토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 답변해줄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대변인과 전화연결을 요청했지만 A실장은 “한가하게 전화 받고 할 분이 아니다”면서 거절했다.

산업부 원전환경과 B사무관은 “원자력산업계 유관기관을 통해 사전공지와 원전소재 지자체(장)에도 개최참여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고, 원전주변지역 이해당사자들에게도 토론회 개최알림이 전달됐다”며 “오히려 온라인에서의 의견수렴이 더욱 자유롭고 이뤄질 것”이라면서 토론회 개최일정 홍보부족과 온라인 진행방식의 부실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온라인 공개토론회 생중계 웹사이트는 25일 오후 14시까지 제출된 사전질의(의견)에 대해 답변할 예정이며, 25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총 70개의 질의가 게시판에 올라왔다. 하지만 재검토위원회는 24일 오후까지도 패널토의에 참여할 전문가들을 섭외하지 못했다. 과연 사전질의(의견)에 충실한 답변이 가능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