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자연증발시설 방사능유출 “30년간 계속된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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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硏 자연증발시설 방사능유출 “30년간 계속된 人災”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3.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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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최종조사 결과…정부 승인 설계와 다르게 설치ㆍ운영
박원석 원장 “극미량이지만 누출 사실, 국민들께 송구스러워”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연증발시설에서 ‘세슘137’ ‘코발트-60’ 등 방사성폐기물 처리과정에서 오염수가 외부로 30년 간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는 지난 1월 21일부터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원장 박원석)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20일 최종결과를 해당시설의 지정권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원자력연구원I에 통보하고 후속조치를 요청했다.

‘자연증발시설’은 원자력안전법 제35조제2항에 따라 1989년 구(舊) 과기처가 사용후핵연료처리사업으로 승인한 시설로 과기정통부가 동법 제36조제1항 등에 따라 행정처분을 검토해 조치할 계획이다. 또 원자력연구원은 안전성 강화대책의 세부이행계획을 수립해 원안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연구원로부터 극저준위 액체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인 ‘자연증발시설’에서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방사성 핵종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사건보고를 받았다.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원장 손재영) 조사팀을 파견해 인허가 단계부터 최근까지 검사기록, 시설운영 기록, 방사선환경 조사기록, CCTV 영상, 재현실험 등을 활용해 이번 사건을 조사했다.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근본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ㆍ운영돼 왔기 때문인 것으로 결론냈다.

자연증발시설은 연구원 내 각종시설에서 모아진 액체 방사성폐기물 중에서 방사능 농도가 185베크렐(Bq/ℓ) 이하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이송 받아 지하 저장조(50㎥ 규모, 3개)에 저장한 후, 이를 순환해 여과기를 통과시켜 태양열 등을 이용해 증발시키는 시설로 설계ㆍ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인허가 받은 설계에는 없는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600ℓ)가 설치됐으며,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건설 및 사용(1990년 8월)돼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운영돼 왔다.

원안위는 “이로 인해 그동안 운전자들은 지하저장조(86만ℓ) 외에 바닥배수탱크(600ℓ)가 별도로 설치된 상황을 몰랐고, 1층의 모든 배수구는 지하저장조와 연결돼 폐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안위는 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2019년 9월 26일 필터 교체 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넘침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약 510ℓ의 액체 방사성폐기물이 외부로 누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년 11월경 시설 가동 후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일부 방사성폐기물(연간 470~480ℓ)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외부로 누출된 것이 확인됐다.

매년 정기적으로 연구원과 KINS가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한 방사선환경조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그동안 매년 11월경 방사성물질이 방출됐음에도 하천수에는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으며, 연구원 정문 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는 2019년 4분기에 확인된 25.5Bq/kg이라는 특이값 외에는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아 외부로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자연증발시설 정상운전 경로는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 저하시 지하저장조에서 보충하고,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 회수 ⓒ이미지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자연증발시설 정상운전 경로는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 저하시 지하저장조에서 보충하고,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 회수 ⓒ이미지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KINS 조사팀은 그동안 분기별 KAERI 주변 방사선환경조사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세슘-137 등이 토양 등에 잘 흡착되는 특성에 따라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출된 후 연구원 부지 내 우수관, 10개의 맨홀 등을 거쳐 정문 앞 덕진천까지 약 1.5km를 흐르는 동안 연구원 부지 내 토양에 흡착돼 덕진천 등 하천수 및 하천토양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2019년 9월 26일 운전 미숙으로 방출(510ℓ)후 측정된 2019년 4분기 측정에서 특이값을 보인 이유는 2019년 10월~11월 사이 강수량(200mm)이 많아 일부 방사성물질이 부지 외부로 흘러나간 것으로 판단했다.

방출된 세슘-137 등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연구원 내 우수관 표면, 맨홀 토사 등에 흡착돼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나 방사성물질이 전량 외부환경으로 방출됐다는 가정 하에 연간피폭선량을 평가한 결과 ▲2019년 방출량을 기준으로 3.24×10-7~4.25×10-5mSv ▲30년간 방출량을 한 번에 방출한 것으로 가정했을 시 2.08×10-6~2.72×10-4mSv로서 일반인 선량한도(1mSv)의 약 300만분의 1에서 3700분의1 수준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을 KAERI가 사업자로서 원자력안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전사적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은 물론 수동식 운영체계와 안전의식 결여로 분석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연구원의 100여개 원자력 및 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 및 시공도면과 현재 시설 상태 간 차이가 없는지 전면조사를 실시한다”면서 “또 연구원 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 확대와 방사성폐기물 관련 시설의 최신 운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관리 조직의 총괄기능 강화와 외부기관이 주관하는 안전문화 점검을 실시하는 등 원자력연구원 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의 세부이행 계획을 수립해 차기 원안위에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자연증발시설 등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정기검사 횟수를 두 배로 확대하고, 연구원에 대한 현장 상시점검을 위한 전담조직 설치와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원안위의 안전규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원안위의 ‘방사성물질 방출사건 최총 결과 공개’ 발표와 관련해 박원석 원자력연구원 원장과 관계자들이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날 원자력연구원은 원안위의 조사결과가 공개된 후 사과문을 통해 “원안위가 밝힌 방사성물질 방출원인과 방출량을 포함해 그로 인한 외부 환경영향 분석 결과 전부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비록 확인된 방사선량이 인체와 환경에 영향이 없는 극미량이지만 이런 설명이 시민 여러분께 어떠한 위로도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며 “누출이 있어서는 안 될 시설에서 누출이 발생한 사실만으로도 시민 여러분의 믿음을 저버리고 연구원의 신뢰를 깎는 일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연구원은 방사성물질 취급시설을 중심으로 안전관리에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시설에 대한 관리와 점검에는 부족했던 점을 확인했다”며 “이번 사건이 발생한 자연증발시설의 종합안전 대책 뿐 아니라 원안위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 전사적 관리체계, 설계기반 형상관리, 운영체계, 안전의식을 포함한 상세한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수립해 보고할 예정이다. 또 이후 원안위의 모든 추가 조사와 안전규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원장은 “연구원의 안전은 시민 여러분과 직원 모두에게 가장 중대한 문제이며, 이번 사건에도 직원 모두가 큰 실망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원자력연구원은 모든 역량을 모아 다중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며, 조속히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했다.

반면 원안위 최종발표에 대해 대전시는 “시 차원의 원자력 안전대책으로 우선 원자력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 해소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주변 하천수 및 토양 등에 대한 방사성물질 조사를 확대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시는 “이번 사고가 액체방사성 물질의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만큼 ‘방사성 액체폐기물 유출 조기 경보시스템’을 도입해 상황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신속한 대처가 가능토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0일 대전시의회 원자력안전특별위원회(위원장 구본환) 위원들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세슘누출 시설을 현장방문 했다. 이날 방문은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세슘) 방출사건 조사결과에 대한 사고경위를 청취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서 연구원 관계자로부터 방출경위와 조치계획을 청취한 구본환 위원장은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안전불감증’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관련시설의 설계상 문제로 1만5000ℓ의 오염수가 덕진천, 관평천 등 인접한 하천으로 흘러들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 상황에 분노하며 재발방지대책과 지방자치단체 원자력안전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전시의회는 앞서 지난 27일 제24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구본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유성구 제4선거구) 대표발의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물질 부실관리에 대한 대책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와 연구원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