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1ㆍ2호기 협력사 직원이 퇴직자 출입증에 본인지문 등록
고리원전본부 정비기술ㆍ정보보안부 11개월간 ‘눈 뜬 장님’ 충격
적발後 원안위 늑장보고…방호대책법 위반 320만원 과태료 부과

신고리원자력발전소 1ㆍ2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원자력발전소 1ㆍ2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 중인 ‘신고리 1ㆍ2호기’에서 상주협력사의 퇴직자 출입증이 불법으로 사용돼 원전의 보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특히 퇴직자의 출입증에 상주(출입)근무자가 지문 재등록을 요청했음에도 한수원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고 이를 승인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다.

2019년 12월 18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신고리 1ㆍ2호기)의 경상정비 용역업체(협력) A사의 직원 B씨가 그해 1월경 퇴사한 같은 회사 소속 정비원 C씨의 출입증(Key Card)을 불법으로 사용해 발전소를 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2주가 지나서야 늑장보고 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2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규제기관 등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는 청와대, 국회의사당 등과 같이 ‘가’급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되며, 핵물질과 원자력시설을 안전하게 관리ㆍ운영하기 위해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방사능 및 방재 대책법』에 따라 물리적 방호(보안규정)로 출입통제 등이 엄격히 관리된다.

이에 원자력발전소를 출입하기 위해서는 한수원으로부터 사전출입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시출입(견학 및 계약납품 등 일일출입자) ▲수시출입(공사ㆍ용역ㆍ조사 등 일정기간 출입자) ▲상시출입(한수원 및 상주 협력사 직원) 등 업무에 따라 출입증(Key Card)을 발급받아야 한다. 특히 출입증 발급 시 출입자의 지문을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실제로 각 원전본부 정문과 호기별 발전소 출입통제소에서 출입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출입증과 입소자의 지문이 일치해야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은 ‘한수원 출입관리지침’에 명시돼 있다.

그러나 고리3발전소 경상정비 용역업체의 자사 직원들의 출입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B씨(상시출입증 소지자)는 당일 입소하는 과정에서 11개월 전 퇴사한 C씨의 출입증과 본인의 지문으로 출입통제소 게이트를 무사통과했다. 하지만 B씨는 약 1시간 뒤 퇴소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출입증으로 게이트를 통과하려다 입소했던 기록이 없어 보안시스템에서 경고음이 울려 적발된 것이다.

이에 한수원은 B씨의 실제 출입기록을 비롯해 면담조사를 실시한 후 고리원자력본부 출입정지를 조치한 후 올해 1월 초 원안위에 관련 내용을 늑장보고한 것이 확인됐다. 한수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원안위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을 급파해 지난 2월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결과 협력사 직원의 업무미숙 등 인적오류와 한수원 자체 출입관리시스템의 결함 등이 문제점으로 발견했다. 이에 원안위는 원자력통제기술원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2월말 한수원에 지적사항 및 재발방지 후속대책마련 등 시정조치 공문을 하달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장의 관계자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원전의 담장을 넘었고, 일각에서는 “국가보안시설 가급인 원자력발전소 출입증이 무단으로 사용될 정도로 물리적 방호(보안시스템)가 허술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과정에서 한수원은 “내부규정 ‘출입관리지침’ 제7조(출입증의 종류 및 유효기간) 및 제13조(출입증의 반납 및 회수)에 상시출입증을 발급받은 자 중 퇴직, 전출 등의 사유 발생 시 사유발생 다음날부터 해당 출입증을 이용한 시설내로의 출입을 금지하며, 사유발생일 이후 1주일 이내에 출입증을 소속부서장 또는 보안담당부서장에서 반납해야함에도 C씨의 출입증이 반납되지 않았다”면서 협력사 A사와 B씨 탓만 했다.

물론 A사 직원들의 현장 출입관리 담당자로써 B씨가 ‘출입관리지침’을 어기고 퇴직자의 출입증을 제때 반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그러나 2019년 1월 27일 A사는 고리3발전소 정비업무 감독부서(정비기술부)에 정비원 C씨의 퇴직에 따른 투입인력 변경공문을 보낸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고리3발전소 정비업무 감독부서(정비기술부)는 이를 보안부서(정보보안부)에 전달되지 않은 사실이 취재과정에서 드러났다.

부서간 책임전가와 소통부재가 결국 한수원 보안시스템에서 11개월 넘게 C씨는 상주협력사 직원으로, 그의 출입증(Key Card)이 타인에 의해 적어도 1회 이상 발전소를 들락날락하도록 불법적으로 방치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평소 손가락의 피부병으로 지문인식 확인 에러가 자주 발생했던 B씨는 C씨의 출입증(Key Card)에 본인의 지문을 덧씌우는 재등록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한수원 정보보안부 혹은 출입통제소 관계자 그 누구도 신분증과 더불어 보안시스템에 등록된 사진 등 요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본인확인도 없이 재등록을 도와준 꼴이다.

그야말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비록 “사보타주를 목적으로 불법적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물리적 방호(physical protection)’가 뚫린 것만은 사실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원안위는 “출입통제 위반사건은 즉시보고 사항은 아니지만 적발 이후 3일 이내에는 원안위 고리주재사무소에 보고했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보고 시점이 2주나 늦어진 이유에 대해 사업자(한수원)의 설명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지난 3월 20일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방사능 및 방재 대책법』제9조(물리적방호에 대한 원자력사업자의 책임, 원자력시설 등의 물리적방호를 위한 규정)와 제14조(기록과 비치, 원자력사업자는 원자력시설 등의 물리적방호에 관한 사항을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해 그 사업소마다 갖추어 두어야 함)를 위반한 한수원에 제52조를 근거로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알렸다.

그러자 한수원은 지난 3월 31일 “과태료 400만원에 대해 자진납부하겠다”는 뜻을 원안위에 전달했고, 이에 원안위는 과태료를 20% 경감해 최종 320만원으로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더불어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수원이 운영 중인 5개 원자력본부에 ‘안면인식’ 출입통제방식을 추가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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