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11개월前 퇴직 협력사 직원 출입증에 '제3자’ 지문 등록돼 사용
RFID 태그에 저장된 개인정보…확인하지 못했나 vs 안했나 ‘의혹만 증폭’

“본증은 절대로 타인에게 대여 또는 양도할 수 없습니다. 출입 시 항상 패용하십시오.”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 중인 ‘신고리 1ㆍ2호기’에서 상주협력사 퇴직자의 출입증에 제3자의 지문이 재등록돼 불법적으로 사용됐다. 심지어 한수원은 지문 재등록 과정에서 신분증 등 최소한의 본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를 승인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19년 12월 18일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제3발전소(신고리 1ㆍ2호기)의 경상정비 용역업체(협력) A사의 직원 B씨가 그해 1월 27일 퇴사한 같은 회사 소속 정비원 C씨의 출입증(Key Card)을 불법으로 사용해 발전소를 출입한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본지 온라인 보도 4월 2일, 관련기사 3면>

사건경위는 이렇다. 고리3발전소 경상정비 용역업체의 자사 직원들의 출입관리 업무를 담당했던 B씨(상시출입증 소지자)는 당일 입소하는 과정에서 11개월 전 퇴사한 C씨의 출입증과 본인의 지문으로 출입통제소 게이트를 무사통과했다. 그리고 B씨는 약 1시간 뒤 퇴소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출입증으로 게이트를 통과하려다 입소했던 기록이 없어 보안시스템에서 경고음이 울려 적발됐다.

이에 한수원은 “A사 직원들의 현장 출입관리 담당자로써 B씨가 ‘출입관리지침’을 어기고 퇴직자의 출입증을 제때 반납하지 않은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오히려 발전소 내 출입게이트 보안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돼 비정상적인 경로의 출입(퇴소)자를 적발해 ‘물리적방호’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출입자의 지문과 타인의 출입증으로 발전소 내 출입게이트를 무사히 통과 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본지는 B씨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B씨는 “평소 손가락의 피부병으로 지문인식시스템에서 확인 에러가 자주 발생했고, 이에 재등록을 수시로 반복했다”면서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문 재등록 시 C씨의 출입증(Key Card)을 내 것과 착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석연치 않은 답변이다. 이에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단독으로 입수한 한수원과 상주협력사의 출입증을 확인한 결과, 출입증(Key Card) 앞면에는 상시출입자의 사진과 소속과 유효기간 등이 명확히 기재돼 있다. 또 뒷면에는 “절대로 타인에게 대여 또는 양도할 수 없으며, 용무를 마치고 나갈 때는 반드시 본증을 반환해야 한다”는 유의사항이 명시돼 있다.

특히 물건이나 사람 등과 같은 대상을 식별 할 수 있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리더가 있다. 칩으로 구성된 RFID 태그에 정보를 저장해 인식하는 방법으로 활용되는데, 출입자의 사진, 주민번호, 소속(협력업체명) 등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다. 또 출입증(Key Card) 소지자의 발전소 내 이동경로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 타인의 출입증(Key Card)에 지문 재등록을 요청하면 한수원은 RFID 판독기를 통해 RFID 태그 정보와 요청하는 이가 동일한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B씨는 C씨의 출입증(Key Card)에 본인의 지문을 ‘덧씌우는’ 재등록을 요청했고, 한수원 관계자는 신분증과 더불어 보안시스템에 등록된 사진 등 최소한의 본인확인도 없이 재등록을 승인해줬다.

이에 본지는 지난 4월 8일 B씨의 출입증(Key Card)에 본인의 지문을 덧씌운 ‘재등록’ 시점이 언제이며, 재등록 시 고리원자력본부 보안방재부(당시 보안방재팀) 혹은 고리본부 정문 출입관리소(출입통제소) 등 불법행위가 이뤄진 장소에 대해 한수원에 질문을 던졌다.

“본사 홍보실을 창구로 원보이스 해야 한다”며 답을 회피하던 한수원은 13일 오후 질의답변 자료를 통해 “지문 재등록은 2019년 4월 4일이며, 재등록 장소는 고리본부 보안방호팀 사무실”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수원은 B씨가 2개의 출입증(Key Card)을 돌려쓰며, 발전소를 들락거리는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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