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 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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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 김소연 기자
  • 승인 2020.04.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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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전문가에게 묻다②]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발생량 감소 등으로 2016년 마련된 관리정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의 재공론화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전문가그룹 의견보고서> 온라인토론회를 지켜본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원전지역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일방통행 소통과 밀실행정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토론회를 지켜 본 원자력계 안팎에서는 “재검토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월성원전 포화시점 산정이나 맥스터 추가건설 여부 등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전문가 합의에도 난항을 겪은 문제를 일반인이 참여한 공론화에서 결론을 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전문가 의견수렴은 사용후핵연료 관련 전문적 의제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기 위한 것으로, 의견수렴 결과가 공정하고 균형있게 도출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으며, 전문가들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재검토위원회는 전국민 원전 소재 지역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본격적인 시민참여형 조사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중장기 정책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추가 확충에 대한 의견수렴 시민참여단 모집을 위해 2만여명을 대상으로 전화를 활용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시민참여단의 참여의사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본지는 창간11주년 특집호(제250호)에 <‘뜨거운 감자’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전문가에게 묻다>라는 주제로 가장 바람직한 공론화 추진을 위한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고견을 지면에 담아냈다. <편집자 주>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

원자력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검토·추진하기로 한 결정한 것이 16년 전인 2004년의 일이다. 그사이 수많은 토론회와 위원회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얼마 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 공개토론회’가 있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매번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9개 합의사항에 나온 내용 대부분은 매우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이거나, 이미 합의된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분이나 중간저장의 ‘필요성’ 같은 것은 합의사항이라고 이야기하기도 민망한 기본적인 내용이다.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어딘가 보관하긴 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이를 ‘필요하다’라고 애매하게 정리하는 것은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것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영구처분과 중간저장을 할 수 있는 기술적·사회적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점 아닌가?

하지만 이점은 결론을 맺지 못했다.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처분기술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기술보유국 대비 67.5~71.9%(기술 격차 4.8~6.3년) 정도 수준이고, 해외에서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처분연구시설(URL)의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라는 측과 ‘입증되지 않았다’라는 측의 견해 차이가 그냥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이 보고서의 목적이 이후 진행될 ‘시민참여단’ 논의의 기초자료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어떤 논의를 할 수 있을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전문가들도 합의 보지 못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판단해 달라는 것인가?

영구처분과 중간저장에 대한 사회적 고려사항은 아예 검토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성, 수용성, 책임, 신뢰 같은 추상적인 원칙만 나열될 뿐 이를 재고하는 방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재검토위원회가 사회적 노력을 진행한 것도 아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73% 이상이 사용후핵연료 관리 현황을 잘못 알고 있다.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핵발전소 냉각 수조 등에 보관 중이지만, 응답자의 44%는 지하 깊은 곳에 보관 중이라고 답하거나 특정 지역으로 운송(18%)되거나 재사용(11%)한다고 답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이해도나 영구처분(혹은 중간저장)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도시민들에게 사용핵연료는 존재는 알고 있되, 내 문제가 아닌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그냥 핵발전소 소재 지역주민들이 안고 살아야 할 ‘짐’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쟁점을 부각시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끄는 것이 재검토위원회의 역할이다. 쟁점을 부각하지 않고 미사여구만 늘어놓는 ‘따분한(!) 토론’을 관심 있게 볼 사람은 없다. 이와 함께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는 신뢰를 줄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재검토위원회는 구성부터 지역주민·시민사회단체가 배제되었다. 재검토위원회가 구성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제대로 된 홍보자료 하나 없이 자신들만의 회의·토론회에 매몰되어 있다.

이번 활동이 끝나면 멋진 보고서와 행사 기록은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매번 급하다며, ‘바늘허리에 실 묶기 식’ 공론화를 십수 년째 반복하고 있다. 그간 허비된 예산과 역량이 아까울 따름이다. 정부와 재검토위원회에 2013년, 2007년 진행되었던 사용후핵연료 각종 위원회의 토론회 영상을 다시 한번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단언컨대 십수 년째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고, 어떤 대목은 오히려 퇴보했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이런 토론회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해답을 지금이라도 찾지 않는다면, 이번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회 역시 ‘행사를 위한 위원회’로 끝맺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