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논의결과 공개
노후 석탄화력발전 30기 폐지…LNG‧신재생E 공백 채워
원자력계 “신한울 3‧4호기 不포함…생태계 붕괴 가속화”

현재 건설중인 신한울 1ㆍ2호기와 신고리 5ㆍ6호기를 포함해 26기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 중 오는 2034년까지 9기가 폐지된다. 또 가동 30년이 되는 석탄화력발전 60기 중 절반(30기)이 폐지되고, 그 공백은 LNG(액화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가 대신하게 된다.

올해부터 향후 15년간의 전력수급 전망과 전력설비 계획 등을 담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담은 청사진이 공개됐다. 예상했듯이 ‘제8차 전력수급계획기본계획’을 그대로 이어받은 ‘제9차 전력수급계획기본계획’에서도 원자력발전의 점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정책적 큰 툴을 유지하면서 석탄화력발전의 보다 과감한 감축방안이 제시돼 발전소 지역현안으로 쟁점화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원자력산업계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표정이 역역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중단이 두산중공업의 경영악화를 초래한 원인이며, 창원을 비롯한 원자력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과 원자력산업계는 고용불안을 넘어 생태계 붕괴가 턱밑까지 닥쳤다. 이에 원전생태계 유지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를 내심 기대했던 상황이다.

원자력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는 9차 계획을 통해 안정적 전력수급과 친환경 발전전환 가속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LNG발전이 증가되면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은 10년 넘게 정부 계획에 따라 추진되던 사업이었지만 정부는 중단에 따른 피해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며 “매몰비용만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기기 제작에 참여한 산업계와 일감이 사라진 2000여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으며,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9차 계획에서 중단됐던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도 포함되지 않아 지금의 탈원전 상황이 계속되면 원전생태계 공급망 붕괴와 인력 유출로 인해 국내 원전의 안전운영은 물론 원전수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울 3ㆍ4호기(APR1400Ⅹ2기) 건설 사업은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8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4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년) 등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신한울 1ㆍ2호기 부지(37만여 평) 인근에 추가로 13만3000여 평의 부지를 확보해 8조2600억 원의 공사비로 1400MW급 2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에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15년부터는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부지에 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주민공청회 등을 토대로 그해 9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한 이후 현재까지 실시계획 및 건설허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심사 중이었다. 그러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한수원은 2016년 3월 한국전력기술과 체결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종합설계 용역계약을 스스로 중단하게 된다.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이후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은 11일 오후 13시 현재 총 63만249명(온라인 32만7429명/ 오프라인 30만2820명)을 돌파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신한울 3ㆍ4호기(APR1400Ⅹ2기) 건설 사업은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8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4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년) 등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신한울 1ㆍ2호기 부지(37만여 평) 인근에 추가로 13만3000여 평의 부지를 확보해 8조2600억 원의 공사비로 1400MW급 2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에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15년부터는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부지에 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주민공청회 등을 토대로 그해 9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한 이후 현재까지 실시계획 및 건설허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심사 중이었다. 그러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한수원은 2016년 3월 한국전력기술과 체결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종합설계 용역계약을 스스로 중단하게 된다.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이후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은 11일 오후 13시 현재 총 63만249명(온라인 32만7429명/ 오프라인 30만2820명)을 돌파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지난 8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 수립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서울시 강남구 소재 코엑스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지난 3월부터 민간 전문가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총 51차례 회의를 통해 제9차 계획 수립과 관련한 주요사항들을 검토·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유승훈 총괄분과위원장은 “이번 9차 기본계획의 계획기간은 오는 2034년까지로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전력수요관리, 발전 및 송변전 설비계획에 관한 사항 등을 주요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면서 ▲전력수요 전망 ▲수요관리 목표 ▲발전설비 계획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달성 방안 ▲송‧변전설비 계획 ▲분산형 전원 활성화 방안 등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먼저 워킹그룹은 최대전력수요 관련 지난 2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1%를 적용해 2034년까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망됐던 0.3% 감소한 연평균 1.0%를 근거로 2034년 최대전력수요를 104.2GW로 도출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최근 경제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올해의 경우 가장 최근 통계인 한국은행 전망치(2.1%)를 적용했으며 향후 수정된 경제성장률 전망이 나올 경우 이를 반영, 수요전망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또 워킹그룹은 전력수요절감을 위해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의무화제(EERS) 법제화와 현행 에너지효율관리제도 강화, 전기자동차 활용, 능동적 형태 스마트조명 등 새로운 기술도입을 제안했다.

유 위원장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0.7GW 개선된 14.9GW에 달하는 전력수요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설비용량 122.4GW…기준예비율 8차와 동일 22% 도출
특히 워킹그룹은 9차 계획의 기준예비율은 발전기 정비나 고장으로 인한 정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대응, 수요예측 오차, 발전설비 건설지연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8차 계획과 동일한 22%로 도출했다.

특히 유 위원장은 “원전의 점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적 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 전력수급을 전제로 석탄발전의 보다 과감한 감축 등 친환경발전 전환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했다”면서 “이에 원전은 2024년 26기(27.3GW)로 정점을 찍은 후 점진적으로 감소해 2034년에는 17기(19.4GW)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9차 계획에서는 석탄발전은 보다 과감한 감축을 추진하는데, 2034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도래되는 모든 석탄발전기는 폐지하고 LNG발전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현재 석탄발전기 60기중 절반인 30기(15.3GW)가 2034년까지 폐지될 예정이며, 이중 24기(12.7GW)는 LNG 발전기로 전환한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는 2034년까지 62.3GW의 신규설비를 확충함으로써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보급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유 위원장은 “2034년 전체 설비용량은 122.4GW로 전망되는데, 여기에 22%의 기준예비율 유지를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127.1GW의 목표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LNG와 양수 등 4.7GW의 신규 발전설비를 확충함으로써 발전설비용량 부족에 대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계통신뢰도 향상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동해안-신가평 500kV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사업과 같이 준공이 지연되고 있는 사업을 특별 관리하는 등 주요 송‧변전설비를 최대한 빨리 준공하는 방안도 준비했다. 아울러 송·변전설비 준공 지연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제약 완화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등 선제적 대응할 예정이다.

한편 9차 계획부터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에 유 위원장은 “발표한 계획 초안을 토대로 조만간 환경부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시작될 예정이며, 9차 계획의 최종 확정시기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소요기간 등에 따라 최종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기후위기 절박함 없는 국제동향과 뒤쳐진 계획”
이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논의결과 브리핑 직후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는 논평을 통해 “기후위기 심화에 따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극복·에너지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9차 계획은 전력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수요관리정책은 제출되지 못한 채 이번에도 전력수요가 예측됐다”고 비난했다.

정의당은 “2017년에 영국, 캐나다 등 20개국이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퇴출을 약속했고, 독일도 2038년까지 석탄화력발전 종식을 선언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9차 계획에서 2034년까지 현재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절반인 30기만 폐지될 예정”이라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제사회 동향에 너무 뒤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이번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이런 위기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한가한 계획안’에 불과하다. 기존 관례와 계획대로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는 없다”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행정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전시체제’에 준하는 형태의 급진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늘어나는 전력수요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결코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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