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영구정지 처분으로 소를 유지할 법률상 이득 소멸”
국민소송단, 목적 달성했지만…허가과정 위법성 문제 상고 검토中”

월성원전 인근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 대해 법원이 각하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가 확정됐기 때문에 심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각하(却下)는 소송이 제대로 된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 없이 사건을 끝내는 재판을 말한다. 각하는 각하는 부적법의 원인이 된 흠결을 보정해 다시 신청할 수 있지만 본안심리 후 그 청구에 이유가 없다며, 청구를 배척하는 기각(棄却)과 구별된다.

지난 5월 29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고의영·이원범·강승준)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처분으로 이 사건 소를 유지할 법률상 이득이 소멸되는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판단돼 각하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월성 1호기 수명기간 만료가 2022년 11월 20일로 돼 있는데 새로운 운영변경 허가 처분(영구정지)으로 재가동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영구정지 처분이 취소되거나 무효가 돼 재가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내 두 번째 원전이며, 첫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시설용량 67만8000kW)는 1978년 건설에 착수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1982년부터 30년간 총 5회의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달성하는 등 평균 86.2%의 우수한 이용률로 운영돼 왔다.

월성 1호기는 2003년 시행된 발전소 주기적 안전성 평가 결과 운영 허가 만료일(2012년 11월 20일) 이전에 압력관 연신량이 허용치에 근접할 것으로 평가돼 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이른바 ‘심장’인 압력관 교체를 추진하게 됐다. 이후 2012년 11월 운영을 멈춘 월성 1호기는 2015년 2월 26일 원안위로부터 오는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허가를 받은데 이어 한수원은 1310억 원을 주민소득과 일자리 창출, 복지 증대사업과 주민숙원사업 등에 지원키로하고 주민들의 지원방안 수용으로 2년 7개월여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들이 2012년 10월 29일 정지된 월성 1호기 발전기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들이 2012년 10월 29일 정지된 월성 1호기 발전기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그러나 2015년 5월 2166명의 국민소송인단은 “원안위의 수명 연장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심의 과정에서 제출돼야 할 서류들이 제출되지 않았으며, 당시 변경허가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심의도 없었던 점 등 절차상 위법성이 소송의 요지였다.

2017년 7월 이뤄진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수명연장 처분 취소 판결로 원고가 승소했지만 원안위는 1심 판결에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로’를 정책에 반영하자 사업자인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를 통해 “낮은 운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계속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하고 가동을 멈췄다. 그리고 원안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을 표결 처리로 가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 관계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이 영구정지 처분으로 인해 소멸돼 소의 이득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면서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 연장만료 시점이 오는 2022년 12월이었지만 원안위의 운영변경(조기폐쇄) 허가처분으로 재가동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며, 영구정지 처분이 취소되거나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국민소송단은 성명서를 통해 “월성 1호기가 폐쇄상태로 들어가 목적이 달성된 것은 맞지만 재판에서 수명연장처분의 위법성을 다시 한 번 확인받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로 수명연장 허가과정의 위법사항들은 사라지지 않으며, 이 문제를 바로잡고 개선하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소송단은 “지난해 12월 24일 영구정지가 승인된 월성 1호기는 여전히 재가동 주장과 논란이 반복되고 있지만 월성 1호기를 폐쇄해야하는 이유는 1심 판결과 재판과정을 통해 충분히 확인됐다”며 “국민소송단은 앞으로도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상고 등을 검토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둘러싼 난타전(戰)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키(Key)를 쥐고 있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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