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중요한 결정을 오전에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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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중요한 결정을 오전에 해야 하는 이유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20.06.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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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말과 행동들①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게임문화재단 이사장)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은 지금까지 이렇게 생각해 왔다.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다고. 그것이 일이든 소통이든 말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노력하는데도 잘 되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왜 그럴까? 그래서 우리는 더 노력하고 좀 더 열과 성의를 다해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그리고 여전히 충분치 않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 이유는 의외로 방향에 있다. 오른쪽으로 가야할 때 왼쪽으로, 앞으로 가야할 때 뒤로, 가지 말아야 할 때 오히려 가는 수많은 ‘거꾸로 해왔던 것들’ 때문에 인간은 진심과 노력을 가지고도 실수나 실패를 반복했던 것이다. 그 수많은 말과 행동들을 제자리와 제자리로 돌려놓음으로써 우리의 열정과 노력을 제대로 꽃피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자.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게임문화재단 이사장)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게임문화재단 이사장)

관련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인간은 하루에 평균 150개의 크고 작은 결정을 한다. 무엇을 먹을지 혹은 어떤 옷을 살까와 같은 일상생활의 소소한 결정에서부터 조직의 미래를 좌우할 매우 중차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런데 어떤 결정은 쉽지 않고 어떤 결정은 매우 쉽게 이루어진다. 그 결정의 용이함은 도대체 무엇에 기인하는가? 이를 이해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올바르지 않은 결정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것이 결정이 제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매년 연말에 언론사를 통해 발표되는 조사 내용 중 하나가 ‘같이 일하기 힘든 직장 상사’에 관한 유형들이다. 그리고 그 조사에서 빠지지 않고 늘 상위권에 포함되는 인물이 바로 ‘결정 내려주지 않는 상사’ 아닌가.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계신 많은 분들도 무릎을 치면서 ‘맞다. 맞아’라고 공감하실 것이다.

인류사를 보면 그것이 국가나 기업에서든 아니면 스포츠 경기에서든 리더가 그릇된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보다 결정 자체를 제 때 내리지 못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자, 그렇다면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인간은 왜 언제 그리고 무슨 이유로 제 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가? 심지어 결정 장애라는 말이 시대의 키워드로 자리매김까지 하게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의외의 곳에 가장 중요한 이유가 존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육체적으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는 정신적인 활동인 ‘결정’은 좀처럼 이루어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결정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굉장한 양의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소모시키는 정신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다양한 물건들을 쌍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그룹 A에 소속된 학생들에게는 자신에게 연이어 제시되는 각 쌍의 물건들이 지닌 특징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1시간 동안 시킨다. 그룹 B에 속한 학생들에게는 각 쌍에서 둘 중 어느 물건을 선물로 사용하면 좋을지를 ‘결정’하는 비교적 단순한 일을 1시간 동안 하게 한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의 양은 그룹 A에서 더 크게 보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룹 B의 학생들이 훨씬 더 지쳐 있음이 관찰된다. 그 이후에 같은 온도의 물에 손을 담그게 하면 그룹 B의 학생들이 더 뜨겁다고 손을 일찍 빼는 현상조차 나온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인간은 지쳐 있을수록 고통에 민감해지고 짜증을 더 내는 것을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사소한 결정이라도 연이어 내린 사람들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도 지쳐 있는 상태다.

따라서 육체가 지쳐 있는 상태에서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지니고 있을 수가 없다. 이를 자아고갈(ego depletion) 현상이라는 한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일에 의지력을 쓰게 되면 이후의 무관한 일에 있어서 제대로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떨어진다. 부하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싶지만 꾹 참고 버틴 상사, 반대로 상사의 긴 질책을 이 악물고 버텨낸 부하직원 모두는 며칠 전부터 금연하고 있었던 담배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 들고 있게 된다. 이제 더 이상 금연이라는 결심을 지켜낼 의지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거나 이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급전직하하는 것이 당연하다. 훨씬 더 웃지 못 할 실제 사례도 있다. 이스라엘에서 가석방 심사를 담당하는 판사들이 가석방 결정을 주로 어떤 기준에 의해 내리는가를 연구해 봤더니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엉뚱하게도 시간대더라는 것이다. 오전의 가석방 심사 통과율은 오후보다 전반적으로 훨씬 높다. 하지만 점심 직전보다 점심 직후 판사들이 기운을 되찾은 가석방 심사 통과율이 잠시 상승한다. 마찬가지의 이유다. 지쳐 있기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좋은 결정은 언제 가능하겠는가? 대부분 오전이다. 따라서 오후에는 회의 특히 결정을 요하는 회의를 가급적 삼가야 한다. 늦은 오후에 모여서 아무리 회의를 해도 작은 결정 하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잡담이나 공허한 대화를 나눴던 경험을 우리 모두는 셀 수 없이 많이 해보지 않았는가. 오후에는 일의 진행과 마무리 상태만 유무선으로 보고하고 또 보고 받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러니 중요한 결정일수록 심신이 지쳐 있지 않은 오전에 시도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