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개국 참여하는 반세기 프로젝트서 ‘韓 진공용기’ 핵심 역할
인공태양 제작할 조립동 완성…국내 140여개 기업 6180억원 수주

“꿈의 에너지 인공태양을 만드는 ITER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장치조립 단계까지 온 것은 전 세계의 연대와 협력이 이룬 성과입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7개 회원국과 세계가 지혜를 모으면 인공태양이 인류의 미래를 밝게 비출 것입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국제기구(ITER Organization)는 지난 7월 28일 오후 5시(한국시간)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 건설현장에서 ‘장치조립 착수 기념식’을 갖고, ‘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시작’을 선언했다. 1988년 ITER 이사회가 결정된 지 32년, 그리고 2006년 7개 회원국의 공동이행협정이 체결된 지 14년 만의 결실이다.

라틴어로 ‘길’을 뜻하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실증하기 위한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이다.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서 건설이 한창인 ITER 프로젝트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EU・러시아・일본・중국・인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며, 사업비는 총 71억1000만 유로(약 86억3510만원)로 EU가 45.46%를 나머지 국가가 각각 9.09%씩을 분담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핵융합연구소는 ITER가 본격적인 장치 조립을 시작하게 된 이날 기념식은 ITER 건설 현황과 향후 조립 계획이 소개됐으며, 각 회원국과 실시간 원격 연결로 진행되고 전세계에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국가핵융합연구소 관계자는 “인공태양의 첫 번째 퍼즐을 맞추는 뜻 깊은 순간은 비록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회원국들이 현장에서 함께하는 대신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지만 핵융합에너지의 개발로 기후변화에 함께 맞서자는 세계의 의지는 굳건했다”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10년 이상의 설계 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ITER는 완공 후 오는 2040년경까지 실험ㆍ운영하는 인류 최장ㆍ최대의 프로젝트이다. 이에 ITER는 세상에서 가장 큰 퍼즐로도 불린다. ITER 건설을 위해 100만개가 넘는 부품이 전 세계 회원국에서 나누어 제작된 뒤 ITER 건설 현장에서 조립되기 때문.

현재 ITER 공사현장에서는 토카막 빌딩을 비롯해 총 39개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며, 공정률은 약 70% 달한다. 지난 3월에는 ITER주장치가 들어설 토카막빌딩과 토카막 핵심장치를 조립할 조립동이 완성돼 총조립을 위한 1단계 준비가 완료됐다.

특히 그동안 회원국들이 각자 개발ㆍ제작해 온 ▲초전도자석 TF코일(일본·유럽, 2020년 4월) ▲저온용기 베이스(인도, 2020년 5월) ▲PF코일(유럽, 2020년 6월) ▲열차폐체(한국, 2020년 6월) ▲진공용기 섹터(한국, 2020년 8월) 등 핵심 품목들의 현장 조달이 시작됨에 따라 이들을 하나의 장치로 조립하는 단계(Assembly Phase)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극한의 크기와 무게를 가진 품목들을 엄격한 공차와 세밀한 일정을 준수하며, 최종 조립ㆍ설치하는 이 과정은 최고 난이도의 과학기술적 도전이다. 조립에는 약 4년 반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ITER를 이루는 9개 주요 장치를 조달하며, 국내 110여개 산업체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핵심 품목이자 극한기술의 결정체로 조립의 첫 순서에 해당하는 진공용기 최초 섹터를 조달하고, ITER 전용 특수 조립 장비를 개발ㆍ조달해 이번 장치 조립 시작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기업과 기관들은 ITER국제기구 및 회원국으로부터 136건, 총 6180억원에 달하는 ITER 조달품을 수주하는 성과도 올렸다. 이는 한국이 ITER에 참여하면서 납부한 분담금 3723억을 크게 넘는 액수이며, 즉 ITER프로젝트에 투자된 예산이 다시 국내 기업의 고용을 창출하고 핵융합상용화 기술 확보에 쓰였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ITER에 참여하면서 축적한 극한ㆍ첨단 장치 개발 경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핵융합 이외 분야에서도 국내외 수주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협력과 관계자는 “이경수 전 ITER 기술총괄 사무차장에 이어 김근경 건설부문장이 ITER 건설을 총괄하는 등 중책을 연이서 맡으며, 뛰어난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핵융합에너지 전문가 51명이 ITER 국제기구에 근무 중으로 향후 장치 조립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부는 2050년대 핵융합에너지 실현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장기적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에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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