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과 전력수급 안전성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
한전, “주민들 수용성 높이기 위해 관련 조항 삭제해”

국회 전경 사진. 사진 = 원자력신문DB
국회 전경 사진. 사진 = 원자력신문DB
이동주의원.   사진 = 원자력신문 DB
이동주의원. 사진 = 원자력신문 DB

한국전력공사가 산사태 위험지역의 대규모 송전선로 사업 후보지 배제 기준을 무시하고 송전선로 사업 후보지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송전선로 산사태위험지역 선정 절차를 진행한 후, 반대대책위가 규정 위반을 문제 삼자  뒤늦게 관련 규정을 개정한 사실도 드러나, 국민의 안전과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해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에서 “500kV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서부구간 경과대역(후보지역)에서 산사태위험지역이 배제되지 않았다”라며 “명백한 한전 내부규정 위반이며, 한전의 안전 불감증이자 국가 전력수급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강력 질타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9년 5월 당시 규정에 따라 배제돼야 하는 산사태위험지역을 포함시킨 경과 대역안을 서부구간 5차 입지선정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시 한전의 내부 방침이었던 ‘전략영향평가 기준서’에는 산사태위험지역을 저항치 100으로 명시하고 경과대역 선정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저항치는 송전선로 후보지를 선정할 때 배제해야 하는 정도를 0~100까지 수치화 한 값이다. 산사태위험지역은 습지보전지역, 도시지역, 군사보호지역과 같이 가장 높은값으로 경과대역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돼야 한다.

그밖에 산지관리법 시행령과 산림청의 송전탑 관리지침도 산사태위험지역 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후 한전은 ‘강원도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규정 위반을 문제 삼자 뒤늦게 산사태위험지역 배제기준을 삭제했다.

지난해 11월7일 대책위가 지역 국회의원과 강원도청, 한전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산사태위험지역이 배제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한 이후 같은달 30일 해당 기준을 삭제한 것이다.

그러나 한전은 해당 규정의 별표인 ‘송전선로 경과대역 분석기준(저항치) 표’에서만 관련 조항을 삭제했고, 저항치 산출과 관련한 본문 조항은 개정하지 않았다. 본문 조항은 여전히 산사태위험지역의 저항치를 100으로 명시하고 ‘(송전선로) 통과 불가인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은 이동주 의원실에게 “해당 사업 구간이 대부분 산악지대로 산사태위험지역을 고려하면 경과지 선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산사태위험지역을 모두 배제하면 결국 주민거주지역 가까이 갈 수밖에 없어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동주 의원은 “산악지대가 많은 강원도 지역에서 송전선로 사업진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저항치 100인 산사태위험지역을 배제기준에서 삭제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한전이 원칙을 훼손하면서 충분히 산사태위험지역을 고려해 경과대역을 선정할 수 있는 지역에서도 위험 요인을 확인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완전한 배제가 어렵다면 저항치를 조정하더라도 경과대역 선정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라며 “한전이 사업추진에만 몰두해 국민의 안전과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 국민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 2017년 개정 때 도입한 사전 사업설명회 조항도 지난해 11월 개정을 통해 개최 단위를 읍면동에서 기초지방단체(시군)로 변경했다. 해당 조항은 송전탑 건설로 주민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밀양사태’ 이후 신설된 것으로, 주민 수용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와 관련해 이동주 의원은 “한전은 읍면동 단위로 개최할 때 주민불안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시군 단위로 개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더욱 밀접한 소통이 필요한데, 개최 단위를 넓히는 것은 사업설명회를 형식화하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