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 이승숙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
요오드·세슘 극미량은 인체 아무 탈 없어…'안정화요오드' 과복용 부작용 유발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통해 대비책 마련
“일본 원전과 관련한 방사선 피폭은 건강을 우려할 정도가 아니고 오히려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국내 원전사고 가능성에는 철저하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에 따른 방사능 물질이 국내에서 검출되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터질 줄 모르고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무엇보다 방사성물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로인해 언론은 방사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혈안이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도 지난 50여일 동안 언론지면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됐다. 본지도 지난달부터 그와의 인터뷰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넘쳐나는 인터뷰와 토론회, 세미나 일정으로 좀처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결국 어렵게 연결된 그에게 이메일을 통해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과 해당 물질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의를 던졌다. 그 답변이 지난 6일 도착했다.

-지난달 말부터 국내에서 방사성물질이 미량이지만 검출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검출량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불안하기만하다. 이를 믿어야하는가.
"현재까지 한국내 거주하는 국민들에 대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추정되어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판단됩니다. 3월 말 이후 국내에서 대기 중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의 최고 수치의 공기 속에서 일년 내내 호흡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방사성요오드(I-131)는 0.0003mSv, 방사성세슘(Cs-137)은 0.0006mSv, 방사성제논(Xe-133)은 0.00006mSv로 추정됩니다.

이를 모두 합한 값은 일반인 연간허용한도인 1mSv의 1,042분의 1에 해당됩니다. 4월 26일 이후 전지역에서 방사성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되지 않고 있으니, 3월 말 이후 현재까지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1개월 이내로서 실제 농도는 인체 영향에 있어 충분히 무시할 만한 수준인 것입니다.

또한 빗물에서 2회 검출되었던 방사성물질의 양 역시 빗물농도의 물을 마셨을 경우라 하더라도 무시할 수준인데 잠깐 비를 맞는 것으로는 인체영향을 우려할 바 없습니다. 10회에 걸친 전국 23개 정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에서도 인공방사성핵종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토양과 해수에서도 일본원전사고의 영향이 없음이 측정결과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국내 검출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으리라는 보도가 이루어진 것이니, 불안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참고로 일반인 연간허용한도인 1mSv의 100배에 해당하는 100mSv 이상에 피폭된 경우에 수십년 후에 암발생 확률이 미미하게 증가된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역학조사 결과입니다."

-왜 방사성요오드와 세슘이 문제가 되는 것인가.
"이들은 원자로 내 우라늄이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방사성물질로서 원전사고 시 대기 중에 누출되어 인체에 흡수될 수 있습니다. 인체에 다량 흡수되어 축적되는 경우, 수십년 후 암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입니다.

방사능의 인체영향에 문턱선량이란 없다는 것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는 실제 검증된 사실이 아닌 이론적 가설로서, 실제 사례가 증명된 바 없을 뿐 아니라 100mSv 이하의 저선량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확률을 논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주의를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내 방사성물질 검출 최고치에 일년 내내 노출된다고 하더라도 100mSv의 십만 분의 일에도 못미치는 극미량으로 전 국민이 불안감에 휩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럼 방사성물질들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방사성요오드는 기체 형태로 존재하므로 호흡에 의해 인체에 들어오면 주로 갑상선에 축적됩니다. 다량의 방사성요오드가 갑상선에 축적되면, 갑상선세포의 DNA 변이를 유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갑상선 암이 생길 확률이 증가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물질입니다.

실제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고지역 18세 이하의 소아, 청소년에서 암발생이 증가된 사례가 있습니다. 성인에서는 의미있는 발병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세슘은 분진형태로 공기 중에 존재하여 호흡에 의해 인체에 들어올 수 있고 또는 오염된 토양에서 재배된 식물 등의 음식물 섭취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습니다.

방사성세슘은 체내에서 근육에 고르게 분포하게 되는데, 다량이 체내에 섭취될 경우에는 암 등의 방사선장해를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요오드나 세슘 등을 제거할 수 있는 평상시 예방법은.
"방사성요오드나 세슘에 많은 양 내부오염이 된 경우가 아닌 평상시에는 예방할 방법도 필요도 없습니다. 방사성요오드의 수치가 높아 갑상선에서의 흡수선량이 100mSv 이상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안정화요오드(KI)를 미리 섭취하여 방사성요오드가 인체로 들어오더라도 갑상선에 흡수되지 못하고 배출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법적으로 50mSv의 경우, 지역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도록 기준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주민의 경우엔 실질적으로 안정화요오드를 섭취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안정화요오드를 예방적으로 섭취하는 경우란, 사고지역의 인명구조나 복구작업을 위해 투입되는 요원들에 대해 사용하는 것이 주된 경우입니다.

따라서 높은 농도의 방사성요오드에 노출되지 않은 평상시의 예방법은 불필요합니다. 방사성세슘의 경우, 200mSv 이상의 체내 오염이 확인된 경우에, 프러시안블루라는 약을 복용하여 장에서 방사성세슘이 흡수되지 못하고 배출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치료를 합니다. 이는 예방약이 아니고 세슘이 위의 농도 이상 오염된 것을 확인된 경우에만 투여합니다. 따라서 평상시 예방할 차원의 방법이 아닙니다."

-봄철 비 소식에 따라 채소류 등 먹거리 오염에 대한 공포감이 큰 게 사실이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먹으면 어떻게 되나.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장기간 다량 먹을 경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십년 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빗물에서 검출된 양 자체가 미미하지만 만약의 경우 채소표면에 묻은 방사성물질은 물로 씻으면 거의 제거됩니다.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의 경우 씻는 것만으로는 제거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토양에는 일본원전사고의 영향이 없으므로 현재까지는 이러한 우려는 안하셔도 됩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채소류 및 버섯 등에 대해서는 식약청에서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8개 현에서 생산되는 채소류의 수입을 중단한 상태이니 우리의 밥상에 오를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막연한 불안감에 방호제인 ‘안정화요오드’ 등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요오드화칼륨정 등을 구입할 수 있나.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약국에서는 요오드화칼륨정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곧 국내 생산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 약국에서 팔리는 요오드 함유 약품은 그 농도가 매우 낮아(약 1,000분의 1) 갑상선방호제로서의 기능은 없습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갑상선방호제를 복용하는 경우, 이미 사용권고 용량을 초과하게 되기 때문에, 실제 복용이 필요한 만약의 사태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갑상선방호제인 요오드제는 결코 보약이 아닙니다.

갑상선에 침적이 우려되는 방사성요오드 오염상태가 아닌 경우 이를 복용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나 이득이 없을 뿐 아니라 과복용의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그야말로 필요시에만 부득이하게 사용해야할 '약'인 것입니다."

-의약품 대신 다시마 등 해조류로 요오드를 섭취하면 효과적이라는 소문에 관련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정말 효과를 볼 수 있나.
"다시마 등 해조류에 요오드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식품으로 갑상선방호 목적을 달성하려면 실제로는 섭취가 곤란할 정도의 많은 분량일 뿐 만 아니라 식품에 의한 섭취가 갑상선에 실제 어느 정도의 흡수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 요오드 섭취가 필요치 않습니다. 반드시 정부의 지침에 따라 필요시 요오드제를 섭취해야 합니다. 요오드제 복용을 권고할 기준인데도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발붙일 곳이 없는 범죄국가 취급을 받는 지경이 될 것입니다."

-방사성 물질 유입에 대한 또 다른 피해는 없는 것인가.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유입된다면 토양, 해수 등의 오염이 가장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는 음식물의 방사성오염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인데, 반감기가 짧은 요오드의 경우엔 문제가 적으나 반감기가 긴 세슘의 경우 토양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토양과 주변 해수 오염을 감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영향이 없음이 확인된 상태입니다.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합니다. 일본 원전사고와 관련한 우리나라 방사성물질 검출에 따른 현재까지의 가장 큰 피해는 국민들의 불안감일 것입니다.

실제 인체에의 영향은 무시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공포감이 건강에 미칠 영향이 오히려 더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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