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고 이후 방사선기술제품 수출에 대한 전략 및 대응 방안

이명철 한국동위원소협회장.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지 50여일이 지나고 있다.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서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원자력 발전의 지속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이와 더불어 방사선 피해에 대한 과도한 반응이 방사선이용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방사선기술제품은 의료, 농업, 공업, 환경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용되어 왔고 활용도가 점점 확대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일본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이용기술의 수출산업이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신성장산업으로 그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정책을 재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냉철하게 고민할 필요는 있다.

최근 들어 방사선이용산업의 세계 시장규모가 2000년 3,200억불에서 2010년 11,000억불로 성장이 예상되는 등 방사선이용산업시장이 그야말로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체계적인 방사선산업 육성을 위해 2002년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이용진흥법’을 제정하고, 방사선이용연구개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방사선이용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한 그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개발 성과를 민간기업에 기술이전 함으로써 일부 품목은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4,400여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사성물질 또는 방사선기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 국내 기술개발과 함께 수출이 본격화된 것은 10년을 채 넘지 않는다. 2000년도 초반, 연구용연자로인 하나로에서 생산하는 몇 개의 핵종과 민간기업 중심으로 방사선기기 분야의 수출을 시작했으나 세계 전체시장과 비교해볼 때 그 규모는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선 측정용 기기 산업이 뜻밖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방사선측정용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관계자들에 따르면 측정기기 완제품은 이미 동이 난 상태이며, 부품 부족으로 인해 5개월 이상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이다.

물론 현재의 주요 고객은 일본이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방사선안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방사선방호 계측기에 대한 수요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환경방사선감시기 분야에서도 이미 자체기술을 보유한 우리 중소기업들이 감시기 관련 제품을 동남아시아로 수출하게 됐으며 향후에도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분야가 그렇듯이 그 분야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언(언론)·민(민간)·산(산업체)·학(대학)·연(연구소)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방사선이용산업 분야에서는 상호 협력에 대한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방사선으로부터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방사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국민들은 방사선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원자력정책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방사선에 대한 신중하고 꼼꼼한 안전관리를 바탕으로 방사선이용산업이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에 방사선 안전에 대한 올바른 정책이 외부 환경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아울러 대국민 방사선이해 프로그램 운영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방사선기기의 세계시장진출 확대를 위해서 산업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및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체, 대학 및 연구소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라 방사선관련제품의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통한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 및 국부창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기술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방사선관련 전문가와 함께한 ‘국가 방사선이용진흥계획수립에서 관한 연구’에서 우리나라가 2016년 방사선이용분야에서 일류 RT(방사선기술)인프라를 구축해 고부가가치 방사성동위원소 및 원천기술 적용 방사선기기개발로 방사선기술 수출국 진입과 더불어 세계 3위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관·산·학·연·언·민의 긴밀한 협조가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RT진입 세계 3위는 결코 무리한 목표 설정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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