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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화 원전/핵변환기술, 원자력발전 지속 위한 대안”[인터뷰] 황일순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 소장(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원자력계 내부에서는 원전 안전성 강화의 목소리와 함께 지속가능한 원자력발전의 대안 찾기에 분주한 분위기다.

이 가운데 황일순 핵변환에너지센터 소장(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은 현재 가동 중인 대형원전의 안전성 우려를 불식하고, 원전 운영으로 인한 가장 큰 고민거리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소형 모듈화 원전’과 ‘핵변환(Nuclear Transmutation)기술’을 제시했다.

황 교수는 “현재 운영 중인 대형 경수로는 충분히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며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원자력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형 모듈화 원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형 모듈화 원전의 경우 사고 확률을 기존 대형원전에 비해 100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원자력발전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의 경우 핵변환 기술을 통한 사용후핵연료의 지하 중층 처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첨단 핵변환기술을 통해 중저준위화한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중층 처분할 경우 중저준위방폐물의 방사능 수치보다 낮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핵변환기술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에너지까지 생산하는 꿈의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핵변환 기술이 개발되면 고준위 폐기물에 들어있는 장수명(長周命) 핵종을 제거해 고준위 폐기물의 처분기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핵변환로가 개발되면 핵확산을 근절하면서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인류는 에너지를 얻으면서 폐기물을 줄이는 ‘꿈같은’ 시대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도 핵변환로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과연 원자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인가에 대한 회의를 증폭시키고 있는 듯하다. 황 교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서 원자력발전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원자력계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다름 아닌 사용후핵연료 문제임을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는 1만년 이상 안전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하처분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은 네바다주 핵실험장 부근의 광활한 사막에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위한 영구처분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영구처분장이 완성되더라도 20년 후 포화되므로 후속 처분장을 연이어 건설해 나가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부시 행정부는 그 해법으로 ‘핵변환 기술’을 지목하고 이를 위해 재처리를 허용하는 등 에너지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핵변환기술이란 핵반응을 이용해 한 핵종을 다른 핵종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흔히 연금술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용후핵연료 속에는 반감기가 수천 년에서 수십만 년에 달하는 장수명의 고준위페기물인 악티나이드(Actinide) 핵종이 1% 정도 들어있다. 이들을 골라내 에너지가 높은 고속중성자와 반응시키면 핵분열이 일어나 핵분열 생성물로 변환된다.

   
황 교수는 “핵분열 생성물 중에서 두 가지의 장수명 핵종(테크네슘 및 요드)만을 골라낸 후 에너지가 낮은 열중성자와 핵반응을 일으키면 방사능이 없는 핵종으로 변환된다”며 “고준위 방사성 핵종을 중저준위방사성 핵종으로 바꿈으로써 고준위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바로 세계 원자력계가 명운을 걸고 개발 중인 핵변환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핵변환기술은 약 20년 전에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나트륨냉각 고속로의 형태로 처음 개발되고, 이어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에서 가속기를 이용한 방식이 고안됐다. 이후 핵변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수행되어왔으며, 최근 고속로를 이용한  것이 가속기 방식보다 경제성에서 유리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미국과 일본은 고속로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핵변환에 필요한 고속 중성자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액체 금속을 원자로 냉각재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중에서 액체 나트륨이 가장 널리 사용돼왔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는 나트륨냉각 고속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시급한 미국은 2020년경 본격적으로 핵변환로를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교수는 아울러 안전성을 보다 개선하기 위해 물과 반응하지 않는 납(Pb)과 비스무스(Bi)를 혼합해 만든 액체금속으로 냉각되는 원자로가 러시아에서 잠수함용으로 개발됐으며 이후 납-비스무스로 냉각되는 핵변환로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해졌다고 설명하고, 우리나라도 납-비스무스 냉각방식의 핵변환로인 PEACER(Proliferation-resistant, Environment-friendly, Accident-tolerant, Continual and Economical Reactor)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PEACER(평화로)는 핵 비확산성(Proliferation-resistance)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국제공동체가 운영하고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운 건식분리공정(Pyroprocess)를 채택하고 있다”며 “PEACER가 상용화되면 원자력발전소에 축적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지하처분하지 않고 건식공정으로 분리한 후 핵변환로의 핵연료로 재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핵변환로에는 천연 우라늄도 연료로 쓸 수 있으므로 농축이 불필요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핵연료 자원이 100배 이상 늘어난다”며 “20~30년 후에 핵변환로가 폐기물을 처분과 발전용으로 상용화되면 경수형 원전은 하나씩 둘씩 그 자리를 물려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편 황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국내 원전 안전성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신설해 원자력발전 안전과 규제 체계를 보다 강화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구 기자  green89@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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