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다소비구조 고착화 시키는 경부하 요금 폐지해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인상율을 보면 평균 주택용 2%인상, 산업용, 일반용 6.3%인상안이어서 언뜻 보기에는 전기요금 현실화에 관한 그간의 요구를 수용한 합리적 인상안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따져보면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생색내기 인상안에 지나지 않는다. 그간 시민사회가 전기요금 현실화의 최우선 과제로 문제제기해 온 경부하 요금제에 대한 개편 내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반용 경부하 요금 인상만 언급되었을 뿐, 산업계 에너지 다소비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왔던 산업용 경부하 요금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우리나라는 GDP대비 전력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1.7배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며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이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절반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다.

이렇게 값싼 전기요금 탓에 2010년 산업용 전기소비가 전년에 비해 12.3% 늘어났으며, 기계장비, 철강 등 전력 다소비업종은 20%가 증가했다. 값싼 전기요금을 이용해서 제철공장에서는 철을 녹이는데 전기로를 이용하고 있으며, 대형 유통업체의 심야 연장 영업을 통해 불필요하게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

이렇게 밤낮 없는 연장영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전기요금을 통해 전력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 우선시 해야 할 일이 2011년 전체 전기 판매량의 53.6%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요금개편이고, 그 핵심은 경부하 요금의 폐지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난해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자료에 의하면 산업계는 지난해 싼 전기요금을 통해 무려 2조1157억원의 이익을 보았는데, 이것은 교차보조를 통해 주택용 등 일반 사용자들에게 전가되는 금액이다.

애초 6월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전기요금 로드맵이 미뤄지는 동안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철강업계 CEO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서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전기요금 개편안이 그 결과물인 셈이다.

결국 정부가 물가안정을 핑계로 전기요금 현실화에 소극적인 것은, 값싼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산업계와, 전기 판매를 늘리고 있는 발전사업자들의 이익을 보전해 주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원전 확대정책을 펴고 있는 시점에서, 원전의 추가 건설로 인해 심야전력수요가 남아도는 것에 대비한 기저부하 부풀리기로 보여진다.


전기요금은 국가의 전력정책이 집약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이다. 정부가 에너지 효율을 미룬 채 앓는 소리를 하는 업계의 편의를 봐주다가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시대에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은 더욱 요원해질 뿐이다. 더욱 적극적인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

우선 시행을 미루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를 조속히 시행하여 전기요금 현실화의 억제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일반용, 산업용, 용도별 요금체계를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하여 교차보조에 따른 업계의 특혜를 폐지하고, 취지와 다르게 전력 낭비를 불러오는 교육용, 농업용, 산업용 요금도 현실화 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에 환경세를 부과하여 전기 사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전기요금에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가 진정 전기요금을 통해 수요관리를 할 의지가 있다면 단순히 생색내기가 아닌 시급한 분야부터 보다 적극적인 요금 현실화 대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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