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신규원전ㆍ사용후핵연료 처분 정책결정 홍보지원

선진 원자력기구와 업무협력 통해 원전 수출 뒷받침
하반기 국민수용성 국제워크숍 등 행사 준비도 한창

“원자력이 두려웠다면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인류는 원자력을 버렸어야 했고 또 TMI와 체르노빌 사고 역시 원자력과 원전을 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인류는 원자력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다루는 기술 개발에 매진해봤다. 원전만큼 대용량의 경제적이며 환경오염도 적은 에너지원은 없다.”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전 세계 원자력산업은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과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된 서리를 맞았다. 사고 이후 일부 국가에서는 기존 원전을 폐기하거나 신규 건설을 중지하는 등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전 사고 이후 단기적으로는 전 세계 원자력산업이 위축될 수 있겠지만 원자력의 친환경성, 경제성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다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한 식당에서 만난 이재환(사진)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은 “원자력이라고 고집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는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더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원전 기술을 개발하는 기회로 삼으면 될 것이고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태에 대처할 대응전략 등을 세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지금은 정부와 원자력산업체가 원전을 다루는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봐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에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에 대한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소통 창구의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재환 이사장은 2008년 12월 11일 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1937년 대전 출신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제11대·14대 국회의원, 국회 사무총장, 체육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호사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르네상스’는 가고 빙하기를 맞았다며 호들갑이었다.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우리 원자력계가 세계 수출시장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시점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내?외 안팎에서는 원자력 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우리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원자력계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칙되고 있는 세계 원자력시장상황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지, 지금까지 우리가 쏟아온 원자력기술개발과 원전의 안전 운영에 빈틈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를 해소시키기 위해 원자력홍보 전담기관인 재단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토론회도 개최하지 않았나.
“그렇다. 재단은 원전사고의 실상과 더불어 국내의 원전 안전 및 방사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더불어 안전신뢰 제고를 위한 원전 안전성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6월 16일), 광주(6월 22일)에서 ‘원자력안전 대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원자력, 의학, 기상, 언론계 등 최고 전문가들의 주제발표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과 관련 우리나라 원전 안성을 짚어보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해보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특히 대구 토론회에서 OECD NEA(원자력기구) 루이스 에바라치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는데 그는 '한국은 안전성, 성능 및 연구면에서 검증된 훌륭한 원자력에너지의 실적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며 이러한 우수한 원전이야말로 한국의 산업적 자산임이 확실하다'며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다. 또 광주 토론회에서 한 방청객은 '최근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의 한국지부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질문을 해왔다. 이에 그린피스가 반핵단체지만 적극 환영한다고 답해줬다. 그러자 그 방청객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라. 그러나 그린피스의 공동창시자인 패트릭 무어씨가 2005년 1월 마이애미의 헤럴드지와 인터뷰에서 ‘그린피스는 원자력의 파괴적 부분과 유용한 부분을 구분하는데 실패했다’라고 말하며 ‘지구환경 변화를 막는 가장 유용한 에너지는 원자력’이라고 말한 사실을 설명해주니 질문자와 더불어 모든 방청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라.”

-평소 ‘UAE를 비롯한 원전수출국에 지난 18년간의 원자력 홍보 노하우를 함께 수출하겠다’는 소신을 갖고 상반기에도 선진 원자력기구를 차례로 방문 세계 원자력 동향 및 향후 원전시장 전망 파악으로 원전산업 수출산업화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세계원자력협의회(WNA) 영국 본사, 국제원자력기구(IAEA),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 프랑스 원자력청(CEA) 등을 방문해 그곳 관계자들을 만나 업무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심 해소를 위해 지난 3월에도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지역 원자력기구를 방문했다. 프랑스원자력산업회의(FAF)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민이해 증진과 원자력안전 홍보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력협정(MOU)’을 체결했다. 또 유럽원자력산업회의(FORATOM) 산티아고 산안토니오 사무총장과 대담을 가져 EU 내 원자력발전 안전관리 현황 및 개선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가졌다. 더불어 글로벌 원자력 사회적수용성 증진을 위해 향후 유럽원자력산업회의와 재단 간 MOU을 체결하는데 동의했다. 이밖에도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에너지 총국의 조를젯 랄리 정책 실장과의 대담을 통해 유럽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EU 27개 국가 역내 143기의 원전에 대한 안전성 검사(Stress Tes)를 실시키로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이번 유럽방문을 통해 얻은 것은 원자력선진국들이 일본 원전 사고로 다소 충격은 있지만 원자력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원전 수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의 목표설정에 좋은 시사점을 얻었다.”

-지난 6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회 ATOMEXPO 국제포럼’에서 참석해 ‘신규 원전도입국에 원전건설 촉진을 위한 홍보’라는 주제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수용성 확보의 중요성과 국민신뢰를 얻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던데. 어떤 내용인가.
“어느 나라든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원전 정책과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민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원전반대 운동의 원인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첫째 정부의 일관된 원자력정책 추진해야만 국민들이 국가의 에너지정책 의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둘째 국민수용성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보장된 원자력규제기관과 반핵NGO 단체를 포용하는 정책을 펴야하며 투명한 정보공개 정책 실행 등으로 국민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는 원전건설 지역주민에게 사회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해 그들 스스로가 국익을 위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고, 마지막으로 원자력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원자력의 유용성과 안전성을 홍보하는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대로 실행한다면 신규 원전도입국도 성공적인 원전도입과 원전건설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발표 이후 러시아 기자들의 취재 요청이 이어졌는데, 그들은 한국의 원자력수용성 확보 노력 및 원전수출을 위한 한국의 진행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더라. 이에 한국은 UAE 원전수주로 원전기술의 국제적 인정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향후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수출을 실현, 세계수출 시장의 20%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해줬다. 또 재단에서도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원자력홍보관 운영, 국제 주요인사 초청 등을 통해 국내 우수한 원전기술을 소개하고 다양한 원자력 홍보경험 및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해줬다.”

-재단은 원전을 최초로 도입하려는 국가에게 원전홍보 경험 및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The Guidebook for the Promotion of Public Acceptance on Nuclear Energy(영문버전)’를 발간했던데.
“우리나라가 원자력 선진국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난관은 ‘신규원전부지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확보를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으며 원자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가’였다. 이 책자는 국민수용성 문제로 원전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과 원전협력을 강화하고, 원자력 유관기관들과의 홍보노하우를 공유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제적 지지기반 저변확대와 각국 원전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돕고자 발간됐다. ▲원전홍보의 필요성 ▲위기관리 홍보 ▲원자력홍보 전략 등 3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원자력 홍보에 대한 A부터 Z까지 원자력홍보의 기본전략과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담아냈다. 또 부록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제도를 수록해 원전 도입국이 정책입안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재단은 이달부터 내달까지 원자력 국제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오는 16일 러시아연방원자력공사(ROSATOM)와 ‘원자력에 대한 국민수용성 증진을 위한 업무협력협정 체결을 앞두고 있다. 26일부터 30일까지는 세계원자력협회(WNU)와 공동으로 원전산업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미래 인력양성 지원차원에서 원전도입 예상국가의 대학생 20명을 초청해 ‘국제원자력올림피아드’가 열릴 예정이다. 또 내달 10일부터 14일까지는 IAEA와 공동으로 UAE,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태국, 터키 등 원전도입 예상국가 홍보전문가 25명을 초청해 ‘국민수용성 국제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21일에는 ‘한·불 원자력 홍보 세미나’도 개최되는데 한국 측에서 원자력문화재단, 원자력연구소, 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과 프랑스 측에서 프랑스원자력청(CEA), 프랑스원자력에너지학회(SFEN), 프랑스방폐물관리청(ANDRA), 방사선방호및원자력안전연구원(IRSN) 관계자들이 참석해 양국의 대국민 이해활동에 대한 경험 및 성공사례를 교류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신규원전 최종 후보지를 발표가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잠정적 발표가 미뤄지면서 신규원전 건설 반대여론과 더불어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정책 방향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로 인해 재단의 역할도 더 커졌다.
“국가적인 원자력 현안사업을 시행할 시 가장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할 일은 국민수용성이다. 주민과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역 간의 긴밀한 정책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UAE 원전수주로 국민들이 원전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상승됐지만 실제적으로 원전을 자신의 거주지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별개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 원전주변 지역의 지원제도, 원자력이해 제고 활동 등이 유기적으로 시행돼야한다. 원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신규원전 부지 선정,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안에 대한 정책결정 등 다가올 원자력 현안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홍보지원도 재단의 중요한 임무이다. 이에 재단은 심포지엄, 교양방송프로그램 제작, IT를 활용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원자력 시설 시찰 교육 등을 통해 국민 신뢰와 감성적 애착 형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여론조사 실시 등 국내?외 원자력 정보를 수집ㆍ분석해 원자력 정책 수립 및 국민 인식개선에 기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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