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핵심기술 확립ㆍ인력양성 문제 ‘선결과제’ 해결 시급
원전이 우리나라 수출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 드디어 우리나라가 UAE원전 수출을 따냈다. 원자력계는 이를 바탕으로 원전을 우리나라의 수출 동력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드디어 한국이 따냈다. 단일 사업으로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플랜트 수출이고,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쾌거로 온 국민이 축하할 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요르단 정부가 발주한 5MW급 연구용 원자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국내 원자력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케 해준다. 바야흐로 경인년 새해부터는 한국 원자력 50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역사적인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UAE 원전수주와 요르단의 연구용원자로 우선협정대상자 선정에 따른 본격적인 수출과 또한 그에 따르는 과제는 지금부터라는 지적이 원자력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즉, 이번 원자력계의 경사를 제대로 직시하고 이를 통해 원자력 산업의 발전에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 산업계 한 관계자는 “UAE에 한국형 원전이 첫 수출된 것에 대해 "기술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우리나라가 건설 비법이나 단가, 운전 정비율 등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었고 이번 수출을 통해 원전이 수출 동력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 핵심기술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주에 대해 일부 원자력 관계자들이 국산화율이 95%지만, 핵심기술은 외국 것이어서 실속이 없다는 견해도 그래서 나온다.
이에 대해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너무 우리나라 원전 기술을 폄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원전 제어관련 기술은 이미 국산화를 완료했고, 원자로 냉각재 펌프의 경우에도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원전의 핵심기술력 향상을 위해 미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 것을 사서 동반자를 만드는 것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다만 설계코드는 국산화 작업이 필요하고, 2011년까지 완전 자립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2011년까지 명실공히 100% 기술자립이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자력 관계자는 “원자력은 설계코드 말고는 시공, 건설, 설계 모두 우리나라가 하는 것으로 앞으로 수출하게 되면 계속 AS 등 보조 인프라를 구축해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UAE 원전수주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 꽃 피운 만큼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수출도 수출이지만 국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부지도 선정해야 하고,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개발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협정도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산업 인력 양성도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한다.
원자력산업 전문가는 “본격적인 원전 수출을 위해선 체계적으로 수출 중심으로 구조를 탄탄하게 재정비해야 한다”며 “만약 그러한 기초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이번과 같은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안전인프라 구축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원전 수출에 있어서 안전의 중요성은 국제사회의 아젠다다. IAEA도 안전규제 지원 역량 자체가 원전 수출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명시하고 있고, 원전 신규 도입국은 공급국의 안전규제 체제와 요건을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 도입국의 안전규제 제도, 기술, 인력, 국가 원자력 안전망 등 안전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일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아직까지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존해 있는 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있어서도 노력해야 한다.
이렇듯 원전 수출이라는 원자력 숙원을 이룬 만큼 여러 고민거리도 생기고 있지만 원자력계는 이번 수주에 대한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표출했다.
이와 함께 이번 UAE 수주가 앞으로 원전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규모 플랜트 전체를 수출한 것은 처음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의 전체적인 큰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기 때문이다. 또 차세대 원자로, 중소형 원자로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세계 원자로 시장의 절반 이상이 소형이나 지역난방, 담수화 원자로 등 중소형 시장으로 기술개척에도 큰 희망이 생겼다.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내가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원자력 발전소도 없던 시절이었으며 30년만에 원자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왔다”며 “모든 산업 중에 일본을 거치지 않고 바로 꽃을 피운 것은 원자력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이것만 놓고 봐도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다른 원자력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로 타 플랜트 수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대형 규모로 경제성장의 발판이 될 뿐만 아니라 국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선진국 진입의 전환기라고 봐야 하며 이번 일을 통해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외교나 다른 부분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원전수출의 의미를 되새겼다. 여타 국가들과의 정치?외교적인 강화에 대해서도 입을 모았다.
정부 관계자는 “원자력 강국들은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외교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한다”며 “이번 수주에 있어서도 엎치락 뒤치락한 만큼 국익에 맞춰 고도의 외교 전략을 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UAE 원전 수주 일지 (2009년)
1월 미-UAE 원자력협정(123 Agreement)서명
2월 UAE원전건설 입찰 제의서 발행
5월 UAE입찰자격 심사완료
    미 오바마 대통령 123협정문 의회 제출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UAE 방문
8월 UAE 원전 사업자선정 연기
9월 UAE 왕세자 워싱턴 방문, 협정승인 로비
10월 미 의회 123협정 승인
11월 이명박 대통령 UAE 왕세자와 전화통화 시작
12월17일 미-UAE 123협정 조인서 정식 교환(같은 날 UAE 이 대통령에 사업자 선정일자 통보)
12월27일 한국 원전수주 공식 발표(이 대통령 현지 특별회견)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