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인사 전횡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1직급 승진인사부터 중견간부인 2직급 인사발령에 이르기까지 무려 반년동안 조직을 혼란에 빠뜨렸다가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사실상 실무직원이나 다름없는 3직급 초급간부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뺑뺑이’ 인사를 시행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쇄신’, ‘혁신’을 외치며 공모제 인사를 시행하다가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근무지역을 기준으로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무조건 돌리는 것으로 인사이동 원칙을 바꿔버린 것이다.

조직의 성과는 인사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바뀔 때 마다 인사의 기준이나 원칙을 이런 식으로 조변석개한다면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할 직원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된 기준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제 사람 모시기’로 전락한 인사제도는 조직의 성과는커녕 오히려 조직을 멍들게 하고 망하게 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인력에 대한 인사제도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3직급 이동기준은 인사의 원칙도 명분도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조직 손보기’ 차원의 ‘인사를 위한 인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직급이나 직무에 상관없이 1차 사업소 10년 이상 근무 직원에 대해 무조건 지역순환을 시키겠다는 것은 사업장 특성이나 직무의 전문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인사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대부분 지방사업소의 경우 수도권이나 대도시 사업장과 달리 근무여건이 열악하여 지원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비특성과 지역특성을 감안한 업무수행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근무 직원의 업무능력과 경험을 활용하는 인사기준이 합리적이며 조직적 성과를 높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획일적 이동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동기준이 아닌 인사를 빙자한 ‘폭력’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장기근무의 기준을 10년으로 정한 것도 문제겠지만 한발 더 나아가 ‘직원부터 현재까지’를 연속 근무기간으로 산정한 것은 합리성을 상실한 직급과 직무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으로서 즉각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삶의 터전을 가꿔온 직원들을 장기근무자라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고도 없는 타 지역으로 무조건 이동시키겠다는 것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할 기업이 오히려 가정의 평화를 무너뜨리고 가족해체를 조장하는 것이며 직원들의 생계를 더 힘들게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인사의 원칙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어제는 ‘엘지인사’, 오늘은 ‘현대인사’ 그리고 다음에 또다시 사기업 출신 경영자가 오면 어떤 인사기준과 원칙을 세울 것인지 회사는 밝혀야 할 것이다. 지금 한전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이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고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더불어 조직적 안정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CEO의 경영방침을 충실히 수행하며 열심히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내세워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은 결코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듭 촉구한다. 경영진은 전력산업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힘없는 직원들을 상대로 ‘채찍’을 휘두르는 것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사상 유래 없는 4년 연속 적자 해소를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이번 3직급 인사이동기준을 재검토하여 불합리한 기준을 즉각 철회하고 해당 직원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설정할 것을 촉구한다. 노동조합의 이 같은 충정어린 제언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후 노사관계 악화에 대한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2012년 4월 17일
전국전력노동조합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