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시재 장재연 지영선

한국수력원자력은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환경운동연합, 반핵부산대책위,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조경태 국회의원, 김제남 국회의원 당선자가 발표한 ‘영광원전 1호기와 고리원전 1호기 사고피해 모의 실험한 결과’를 반박했다. 그러나 이 반박은 이번에 분석한 원전사고피해 모의실험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서 갖게 된 오해이므로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반박한다.

▲“국내원전은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원전과는 원자로형이 전혀 다르고, 격납건물이 훨씬 더 견고하기 때문에 기사내용의 모의실험은 국내원전에 적용 할 수 없음-모의실험은 최악의 경우에도 방사성물질을 가둬 놓을 수 있는 격납건물이 없다고 가정(체르노빌 원전)했고, 원자로내의 핵연료가 모두 녹아(Melt Down) 내렸다고 가정해 나온 결과임” 라고 설명에 대해=그러나 이 반박은 이번 분석 자료를 제대로 보지 않고 그동안 늘 해오던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번 영광과 고리원전 1호기 사고피해 모의실험에 사용된 세오 코드(SEO code)는 미국 원전안전규제기관인 핵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ttee)가 예상하고 있는 가압경수로 원전의 9가지 사고 유형에 기반하고 있다. 가압경수로형(PWR: Pressurized Water Reactor)은 현재 한국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로 전체 21기 중 월성 원전 4기를 제외한 17기의 원전이다.

미국 핵규제위원회는 가압형경수로 원전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면 상황에 따라서 내부 압력이 상승하면 격납용기가 파괴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면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이 몇 기압까지 견딜 수 있는 지 밝혀야 한다. 참고로 세오 코드가 가정하고 있는 9가지 원전사고 유형을 아래에 붙인다. 이는 어제 발표한 보고서의 부록B에 나와 있다.

▲모의실험을 수행한 박승준 교수(일본 관서학원대학 종합정책학부 준교수)는 2003년도에 “일본 원전 사고시 40만명 희생과 460조엔 피해를 주장”한 바 있으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 시 방사선 피폭에 의한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은 박교수 주장의 허구성을 반증함이라고 반박에 대해=이 역시 급성사망과 암사망을 혼동하면서 반박한 오류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박승준 교수가 일본 민간부분에서는 최초로 발표한 2003년 오오이 원전(1,180MW) 사고 피해 모의실험 결과에서 나온 40만명 희생자는 대부분 암사망자를 일컫는 것이다. 원전사고 모의실험에서 인명피해는 50년간의 누적선량을 이용하며, 암으로 인한 사망은 오랜시간 동안 서서히 발생하므로 지금 당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사망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다.

암사망자에 대한 계산은 1만명 시버트(Sv) 집단피폭당 1753명이 암에 걸리고 그 중 500명이 사망한다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위험계수를 이용했다. 이를 과소평가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고프만(Goffman)의 계수를 사용하는데 1만명 시버트 당 4천명이 암으로 사망하는 확률이다. 이는 본 보고서 10쪽과 부록 A-4-2에 설명이 나와 있다.

급성사망은 한 달간의 누적 피폭량으로 인해 1년 내에 사망하는 경우로 상정했다. 방출된 방사성물질 양에 따라서(사고피해 모의실험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성물질 방출량인 ‘대사고’와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성물질 방출량인 ‘‘거대사고’),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 지, 원전 인근에 인구 밀집도가 얼마나 되는 지, 피난여부는 물론 피난조치를 얼마나 빨리 하는지(방사성물질 방출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인명피해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대부분의 방사성물질은 태평양 바다로 방출되었고 일부만이 후쿠시마의 땅을 오염시켰다. 이번 분석에서 영향을 미친 방사성 물질량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바다로 방출된 양은 제외하고 땅을 오염시킨 양만을 고려했다. 오오이 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는 ‘거대사고’ 시 방사성물질 방출량을 가정한 것이다.

고리 원전에서 ‘대사고’를 가정했을 때 급성사망은 거의 없었고 영광 원전의 경우는 피난하게 되면 1,719명, 피난하지 않으면 5,784명이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영광 원전의 경우 가까이에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고리 원전에서 ‘거대사고’ 가정했을 때 피난을 하지 않게 되면 47,586명이 급성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근 주민 대부분은 방사성물질이 방출되기 전(또는 방출 바로 직후)에 피신했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에서 방사성물질 방출이 결정되기 4시간 반전에 10km이내 주민은 피난지시가 내려졌고 방출 8시간 후에는 20km 내 주민들에 대한 피난 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30km 까지 피난조치가 실시되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람이 분 북서쪽으로는 50km 지역은 계획적 피난구역으로 피난조치가 취해져서 사람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암사망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2003년 일본 오오이 원전사고 피해 모의실험에서 40만명의 암사망은 피난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이 되는데 그 이유는 바람의 방향이 도쿄 쪽을 향하고 있고 도쿄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350km~400km) 도쿄민들은 피난을 하지 않는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이번 영광과 고리 원전사고 피해 모의실험에서도 ‘거대사고’ 시, 서울 쪽으로 바람이 불 때 수도권은 영광 원전으로부터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230km) 방사능 오염 정도가 낮고 그로인해 피난조치가 취해지지 않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암사망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 것과 같은 결과다(40만명~55만명). 후쿠시마 원전의 계획적피난구역(연간 20mSv 이상)에 해당되는 50km 내에 대도시인 부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고리원전에서 부산시민의 피난여부에 따라 암사망 수가 급격히 달라진다. ‘거대사고’ 시, 19km 떨어진 기장읍만 피난했을 경우, 부산시가 피난하지 않으면 85만명까지 암사망이 늘어날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 주민들의 급성사망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당시 구소련 당국은 실제 건강 피해를 은폐했다. 주민들 중에서 급성사망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위독한 급성장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증언을 통해 확실하다. 그러나 당시 병원이 이에 대해 기록하는 것은 금지되었기 때문에 급성사망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는 어렵고, 사고가 발생한지 26년이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암사망은 계속 되고 있다.

▲“고리(영광)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는 국내원전에서 전혀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무리한 상황을 가정했다”에 대해=이는 전 세계 핵산업계가 늘 주장해오던 바로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주장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전력회사와 일본 당국도 똑같이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기 전에 동경전력주식회사나 일본원자력안전보안원은 노심용융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노심용융이 일어날 확률은 1천만년에 한번 꼴이라고 했지만 세 개의 원전에서 동시에 노심용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이들은 계속 ‘예상외의 사고였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편 비상디젤발전기가 동시에 멈추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만약에 이런 사고를 미리 예상했다면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번 발표를 하면서 원전 인근 지역을 확인해본 결과 계획예방구역(원전 인근 8~10km)에서 조차도 피난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이번 영광, 고리 원전 사고 피해 모의실험에 대한 섣부른 평가를 하기 전에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원전 사고에 대한 현실적인 방재대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먼저다.

원전을 23개나 가동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는 국내원전사고 시뮬레이션에 대한 연구, 자료를 갖고 있는가. 또 대형사고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국내원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고 상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한 피해규모를 어떻게 보는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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