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날짜로 한국수력원자력발전 주식회사의 사장으로 임명받은 김균섭입니다.

저는 한창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고도화 하여야 한다고 박차를 가하던 34년 전인 1978년 1월부터 과장으로 승진한 82년 5월까지 만 4년 반 동안 당시 상공부 기계공업국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발전설비, 제철설비, 석유화학설비 등 각종 플랜트류의 국산화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오늘날 여러분들이 운영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설비도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동력자원부와 한국전력과 지리한 협상을 진행하여 결국 지금 한수원의 주력설비인 PWR 경수로 타입의 원자력 발전설비를 국내 기기 제작업체인 당시 한국중공업, 즉 지금의 두산중공업으로 하여금 일과 턴키방식으로 건설케 한 바 있습니다. 바로 이런부분이 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를 공급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었다는 이 부분은 아직까지도 자부하고 있는 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원전설비를 국산화하기 위해서는 지금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1만5천톤짜리 프레스, 대단히 우수한 설비들이 꼭 필요하고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대단히 외환사정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이러한 설비들이 꼭 필요하다고 윗분들을 설득해서 그러한 설비를 갖추었기 때문에 오늘에 이러한 일들이 가능했습니다.

인생에는 각자 주어진 운명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도 운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여러분들도 운명의 한 조각이 이런 시기에 만나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이 상견례의 자리는 같이 일하게 되었다는 반가움에 앞서 우리 회사를 둘러싸고 그동안 일어났던 대내외 여러 문제로 인해서 야기된 어려움때문에 착잡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선 현재 우리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을 볼 때 긴 이야기 보다는 오늘 바로 이자리에서 시급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저의 소견 밝히고 최대한 빠르게 현 상황을 수습하는 것에 매진하는 것이 마땅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 가지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거의 연일 각종 언론매체와 국민들이 우리 회사를 향해 걱정과 질타를 보내고 있다. 지금도 외부 사정기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국민들의 걱정과 질타를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러분보다는 제가 더 훨씬 객관적으로 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조금은 더 다듬어진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듣고 있는 소리는 조금도 다듬어 지지않은 생생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러한 성난 질타와 걱정은 그동안 온 국민들이 한수원 여러분에게 보냈던 신뢰와 성원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랄하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 점을 특히 생각하셔야 됩니다.

게다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에 안전성에 대해서 아주 민감한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짐으로 해서, 사실 여부를 떠나 돈을 받아 먹고 짝퉁 부품을 공급했다는 보도로 인해서 많은 국민들이 원전 관리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고, 해외 고객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자살골도 가장 최악의 자살골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한수원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아 잘 해 왔고 2009년에는 처음으로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하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몇 안되는 직원의 잘못으로 그간의 공로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전 직원들이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지난 5월 신울진 원전 1, 2호기 기공식 치사에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원자력 분야의 폐쇄성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면서 타성에 젖어 무사안일 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고인물은 반드시 썩는다’고 걱정하시면서 조속히 회사 운영전반에 대해서 개혁할 것을 주문하셨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는 낙담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는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당장 하절기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인 수급사정도 녹녹치 않은 상황인 것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우리 모두의 마음 가짐을 다시 추스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일반 민간회사가 아니고 경제발전과 국민의 생활에 있어서 그 어느 회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맡아 하고 있는 공기업이며 조직원 개개인은 공직자로서 일거수일투족이 신중해야 하며 엄중한 도덕률로 정신무장을 해야 하는 공직자임을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처벌도 거기에 준해서 엄중합니다.

그동안 방심해서 마음의 끈이 느슨했다면, 이순간 다시 한번 조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우리 회사의 모든 임직원은 항상 안거사위, 즉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늘 생각해야 한다는 옛 선인들의 경구를 한시도 잊지 말고 실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안전운전이나 위기관리에 관한 매뉴얼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인재는 물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자연재해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이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내부의 역량만으로 부족하다면 외부 전문가를 동원하고 투명성을 위해서는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사도 작업에 참여시켜 조속히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회사가 매뉴얼을 잘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시간 이후부터는 우리 회사는 절대 그런 나쁜 악습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벽에라도 제가 직접 불시에 점검할 것이며, 적발될 경우는 다시는 우리와 같이 일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간주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둡니다.

매뉴얼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결코 책장 장식용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서 경영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해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우리가 정말 새로 태어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진심어린 속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유수기업들도 다 한 번씩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런 도전과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환골탈퇴의 변신에 성공함으로써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더 고객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곧 위기극복을 위한 조직을 새로 갖추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니 여러분들의 마음으로부터 협조와 동참을 기대합니다.

이러한 대책 중에는 외국 유수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Code of Conduct도 포함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공무원과 공공기관 근무자가 지켜야 할 윤리행동 강령이 없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회사는 더욱 엄격한 공과 사의 구분과 청렴한 행동규범 뿐만 아니라 우리회사 직원을 만나거나 거래과정에서도 지켜야 할 규범을 정하여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영원히 우리회사와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 엄격한 비리방지 규정도 포함될 것입니다.물론 제가 제일 앞장서겠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공사구분, 청렴성 등이 확립되어야만이 여러분들의 자녀와 가족이 우리 아버지가, 우리 남편이 한수원에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지난 두어 달 동안 최고 경영진의 공백으로 현안사항으로 남아있는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문제 등을 조속히 타결지을 수 있도록 전사 조직을 총 동원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타결짓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설득, 지역언론 적극적 설명 등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님에 말씀하셨듯이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기를 도모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임해 주시기를 요구합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겠지만 앞으로 인사근무 평가나 업무성과 평과과정에서는 '대과없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대과없이는 기본이고 업적이나 성과없이는 어떠한 평가도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회사가 기업이지 결코 사회복지 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세번째로는 인사 정책입니다.

인사문제에 있어서 대원칙은 업적과 성과라는 점을 조금 전에 말씀드렸습니다. 더 이상 한수원 내에서는 지연, 학연, 혈연은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모든 인사에서 지역을 없애겠습니다.

그리고 외부 인사청탁의 악습은 단절되어야 합니다. 만약에 청탁하는 사람인 대자보로 써서 벽에 붙히겠습니다.

이 원칙은 제가 과거에 근무했던 곳에서 엄정하게 유지했던 원칙이었으며, 전 직원이 이 약속을 지켜 주었기 때문에 제가 경영했던 기간동안 단 한건의 청탁도 없었습니다.

만약에 어쩔 수 없는 개인적인 문제가 있다면, 제게 직접 알려주거나, 또는 지휘체계를 밟아서 처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고충 처리를 위한 프로세스 만들겠습니다.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이라는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가 있습니다. 이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일할 수 있어여 합니다.필요에 따라서는 경력직이라도 외부에서 수혈할 것이며, 이와 동시에 내부 직원에 대해서는 경력개발 과정을 만들어서라도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전문직과 관리직의 보직과 승진에 대해서도 조만간 인사 방침을 내부 토의를 거쳐 확립할 예정이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기술직으로 성장해 전문가로 남겠다는 사람은 전문가의 길을 나아가고, 어느 정도 이상 진급하고 또 리더십이 뛰어난 사람이 전문가의 길보다는 관리직으로 옮기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 별도의 코스를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조직관리에 소질이 없는 사람을 관리직으로 확보해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조직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자원의 낭비이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조직의 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책임을 지고 전 조직원의 업무능력, 업적 달성 자질계발 등 모든 것을 다 챙겨야 합니다. 장의 임무는 직원들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더 나아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네번째로는 소통을 중시하는 경영풍토를 조성해 나갈 것입니다.

바깥에서는 (한수원 등이)매우 관료적이라고 하며, 심지어 공무원보다 더 뻣뻣하다라고도 합니다. 상명하복의 풍토가 아주 짙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아마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젖어온 습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그 근원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이제는 조직내부 상하 좌우로 의견이 순조롭게 전달되고 신속히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바뀌어져야 합니다. 신속한 의사소통이 결코 경박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며, 권위의 상실이 아닌 것이라는 점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고객에 친절하고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부터 24시간 전화기와 컴퓨터를 열어 두겠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알려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주시고 내주보고과정도 번문욕례(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가 되지 않도록 간략하게 이메일이나 전자 결재시스템을 이용해서 보고해 주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한수원 임직원 여러분,

오늘 첫 상견례 자리에 무거운 분위기의 얘기를 한 것 같아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공무원답지 않고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의논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현재 한수원이 처한 상황이 워낙 위중하기 때문에 하루속히 이 질곡에서 벗어나 우리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지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회는 항상 '위기'의 탈을 쓰고 우리에게 다가 온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닥쳐 와있는 이 위기는 우리 회사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합니다. 우리 모두가 합심 단결해 단시간 내에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세계 최고의 경험과 기술 그리고 엄정한 도덕률로 주장한 원자력 발전 회사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앞장서 나갈테니 이 장정을 시작해 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세계 최고로 아자!’하고 선창할테니 여러분들은 ‘아자, 아자, 아자!’로 삼창해 주시기 바라며 이것으로 저의 취임인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세계 최고로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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